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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송강호 “호불호 갈릴 ‘마약왕’, 배신감 느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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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배우로서 반가웠죠”

1000만 돌파 작품을 세 편이나 내놓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1억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배우. 이 수식어만으로도 송강호를 향한 한국 관객들의 신뢰가 드러난다. 어떤 작품이건 송강호가 출연한다면 흔쾌히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것, 배우에게 그만한 영광이 어디 있을까.

송강호는 이번 영화 ‘마약왕’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것도 호감형과 거리가 먼 범죄자다. 그간 많은 캐릭터를 선보였던 송강호에게 또 발견할 것이 남았나 싶지만 ‘마약왕’ 속 송강호 혹은 이두삼은 낯설다.

▲ 송강호 연기의 종합판인 아닌가 싶어요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이두삼이라는 인물의 10년간 변천사를 담지만 상당히 진폭이 있어요. 사회적 위상이나 감정의 진폭도 있고. 그래서 정말 다채롭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 우민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전달했다고 들었어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마약이라는 소재가 흔치 않기도 하고 사회악이라는 존재이나 미국이나 남미랑은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낯설기도 하고 잘 모르는 세계이다 보니까 두렵기도 했어요. 그 지점이 배우로서 호기심이랄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가공된 인물이지만 그 바탕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실제사건에서 오는 리얼함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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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롭게 표현하고 싶다고 했는데 연기하면서 고민이 상당했을 것 같아요

“마약이라는 세계를 집중 탐구는 영화라기 보단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가진 본질에 삐뚤어진 욕망, 집착과 파멸로 이루어지는 굴곡진 인생에 대해서 초점을 뒀어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약할 수밖에 없고 무너지면서도 쾌락을 놓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 그간 소시민 역할을 많이 했는데 배우로서도 새로운 변신이에요

“일부러 선택한 것은 아닌데 10여년간 소시민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인물 연기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마약왕’이 배우로서 반가웠어요. 멀게는 ‘초록물고기’ ‘살인의 추억’때 가진 유쾌함을 이 영화에서도 어느 지점에서 발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예전에 송강호의 유쾌함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후반부엔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객들도 ‘이런 모습은 처음보네’ 싶지 않을까 싶어요”

▲ 소시민 캐릭터를 하면서 갈증이 있었나요?

“일부러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거나 미지의 마약 세계를 기다린 건 아닌데 적절한 시기에 반갑다 정도의 생각은 들어요”

▲ 마약에 취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에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기본적으로 제작진이 책으로 된 자료를 주긴 했는데 크게 도움은 안 됐어요. 상상력과 연습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영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인권과 관련된 부분이니까요. 또 이두삼이 처한 상황과 다른 나라의 상황은 다르니까 외부적으로 참고하기도 힘들었죠”

▲ 후반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 보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연기할 땐 좀 더 길었어요. 대사도 더 있고. 영화니까 압축을 해서 보여준 것 같아요. 상업영화에선 그런 부분이 도전이죠. 위험한 요소이긴 하지만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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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밤바다에 빠지는 장면도 있고 거꾸로 매달려서 맞는 장면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괴로웠던 것은 정신적으로 마약에 취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고난이도였어요. 경험이 없는 상황이잖아요. 최대한 마약에 취한 생각을 했죠(웃음). 접하지 않은 것을 했는데 모든 오감을 작용해야 해요. 발가락까지요. 들은 이야기지만 온 세포가 살아난다고 하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 했어요”

▲ 아무래도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아요. 연말 대진표가 만만치 않아요

“난 다양해서 좋더라고요. 관객들도 다양하게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작품만 본다면 후반부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내부자들’ 같이 구조가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익숙한 구조가 아니다 보니까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호불호가 있을 거예요. 만장일치의 느낌보단 논란도 있을 수 있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가 됐으면 해요”

▲ 아무래도 송강호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가 크잖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상당히 부담이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이 작품을 하면서 방향성을 좌지우지 하는 만큼은 아니에요. 이번에도 결과를 떠나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에요. 1000만을 생각하고 고를 수도 없고(웃음). 앞으로 나올 작품을 봐도 알겠지만 ‘기생충’ ‘나랏말싸미’는 ‘마약왕’과 비교했을 때 달라서 반가워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는 게 목표에요. 결과는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 이름값에 대한 부담감이 방향성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난 이념적으로 치우친 배우도 아니에요. 개인적 가치관은 있겠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요. 가장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고 몰랐던 이야기들, 새로운 방식들을 추구하는 것이 배우로서 최대한 욕심이 나요”

▲ 송강호도 돌아보면 아쉬운 연기가 있나요?

“그렇게 따지면 1000만 넘었다고 아쉬움이 없겠어요(웃음). 어떤 작품이든 있어요. 관객들에게 평가를 덜 받고 이런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능력이 부족할 때, 그 작품을 흡수 못한 내 능력에 아쉬움이 있죠. 그걸 잘 극복하는지가 중요해요. 우리 인생사가 늘 좋은 길만 갈수 있는 게 아니니까 자유롭게 생각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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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이 배우 인생에서도 자극이 될 것 같아요

“작품에 자극받는다는 게 가장 정확해요. 새로운 작품을 만났을 때 작품이 요구하는 인물들, 이런 것들이 과연 내가 생각했던 세상과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괴리감이 있다면 작품과 인물과의 연구가 나에게 자극이 돼요. 난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잖아요. 작품을 할 때는 그것만 하는 편이라서 특별히 다른 일엔 자극을 받는 편이 아니에요”

▲ 배우로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기도 하겠네요

“화려한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그렇지도 않고요. 이 작업 자체를 구태의연하지만 외롭다고 표현해요. 왜 그러냐면 결국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해야 하니까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결과물을 배우가 책임을 져야 해요. 이 톱니바퀴에 행복만 있을 수 없어요. 너무 괴로운 작업일 수도 있고.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칭찬을 받든 안 받든 그 과정 자체가 달달한 건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외롭지 않나 싶어요. 그걸 극복하는 건 역시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과의 협연이죠. 작은 성취감을 얻었을 때 오는 희열, 그런 부분이 작은 힘이 돼요”

▲ ‘마약왕’은 이두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송강호의 배우 일대기를 그린다면?

“아무래도 연기할 때 연극할 때가 가장 위기였죠. 이 길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생각을 두 번 정도 했어요. 워낙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과연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때가 인생의 위기였어요. 그건 다른 배우들도 한 두 번씩 겪는 일 아닌가 싶어요. 절정은 ‘마약왕’을 기다리는 이 순간이죠(웃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새 작품 기다리는 시점인데 이만한 절정이 어디 있겠어요. 기대도 되지만 초조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매번 그런 절정이 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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