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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민한;뷰] ‘내안의 그놈’, 뚱보는 왜 ‘아싸’인가요?
인터넷상에서 예민함의 끝판왕 달리는 이들에겐 종종 '예민보스'라는 신조어가 붙여진다. 하지만 때론 기민함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예민보스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매주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좀 더 예민한 눈으로 장면 장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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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뚱뚱한 캐릭터의 희화화 이젠 지겹지 않나?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내안의 그놈’은 명문대 출신의 조직 폭력배 판수(박성웅)과 평범한 고등학생 동현(진영)이 사고로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극 중 고등학생 동현은 뚱뚱한 학생으로 나온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왕따를 당하고 그의 모습은 웃음 코드로 사용된다. 세상엔 다양한 인종과 외형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 웃음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 장면1: 판수와 동현의 운명적 만남

조직 폭력배이자 재벌가 사위인 판수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장소인 작은 분식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고등학생 동현과 만나게 된다. 깔끔한 성격의 판수는 자신이 추억하고 있던 라면 맛과 다르다며 주인과 실랑이를 한다. 그 때 라면을 먹고 있던 동현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겁에 질린 채 일어선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사정을 말하는 동현. 분식집 주인은 판수에게 대신 돈을 받겠다며 동현을 보내준다. 어쩔 수 없이 동현이 먹은 라면 값까지 계산하게 생긴 판수는 라면을 네 그릇이나 먹은 동현을 향해 화를 참으며 한 마디를 내뱉는다. “돼지새끼”

■ 장면2: 판수 덕에 환골탈태한 동현

사고로 동현의 몸으로 영혼이 들어오게 된 판수는 기존에 동현이 먹었던 양에 놀란다. 그러면서도 “식탐이 끊이지 않아”라고 동현의 몸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먹어치운다. 그런 판수는 동현과 함께 왕따를 당하던 현정(이수민)을 돕고 친해지기 위해서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기존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던 판수에게 몸만들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판수는 동현의 몸을 다이어트로 완벽하게 환골탈태 시키고 그 모습에 왕따였던 동현은 학교 여학생들을 사로잡는 킹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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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민한 시선


‘내안의 그놈’을 보고 나왔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는다면 “돼지새끼”였다. 그만큼 빈번하게 나온다. 동현을 왕따 시키는 가해자들은 말 끝마다 “돼지새끼”를 붙이고 판수도 첫 만남부터 동현을 그렇게 불렀다. 뚱뚱한 외형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 웃음의 목적으로 희화화 하기도 한다. 판수의 수하로 나오는 만철(이준혁)은 동현을 돼지라고 부르고 “불판에 올려버릴까 보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동현과 또 다른 빵셔틀 학생이 뚱뚱해서 화장실 문에 끼는 설정도 웃음을 위한 포인트로 넣었다. 동현은 삼겹살에 햄, 소시지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기도 한다. 비만인은 무조건 먹보로 그려졌다.

뚱뚱한 사람은 무조건 일명 아싸(아웃사이더), 왕따로 묘사되는 설정도 편협한 시선이다. 그리고 동현은 살을 빼자마자 학교 여학생들을 한순간에 사로잡는 킹카로 묘사됐다. 살이 쪘을 때나 살을 뺐을 때나 동현의 몸엔 판수의 영혼이 있었다. 그 내면은 그대로였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외형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동현을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는 한순간에 바뀐다.

개그 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뚱보를 캐릭터화 시키고 웃음 코드로 사용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웃음이라는 이유로 한 표현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소수자를 향한 희화화로 짜낸 웃음은 그저 씁쓸할 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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