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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대리인] ③ 방송가 흔든 액자형 관찰 예능, 대리 감정의 산물
직접적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쁘다”와 같은 말 대신 방방 뛰는 이모티콘으로 감정표현을 대신하고, 직접 나서는 대신 액자형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 한다. 심지어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대신 찌질한 페이지’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 등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직접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짚어보고, 감정대리가 어떤 현상을 야기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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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관찰 예능프로그램은 이젠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송 포맷이다. 이런 관찰 예능 중에서도 요새 더 잘 나가는 유형이 있다. 바로 액자형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액자형 관찰 예능은 출연진의 일상을 살펴보는 동시에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패널들의 반응을 함께 보여준다. 관찰에 관찰이 더해진 것이다.

액자형 관찰 예능의 인기는 바로 다양한 감정 향유에 있다. 기존 관찰 예능에선 자막이 표현 방식의 유일한 창구였지만 액자형 관찰 예능에선 자막 외에도 패널들을 통해 더 많은 감정을 표출한다. 패널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이 시청자 마음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장악한 건 모두 액자형 관찰 예능이었다. MBC의 오랜 터줏대감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새로운 신흥강자로 올라선 ‘전지적 참견 시점’까지 관찰과 패널이 곁들여졌다. 패널들은 영상을 다 같이 시청하면서 시청자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대신해 표현한다. 패널들이 보여주는 야유나 웃음 등의 리액션은 프로그램의 맛을 살리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했다.

채널A도 관찰 예능 덕을 톡톡히 봤다. 시즌1 흥행에 이어 시즌2까지 거듭해 큰 인기를 끈 ‘하트시그널’ 덕분이다. 종편 출현 후 그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채널A는 ‘하트시그널’로 그간의 설움을 씻었다. 출연진마다 강한 팬덤이 생길 정도로 마니아적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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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방송화면)



‘하트시그널’은 청춘남녀들의 동거를 밀착 관찰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패널들의 추리게임까지 더해진다. ‘하트시그널’ 흥행의 첫 번째 이유로는 ‘대리 연애’에 있다. 청춘남녀의 만남을 밀착력 있게 담아내 시청자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출연진들이 악플 등으로 애를 먹었을 정도로 시청자 이입이 엄청났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연애가 흘러갔음 하는 바람이 실제 방송에서 이뤄지지 않자 일부 출연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제작진과 출연진 나서서 일부 출연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두 번째로는 패널들의 전문적 견해다. ‘하트시그널’은 연애 경험이 많은 연예인 패널뿐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를 등장시킨다. 이들은 설렘과 재미 포인트를 짚어주며 감정을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출연진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적 소견을 늘어놓으며 그 이유에 대해 추가 설명을 부연한다.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를 영상화한 것이다. 보다 생생한 감정 대리를 느낄 수 있다.

액자형 관찰 예능의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는 감정 이입 대상이 명확해져서다. 관찰 예능은 타인의 삶을 엿보는 식의 단순한 보기가 적용됐지만, 이러한 예능이 일반화 될수록 엿보기만으로는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못한다. 보다 깊은 관여가 따른다.

한 발 더 나아간 시청자의 관여는 감정대리인을 찾는 현대인의 니즈와 부합한다.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 대상을 예능에서 찾아 연애나 결혼, 스타 삶 관여 등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감정대리인이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꼽힌 상황인 만큼 방송가에도 액자형 예능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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