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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윤계상 “배우로서의 강박, ‘범죄도시’ 이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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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범죄도시’ 이후 달라졌어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지난해 윤계상은 ‘범죄도시’를 통해 그토록 기다렸던 흥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했다. 더불어 장첸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의 다음 작품에 기대가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강렬했던 장첸 이후 윤계상이 선택한 인물은 시대극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지식인이다.

윤계상은 영화 ‘말모이’에서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으로 분했다. 장첸에 비하면 조금은 심심할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윤계상은 ‘범죄도시’ 이후, 또 ‘말모이’ 이후로 연기관이 변화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사실 정환이라는 캐릭터는 뭔가를 보여주는 인물은 아니에요. 전작(‘범죄도시’) 이미지가 강해서 출연 결정에 고민이 있었나요?

“제일 첫 번째는 이야기의 힘이었어요. ‘말모이’라는 이야기 자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근데 연기를 막상 하려고 하니까 정환이는 정말 어려운 인물이더라고요”

▲ 워낙 댄디한 이미지가 있는데도 시대극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새로운 장르라서 굉장히 자극이 됐을 것 같아요

“항상 연기가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있어요. 그래서 늘 다른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 말이라는 소재를 가진 시대극은 지금까지 없었어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놀라웠고 이런 것들이 알려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말모이에 대한 노력했던 사람들, 몸 바쳤던 이야기가 좋았어요. 촬영 전에 한글 학회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공부했어요”

▲ 엄유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나오는 말들이 문어체라서 연기하기가 어려워요. 그걸 구어체로 좀 바꾸려고 하면 정환이가 가진 풋풋함이 없어지고 시대배경을 생각해도 현실감이 떨어지고 힘들었어요. 감독님은 오히려 그런 게 정환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조금이라도 잘못 하면 오해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하나 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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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하면서 불안이 확신으로 바뀌는 지점이 있었나요?

“영화를 보고 나서요. 제일 잘한 건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감정이 드러나는 게 필요한 역할이 있고 감추면서 증폭이 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정환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렇게 잡아간 게 잘한 선택 같아요”

▲ ‘소수의견’ 이후 다시 만난 유해진과 호흡은 어땠나요?

“어땠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절대적으로 신뢰해요. 신뢰성이 탄탄해서 다시 한 번 연기로 호흡 맞추고 싶어요. 대신 상대편이 되긴 싫어요. 꼭 같은 편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웃음). 시나리오가 처음 왔을 때 유해진 선배가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였어요. 이 영화를 하고 싶은 요인 중 하나였죠.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는 절대적으로 호흡이 중요해요. 기싸움이 불필요하죠”

▲ ‘말모이’는 판수(유해진)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어떻게 보면 정환이의 성장 스토리기도 해요

“나의 경험을 조금 첨가시켰어요. 사람이 책임감이 주어지면 조금의 빈틈도 크게 다가와요. 예민한 상황이 되죠. 정환이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달라진 아버지, 말모이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도 다치고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예민해지는 게 딱 그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판수가 조금씩 덜어 주면서 원래의 정환이의 모습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봤어요”

▲ 본인의 어떤 경험을 말하는 거예요?

“배우로서 강박이 강했거든요.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범죄도시’로 달라졌어요. 정말 호흡이 정말 좋았던 영화였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걸 통해서 느꼈던 건 다 같이 가야한다는 거예요. 평생 연기하면서 작품을 위해 기꺼이 몸을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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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 이후 달라진 건가요?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이잖아요. 자기 역할에 대한 생각을 소통하게 됐어요. 사실 그 시간을 할애해주고 같이 장면을 만드는 게, 자기 시간을 내준 자체가 도움이잖아요. 자기 시간을 값어치 있게 쓰고 싶고 각개전투하는 현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범죄도시’는 전혀 안 그랬어요. 그냥 팀이었어요. 그걸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그런 식으로 하려고요. 그래야지 새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 같아요

“배역에 생명이 있는데 그 찰나를 기억하고 생각이 들면 딱 표현해야 되는데 항상 아쉬워요. 끝나면 더 많이 보여요. 평생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너무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쪼임을 당하는 걸 스스로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 벌써 배우로 14년차에요. 스스로를 돌아보자면 어떤 것 같나요?

“미친 듯이 예민해질 때가 있었어요. 작년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 열심히 한 게 증명이 된 것 같은 거만한 부분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다 합쳐져서 이렇게 걸어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이런 에너지를 만들게 된 동기이지 않나 싶기도 해요. 가끔 내가 한 연기들이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되게 솔직한 사람이라서 캐릭터에 감정이 투영돼요. 궁금해서 보면 이렇게 예민했구나 생각해요. 근데 이때 느꼈던 배우로서의 감정이 하나도 버릴게 없다고 느꼈어요. 14년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 가장 중심에 있던 것은 진정성과 절실함이었어요”

▲ 이제 연기를 즐기게 됐나요?

“이제 다른 재미가 커졌어요. 연기를 통해 소통하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나같이 치열한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어요. ‘말모이’ 팀이라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감정에 꽂히면 쉽게 가는 배우가 없었어요. 이해가 안 되면 치열하게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 첫 촬영 기억나요?

“그럼요. ‘발레교습소’ 첫 촬영 때 현장의 에너지가 있잖아요. 내가 가수를 하다가 처음 연기하게 됐는데 뭐라도 불편할까봐 변영주 감독님을 비롯해서 모든 스태프들이 너무 애를 써주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 감동 받아서 촬영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는데 찌질하게 울었어요(웃음) 많은 사람들에게 케어를 받는다는 사실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그 마음 때문에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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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사실 god로 최고점을 찍었고 스타였는데 그 자리를 버리고 배우의 자리로 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건 없어요. 인생이 너무 길거든요. 난 물건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해요. 근데 내가 담고 있는 건 죽을 때까지 가요. 그래서 내 안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od랑 다시 뭉쳤을 때도 가장 좋았던 게 그들과 나눴던 추억이 다시 생기는 게 좋았어요. 스타성이 있던 그 시절이 평생 감사하지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윤계상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god로 20주년을 맞았고 공연도 하고 있잖아요.

“사실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20년간 생각했던 안무를 이제 틀리는 나이가 됐어요(웃음). 지금은 그래서 모두 준이형을 존경해요. 공연하면서 팬이 변해가는 것도 볼 수 있어요. 배우로 관객을 대하는 것과는 조금 마음이 달라요. 팬들이 가수는 그 본질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깊고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떼창을 해주는 팬들이 어디 있겠어요. 준이형 건강만 괜찮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 ‘범죄도시’로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말모이’ 이후에 연기관에도 변화가 있나요?

“언제나 작품이 끝나고 나면 영향을 받아요. 정환을 살면서 그 시대와 사람들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게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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