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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드라마 왕국' 탈환했지만…MBC 품은 장르물의 양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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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MBC가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연출 김대진 이동현, 극본 허준우 강이헌)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6%를 돌파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이는 올해 MBC 월화극 중 최고 기록이다. 그런가 하면 MBC 수목드라마 ‘붉은달 푸른해’(연출 최정규 강희주, 극본 도현정)는 방송 첫 주에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1위를 차지하며 화제성을 증명했다.

‘나쁜형사’와 ‘붉은달 푸른해’의 선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올해 MBC 드라마 성적표가 유독 처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위대한 유혹자’ ‘사생결단 로맨스’ ‘배드파파’ 등 최저 시청률이 1%대까지 추락한 작품만 3편이 나왔다. 올해 지상파 드라마 중 1%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총 7편. 거의 절반을 MBC가 차지한 셈이다. ‘나쁜형사’와 ‘붉은달 푸른해’가 MBC의 구겨진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나쁜형사’와 ‘붉은달 푸른해’는 어떻게 시청률 부진의 악순환을 끊게 됐을까? 우선 두 작품의 공통된 요소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장르물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더 나쁜 형사 우태석(신하균)과 매혹적인 사이코패스 기자 은선재(이설)의 공조를 다룬 수사물이다. 영국 BBC 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했으나 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나쁜형사’ 제작진의 판단 아래 주요 캐릭터와 에피소드 일부만을 유지하고 파격적인 각색 과정을 거쳤다. 과연 새롭게 재창조된 ‘나쁜형사’는 원작 팬과 국내 장르물 마니아들을 함께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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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아동상담사 차우경(김선아)이 의문의 사건과 얽히며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의 ‘붉은달 푸른해’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를 내세운다. 특히 ‘붉은달 푸른해’는 작중 사건들이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보다 의미깊은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시를 활용한 전개로 문학적인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장면마다 메타포를 활용한 연출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영상미도 ‘붉은달 푸른해’만의 매력 포인트다. 이런 장점들이 만나 평균 시청률 4~5%대였던 ‘붉은달 푸른해’는 지난 12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 6.0%를 기록하며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과감한 시도의 승리다. 그간 지상파에서 웰메이드 장르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장르물은 대개 스토리가 복잡하고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의 등장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니 시청률 확보도 쉽지 않다. 보다 폭넓은 연령층의 시청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지상파에서는 장르물 제작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결국 지상파에서 반복되는 뻔한 사랑 혹은 가족 이야기에 지겨움을 느낀 시청자들은 케이블로 발을 돌렸다. 작품의 수위를 설정하는 데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에서는 올 한 해만 tvN ‘무법 변호사’ OCN ‘작은 신의 아이들’ ‘라이프 온 마스’ ‘손 the guest’ ‘플레이어’ 등 다양한 장르물을 선보인 바. 모두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MBC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지상파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제대로 파악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나쁜형사’와 ‘붉은달 푸른해’가 시청률은 물론, 작품성으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냄으로써 ‘드라마 왕국’으로서 MBC의 자존심도 함께 세워지고 있다. MBC의 영리한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한편, 작품의 흥행과 별개로 장르물 방영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지점도 있다.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 일이다. 특히 ‘나쁜형사’의 경우 MBC에서 9년 만에 19세 이상 시청 등급 판정을 받은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캐릭터의 역사를 소개하는 1~2회에 한해 미성년자 시청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지만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19금 편성은 부적절했다”거나 “잔인함이 지나쳐 자녀들과 보기에 불편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연령 제한이 15세로 내려간 뒤에도 ‘나쁜형사’에는 여전히 모자이크 처리된 칼이나 총격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앞서 ‘나쁜형사’ 김대진 PD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에 기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붉은달 푸른해’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영상의 색감이 다소 어둡고 사용되는 배경음악이 주로 잔잔한 탓에 극 자체에 우중충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설정이 심신이 미약한 시청자들에게 우울감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 역시 ‘붉은달 푸른해’ 제작진의 몫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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