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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코노미 관계학] ③교집합無…안녕! 낯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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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의 단어가 익숙한 시대다. 1인 가구가 트렌드의 중심이 된 지도 오래됐다.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SNS상 소통이 더 익숙해지기도 했다. 이런 소통 단절을 지적하며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책도 나왔다. 그런 시대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움직임도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관계를 타파한 새로운 관계형성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아무런 교집합 없는 사람과 대화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나이주의’ 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사회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었는데 나이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깨기 위해 반말모임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을 하고 호칭을 생략하면서 서로 동등하게 대하게 됐다며 주위에 전파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 인터뷰이가 추천한 것처럼 최근 온라인상에선 일명 ‘수평어’라고 하는 모임이 삼삼오오 생기고 있다. 운영 방식도 제각각이다. 나이, 직업에 취향도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일회성 만남에 진솔한 대화가 이뤄질까 의문이 생겼다. 평소 한 낯가림 하는 성격이지만 내 자신을 가지고 테스트에 나섰다.

■ 준비단계

일단 앱을 통해서 참여 신청을 해야 한다. 모집 인원이 소수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인원수가 차버린다. 신청은 성공이다. 나이와 직업은 밝히지 않기, 호칭 대신 이름 부르기라는 룰이 있다. 모임 전에 나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짧은 소개서도 작성해야 한다. 인적사항이 아닌 내가 관심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 등이 질문의 주를 이룬다.

■ 운명의 날

신청을 하고 잠시 잊고 있었다. 모임 당일 반말로 작성된 공지사항 문자를 받고 깨달았다. 서울 모처에서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모임이 진행된다. 문자를 받고 나서 심란해졌다. 소개서도 작성 안했고 퇴근 후면 기력도 없다. 안 가야되는 이유를 100가지도 만들 수 있다. 낯선 사람과 대면하는 자체만으로 부담이 됐다. 이동을 하면서도, 모임 장소의 문을 열기 전까지도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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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임 만날 수 있는 프립앱(사진=프립 홈페이지)



■ 순간 삭제된 시간

쭈뼛거리며 들어서자 참가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안녕”하고 인사를 건넸다. 뻘쭘하게 인사를 하고 앉아서 참가자들을 쓱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 다 어려 보인다. 나이가 무관한 모임인데 나도 모르게 나이를 예측해버렸다. 초반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불리고 싶은 애칭과 일상을 이야기하다 보니 분위기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각자 작성한 소개서를 다 같이 공유했는데 정성스럽게 작성한 친구들이 많았다. 간략하게만 소개를 써놨던 스스로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이후 소수로 나눠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고민과 취향이 술술 나온다. 반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어느 순간에 잊어 버렸다.

■ 일회성 만남의 친구

약 2시간의 대화를 통해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다. 취준생의 고민부터 연애 상담, 비혼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사실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나이대가 짐작이 됐다. 누군가에겐 이미 경험을 해봤던 고민이기도 하고 앞으로 해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 그냥 함께 나눴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그래서 친구가 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대화가 가진 힘이 있다. 낯선 사람들인데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렵지 않았다.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한 기분이다. 나에겐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고 성과다. 말 못할 고민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한번쯤 체험해보는 걸 추천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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