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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스카이 캐슬’] 김보라 출생 반전無→캐슬 가족의 急개과천선, ‘안녕 스카이캐슬’ 출간까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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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이수임 캐릭터가 출간한 '안녕 스카이캐슬'(사진=JTBC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스카이캐슬’ 김보라 출생에 반전은 없었다. 대신 갑작스럽게 개과천선한 캐슬 가족들의 모습이 더 큰 반전으로 다가왔다.

1일 방송한 JTBC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최종회는 곽미향(염정아)을 향한 김주영(김서형)의 일침으로 문을 열었다.

주영은 김혜나(김보라)의 죽음에 책임을 묻는 미향에게 “어머니의 이기적인 모정이 혜나가 나한테 오도록 만들었다”며 “혜나를 죽인 건 어머니와 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는 천재였던 내 딸 케이(조미녀)가 망가졌을 때 속으로 박수치던 엄마들과 똑같다”며 “영재(송건희)네 같은 비극이 생겨도 감수하겠냐고 물었을 때 대답한 건 너였다. 그런 비극이 안 생길 거라고 교만했고, 영재네 비극은 그저 가슴아픈 구경거리에 불과했으니까”라고 지적했다.

미향은 혜나에 대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지만 죽일 생각 추호도 없었다”면서도 “자식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게 엄마”라고 받아쳤으나, 생전의 혜나에게 모질게 굴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강준상(정준호)은 친딸 혜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병원에 사표를 내기로 했다. 그는 캐슬 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 때문에 모녀가 그렇게 살다 간 걸 생각하면 내 자신을 쳐죽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이제라도 후회없게 남편, 아빠, 자식 노릇 제대로 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준상의 말을 들은 황치영(최원영)은 “나도 이번 일 겪고 나니까 우주, 집사람과 한 식탁에 둘러앉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고, 우양우(조재윤) 역시 “따따부따 잔소리하는 아내, 공부 못하는 아들이어도 복작복작 부대끼며 사는 게 행복”이라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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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이에 자녀 교육관 차이로 아내 노승혜(윤세아)와 갈등을 빚던 차민혁(김병철)도 결국 생각을 바꿨다. 그는 술 기운을 빌려 승혜에게 “다 내 탓이다. 당신의 조건을 수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다음날 귀가한 승혜는 “다 애들 잘되라고 그런 건데 애들이 아빠가 없는 게 더 행복한 지경까지 와 버려서 내가 억장이 무너졌다”며 “당신이 외로운 인생 살까봐 마음이 아프다”고 안아줬다. 세리도 귀국해 번 돈을 민혁에게 건네며 “6만2000달러 벌금만큼은 내가 번 돈으로 갚겠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황우주(강찬희)는 자퇴를 결심했다. “느닷없이 감옥에 갇히고 혜나가 순식간에 가고 나니까 성적이나 대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우주는 자아탐색을 위해 해외로 떠났다. 우주가 자퇴하던 날 차서준(김동희) 기준(조병규) 형제는 “너희는 인간이기 이전에 학생이다. 스카이 못 가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는 선생에게 반기를 들었다.

우주보다 먼저 자퇴한 강예서(김혜윤)는 자기주도학습에 나섰다. 대입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나 사교육에 의지하는 대신 서준 기준 형제와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우양우와 진진희(오나라) 부부도 아들 수한(이유진)에게 자유를 줬다. 양우는 “공부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부모한테 사랑받는 아이들은 잘 버틴다. 이 빌어먹을 교육 시스템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으니, 그 속에서 아들이 굳건히 버티도록 사랑 오지게 쏟아주는 게 우리 몫”이라고 했다. 이를 들은 진희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우리 아들 낳은 거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수안과 포옹했다.

그런가 하면 미향과 준상은 혜나에게 느끼는 죄책감을 공유하며 소원했던 부부 사이를 회복했다. 심지어 예서와 예빈(이지원)을 데리고 혜나의 납골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 가족 뒤로 준상의 어머니(정애리)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종회에서도 수임의 활약이 빛났다. 캐슬 내 비극을 담은 책 ‘안녕, 스카이캐슬’을 발간한 수임은 가장 먼저 박수창(유성주)과 영재를 찾아갔다. 책을 받아본 수창은 “작가님에게 내 이야기 털어 놓으며 반성도 되고 위안도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영재도 “대학 가서 상담심리학 공부하고 싶다”며 “나처럼 힘든 아이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 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모와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수임은 케이를 데리고 주영의 면회를 가기도 했다. 주영은 케이를 따뜻하게 챙기는 수임의 모습을 보며 지난 과거를 반성했다.

한편 초판 2000부를 찍었다는 수임의 소설 ‘안녕, 스카이캐슬’은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모양새였다. 서점에서 중년의 여성들이 ‘안녕, 스카이캐슬’을 읽는 모습으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막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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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 1%대 시청률→비지상파 최고 기록하기까지… ‘스카이캐슬’에 벌어진 일들

해피엔딩을 맞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스카이캐슬’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당시 ‘스카이캐슬’은 당시 시청률 1.7%를 나타냈다. 분명 저조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금세 반전됐다. 여기에는 특별출연으로 함께한 배우 김정난(이명주 역)의 공이 컸다. 상류층의 위선을 실감나게 소화한 김정난은 마침내 파멸하는 모습으로 1회 엔딩을 장식,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이후로는 탄탄한 전개와 영화 같은 연출, 배우들의 흡인력 강한 연기 등이 입소문을 탄 덕분에 회마다 새로운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이에 ‘스카이캐슬’은 지난 19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 23.2%를 기록, ‘비지상파 역대 최고 흥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스카이캐슬’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배우들도 주목받았다. 이런 가운데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스카이캐슬’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 데 지대한 공을 세운 김정난을 비롯하여 30~40대 여자 배우들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스카이캐슬’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미디어가 이 나이대의 여자 배우들을 뻔한 ‘엄마’ 혹은 ‘이혼녀’ 캐릭터에 가둬 소비한 반면 ‘스카이캐슬’은 ‘엄마’를 각자 다른 욕망과 신념을 갖고 움직이는 여성으로 그려내며 연기 잘하는 여자 배우들을 투입시켰다.

이에 세련된 이미지로 잘 알려졌던 염정아(미향 역)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으며, 김서형(주영 역)은 자신만의 색깔로 독특한 캐릭터를 그려내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이태란(수임 역) 역시 정의로운 성격의 인물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실제 미혼인 윤세아(승혜 역)는 모성(母城)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여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안방극장 신 스틸러로 통하는 오나라(진희 역)는 ‘스카이캐슬’의 거의 유일한 힐링 캐릭터로 활약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정준호부터 이미지 변신의 귀재 최원영, 감초 배우로 유명한 김병철, 맛깔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져온 조재윤 등이 서로 다른 성격의 가장을 연기하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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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의 가장 큰 일등공신은 단언컨대 아역 배우들이다. 똑부러지는 중학생을 연기한 예빈 역의 이지원, 그 옆을 지키는 친구이자 순한 성격의 3대 독자 수한 역의 이유진은 물론 김혜윤(예서 역) 김보라(혜나 역) 강찬희(우주 역) 조병규(기준 역) 김동희(서준 역) 등이 입시제도의 중심에 선 고등학생 캐릭터를 각각 맡아 극에 큰 축을 이룸으로써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이런 가운데 극 중 김정난의 아들 영재 역을 맡았던 송건희 역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너무나 많았던 탓일까. 캐릭터 간 팬덤 싸움도 치열했다. ‘스카이캐슬’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극 중 인물들의 행보가 과연 옳은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를 넘어 배우 자체를 비난하는 시청자도 적잖아 문제가 됐다. 대표적인 예가 이태란이 연기한 이수임이었다. 도덕 교과서처럼 바른 언행을 보이는 수임이 비현실적이라면서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혐오 수임’이라는 과격한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현탁 PD는 지난달 31일 열린 ‘스카이캐슬’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부분”이라며 “이태란 씨가 촬영을 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배우 본인이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봐 주시니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란 씨가 모든 장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감동을 느꼈다. 그렇게 ‘혐오 수임’이 ‘빛수임’이 됐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배우를 향한 존경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스카이캐슬’의 화제성을 역으로 악용하는 무리도 있었다. ‘스카이캐슬’의 전개가 절정에 치닫았던 15~16회 방송 이후 17~18회 대본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PDF 파일 형태의 대본이 통째로 유출된 데 대해 제작진은 당시 법적 대응할 방침임을 알렸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본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스카이캐슬’의 17~18회 시청률은 전회 대비 상승, 한층 견고해진 ‘스카이캐슬’의 힘을 반증했다.

‘스카이캐슬’이 우리나라 교육 정책과 관련해 정부의 움직임을 야기한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스카이캐슬’은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캐릭터를 통해 우리 사회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던 고액 과외 시장을 고발했다. 이에 지난 24일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세청, 경찰청이 함께 ‘학원 등 합동점검 범부처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이달말부터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초고액 과외 관련 합동점검을 실시할 계획임을 알렸다. 한 편의 드라마로 하여금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스카이캐슬’이 보여줬다. 작품의 재미, 인기를 차치하고라도 ‘스카이캐슬’이 한국 드라마 역사에 유의미한 한 획을 그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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