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작보고서]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나영X이종석도 못 살린 시대착오 로맨스
이미지중앙

(사진=tvN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시대착오적 발상, 이대로 괜찮을까?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정현정, 연출 이정효)가 지난 25일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엇갈린 평가를 듣고 있다. 아는 누나 동생 사이의 강단이(이나영) 차은호(이종석)의 케미스트리에 설렘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분투하는 단이가 은호의 집에서 몰래 숙식을 해결하는 설정이 ‘민폐’로 느껴진다는 시청자들도 적잖다. 게다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설정을 로맨스로 포장한 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스토리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단이와 오래도록 그의 곁을 지켜온 은호의 사랑을 그린다. 1~2회에서는 본격적인 로맨스에 앞서 단이와 은호가 그간 어떻게 인연을 이어왔는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줬다. 은호에게 단이는 생명의 은인이다. 과거 중학생 단이가 초등학생 은호를 구하고 대신 차에 치인 적이 있어서다. 당시 두 아이는 은호가 병원에 입원한 단이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친해졌다. 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친남매처럼 지내게 된 두 사람이다. 그 사이 단이는 결혼을 하고 이혼도 했다. 혼자 남은 단이는 남편의 실패로 집을 잃은 데다 딸의 유학비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지만 ‘경단녀’를 채용하는 회사는 없었다. 결국 단이는 학력·경력을 포기하고 은호가 편집장으로 일하는 출판사 ‘겨루’ 계약직에 이력서를 내 합격했다. 한편 은호는 면접장에 들어온 단이를 보고서야 그가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간 단이가 철저히 숨겨온 탓이다. 하지만 은호가 몰랐던 사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단이가 은호를 위해 알아봐줬다는 가사도우미가 실은 단이 본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단이는 은호의 집 창고에 숨어 지내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은호는 주방에서 몰래 밥을 먹다 컵을 깨트린 단이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 첫방 업&다운

UP: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가장 큰 기대요소였던 이나영과 이종석의 케미스트리. 기대 이상이다.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만으로 눈이 즐겁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띈 것은 이나영의 일상 연기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와 신비로운 이미지로 사랑받은 톱스타 이나영이 고추 장아찌를 반찬 삼아 고봉밥을 먹고, 비 내리는 거리에서 소주 병나발을 부는 단이를 연기하는 자체가 신선했다. 무엇보다 이나영 특유의 담담하고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 톤이 엉뚱한 성격의 단이를 들뜨지 않게 표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또 출판사 ‘겨루’의 직원들의 통통 튀는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김태우·정유미·조한철·김선영·정유진·강기둥·박규영 등 명품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 덕분이다. 이에 앞으로 극의 주된 내용을 이룰 ‘책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이미지중앙

(사진=tvN 방송화면)



DOWN: 위험한 수위의 설정들이 군데군데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단이가 은호 집에 숨어 지냈다는 설정이다. 두 사람이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 할지라도 이는 명백한 주거침입죄다. 혼자 사는 여성을 타깃 삼은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심지어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도어락’(2018)이 개봉한 시대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주거침입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을 바꿨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로맨스가 시작되는 계기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일각에서는 단이가 ‘겨루’에 제출한 이력서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력서에서 최종학력을 고등학교 졸업으로 속였기 때문이다. 애초 그가 지원한 업무지원팀은 연령과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부서이나, 단이는 학력 정보를 허위로 작성했기에 ‘취업 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은호 외에 삼각구도를 형성할 또 다른 남자 주인공으로 연하남 지서준을 등장시킨 바다. 자립할 능력이 없는 연상의 여자 앞에 연하의 남자들이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난다는 설정은 전형적이게 느껴진다. 시청자들이 이에 고리타분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려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앞으로는 단이의 성장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시청자의 눈

‘로맨스는 별책부록’ 정현정 작가의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를 즐겨봤던 시청자들은 주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설정이 올드하다” “여자 주인공을 ‘민폐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연출이 유치하다” 등의 이유에서다. 반면 “경단녀의 현실에 공감했다” “잔잔한 흐름이 좋다” “이나영과 이종석이 매력적이다” 등의 호평과 “1회보다 2회가 더 재밌었다” “배우들이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보겠다는 시청자들도 공존한다.

■ 흥행 가능성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1, 2회 시청률 4.3%, 4.4%를 각각 기록했다. 전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최종회(9.9%)에 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자타가 공인하는 흥행보증수표 이종석과 이나영의 9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토요드라마 MBC ‘신과의 약속’과 SBS ‘운명과 분노’, 일요드라마 MBC ‘내 사랑 치유기’ 시청률이 상승한 것을 미루어 봤을 때, 기존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청자들이 지상파 주말극으로 분산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초반 시청자 확보에 실패한 ‘로맨스는 별책부록’, 앞으로의 관건은 입소문을 탈 만한 재미있는 전개로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것이겠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