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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읽기] 빈첸, 자신의 이야기를 묵직한 울림으로 전하는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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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첸(사진=로맨틱 팩토리)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코까지 내려온 덥수룩한 머리에 세상과 단절한 듯 우울해 보이던 소년은 친구에게 “주머니에 있는 초코바를 먹을까 말까 생각중이야”이라는 엉뚱한 한 마디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소년은 이병재라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빈첸이라는 랩네임으로 대중과 친숙해졌다. 이 가운데 나온 ‘보이콜드2(BOYCOLD2)’는 대중과 친숙한 ‘소년 이병재’의 마지막 앨범이다.

빈첸은 지난해 12월 27일 프로듀서 보이콜드와의 합작 앨범 ‘보이콜드2(BOYCOLD2)’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가오리’를 비롯해 총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엠넷 ‘고등래퍼2’에서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던 보이콜드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앨범인 만큼 지금까지 선보여왔던 빈첸 특유의 스타일을 넘어 한층 더 성장한 그만의 음악성을 엿볼 수 있다.

타이틀곡 ‘가오리’는 빈첸이 줄곧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으로 내세우고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공간으로 꼽았던 아쿠아리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다. 그는 유유자적하게 아쿠아리움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처럼 무덤덤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가장 핫한 뮤지션인 식케이(Sick-K)가 피처링해 랩에 힘을 실었으며 트렌디한 사운드는 물 속에 있는 듯 묘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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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첸(사진=로맨틱팩토리)



’36 필즈(36 pills)’는 지금까지 빈첸이 발매했던 노래들 가운데 가장 타이트한 랩이 담겨있다. 시작과 함께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랩은 스킬면에서 한층 더 성장한 래퍼 빈첸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들려오는 네 번째 트랙 ‘선의의 거짓말’은 지금까지 만나볼 수 없었던 빈첸의 감미로운 러브송이다. 빈첸 특유의 진중하고 자신의 내면을 담아낸 노래들이기에 곱씹어 듣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트랙 ‘연기’는 준비된 스토리텔러, 대중성을 겸비한 래퍼 빈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쁜 삶 속에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 힘들 때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던 형,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사랑을 줬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 등 과감함에서 나아가 덤덤하게 속마음을 꺼내는 진솔한 그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에게 사랑 받은 보컬리스트 정인의 음색이 더해지면 이 이야기의 깊이는 배가된다.

빈첸은 ‘고등래퍼2’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랩음악에 담아낼 수 있는 준비된 래퍼라는 것을 보여줬다. 힙합은 곧 ‘머니 스웨그’라는 틀을 깬 소년은 이제 어엿한 성인 래퍼 빈첸이 됐다. ‘보이콜드2(BOYCOLD2)’는 빈첸이 소년 이병재에게 전하는 마지막 앨범이자,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리스너를 향한 멜로디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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