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씨네;리뷰] "약 빨았다"…'마약왕' 송강호 연기의 정점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놀라울 정도로 극찬을 보낼 때 소위 ‘약 빨았다’는 표현을 쓴다. ‘마약왕’에선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극 중 송강호가 약에 취한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의 연기는 ‘약 빨았다’는 말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마약왕’은 1970년대, 마약으로 권력과 돈을 지배한 남자 이두삼(송강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 부산에서 있었던 마약 유통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마약왕’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 당시 시대상을 담아냈다.

수출만이 나라를 살린다고 외치던 세대였다.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은 우연한 기회에 마약 밀수에 가담을 했다가 제조와 유통까지 발을 뻗는다. 심지어 일본으로 마약 수출까지 하며 애국을 한다고 기고만장해진다. 여기에 로비스트인 김정아(배두나)의 도움으로 더 높은 곳까지 올랐다가 파멸한다.

‘마약왕’은 한 남자의 10년을 2시간 20분 안에 담아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러닝타임은 다르게 느껴진다. 10년이라는 시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굵직한 사건들이 흘러가고 이두삼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은 스쳐지나가는 정도다. 사건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시간이 훅훅 흘러간다. 하지만 이두삼이라는 한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다가온다.

‘내부자들’을 통해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권력자들의 이면을 그려냈던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으로 시대를 옮겼을 뿐이다. ‘마약왕’에서도 시대의 아이러니와 부정부패의 관료들, 상류층의 민낯, 한탕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문제는 이 시대를 다뤘던 작품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마약왕’이 그리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캐릭터들도 전형적이다. 경상도 출신의 남자가 성공을 쫓고 파멸해가는 이야기, 한국 영화 몇 편을 섞어 놓은 듯하다.

이미지중앙


마약이라는 소재, 폭력적인 장면들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당연하긴 하지만 ‘내부자들’보단 수위가 낮아지긴 했다. 다만 이번에도 남성들의 유희적 도구로 여성이 사용된다. 작품마다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던 배두나조차도 ‘마약왕’에선 이두삼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 시대를 그려내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으나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왕’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낸 송강호는 그 안에서 여러 변주를 보여준다. 소시민에서 욕망에 휩싸인 남자, 그리고 파멸까지 그는 시대가 만들어 낸 괴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특히 관객들의 호불호가 가릴 것으로 예상되는 후반부는 송강호의 '약 빤' 연기의 절정이다. 눈을 뗄 수 없다.

송강호 뿐만 아니라 김소진, 김대명, 이성민, 윤제문, 최덕문, 김홍파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돼 작은 역할도 매력 있게 살려냈다. 그 중에서 성강파 보스 역할을 한 조우진은 분량은 적지만 존재감은 빛난다. ‘국가부도의 날’의 그 얄미운 재정국 차관이 맞나 싶다. ‘내부자들’를 통해서 빛을 본 조우진은 우민호 감독에게 이제 빚을 갚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왕’은 19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