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한국 영화계에서 마동석만큼 캐릭터가 분명한 배우가 있을까.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마동석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내놓았던 작품들은 그 단점들을 극대화 시켜 실망만 안겼다. 그리고 다시 칼을 갈고 내놓은 작품인 ‘성난 황소’는 그나마 마동석의 장점을 잘 살린 영화다.

‘성난 황소’는 거칠었던 과거를 벗어나 수산시장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도 있는 동철(마동석)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해결을 되지 않자 직접 납치범 기태(김성오)를 찾아 나서 아내를 구하고 악인들을 처단한다.

한 줄의 시놉시스만으로도 ‘성난황소’가 그려낼 이야기가 짐작이 된다. 그리고 배신하지 않고 착실하게 루트를 따라간다. 착실하게 보였던 동철은 아내가 사라진 후 돌변하고 납치범 기태는 그를 자극하며 대립한다. 그리고 동철을 돕는 동료 춘식(박지환)과 곰사장(김민재)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유머코드를 담당한다. 그동안 영화에서 너무 많이 봐왔던 공식이다.

강력한 히어로가 있으면 그에 맞서는 빌런도 강해야 한다. 하지만 ‘성난 황소’의 악인인 기태의 서사는 빈약하다.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다. 그는 돈을 가지고 사람들을 테스트한다.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이 설정에서 의아한 부분은 돈에 상응하는 대체물이 다 여자라는 점이다. 빚을 진 아버지를 위해 딸이 팔려가고 아내가 납치된 후 남편에겐 돈이 전달된다. 납치된 여성은 또 다시 팔려간다. 시대착오적 설정이다. 그나마 지수라도 능동적인 캐릭터라서 다행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성난 황소’는 최근 마동석 출연작 중에선 그의 장점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성난 황소’는 액션만은 화끈하게 보여준다. 액션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정도 지루함은 참아볼 만하다. 주먹 한 방이면 상대가 날라 가고 캐비닛이 구겨진다. 자신보다 큰 체력의 상대도 들어올린다. 마동석의 맨몸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구멍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특히 춘식과 곰사장 역의 박지환, 김민재의 콤비 플레이는 ‘성난 황소’의 백미다. 가끔 웃음을 위해 설정이 과하지 않고 핑퐁처럼 주고받는 두 사람의 호흡은 훌륭하다. 박지환, 김민재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성난 황소'에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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