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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송승헌 “여유로웠던 ‘플레이어’ 현장, 스태프 처우 더 개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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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플레이어' 강하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송승헌(사진=더좋은이엔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 송승헌의 변화가 반갑다.

1990년대 청춘스타로 사랑받았던 그가 2018년 OCN ‘플레이어’를 통해 능글맞은 사기꾼 강하리로 변신하기까지, 송승헌은 안팎으로 여러 변화를 겪었다. 20~30대의 그는 반듯하고 멋진 캐릭터로만 기억되고 싶었단다. 그러다 ‘당신의 연기로 감동받았다’는 팬레터 한 통을 읽고 나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연기의 가치를 깨달았고 고민은 깊어졌다. 그제야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됐다. 이제 웬만한 현장에서 ‘연장자’에 속하게 된 송승헌은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진짜 베테랑 배우가 됐다.

▲ ‘플레이어’가 최종회 시청률 5.8%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어요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잘 나올수록 스태프들이 힘을 얻는 게 사실이에요. 다들 열심히 한 만큼 높은 시청률이 나왔고, 또 나에 대해서도 ‘다시 봤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듣게 돼 기분좋게 마무리했습니다”

▲ ‘플레이어’는 팀워크가 중요한 드라마였죠?

“처음에는 ‘우리 네 명의 조합으로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넷 다 처음 보는 사이였거든요. (이)시언이도 밝은 것 같지만 내성적이고 (정)수정이는 더했죠. (태)원석이는 비중이 큰 역할을 처음 맡는 것이기도 했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다들 나를 어려워했대요. 하하. 나 역시도 후배들을 편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친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예전 같으면 식사도 배우들 각자 스태프들과 하고 다시 모여서 연기하고 헤어지는 식이었는데 ‘플레이어’는 거의 같이 밥을 먹으러 다녔어요.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친해지려고 했죠.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팀워크가 끈끈했습니다. 촬영이 다 끝나고 수정이가 ‘이렇게 재미있는 현장은 처음이었다’면서 많이 아쉬워했을 정도로요”

▲ 편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주고받았을 것 같은데요

“애드리브, 너무 많았죠. 중요한 건 애드리브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너무 넘쳐도 작품에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PD님이 판단했을 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어요. 애드리브를 철저히 편집하는 제작진도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배우의 입장에서 조금 의욕이 떨어지기도 해요. 물론 제작진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는 건 맞지만, 캐릭터에 있어서는 배우가 더 잘 알 수 있잖아요. 그렇기에 열정을 갖고 없는 대사를 만드는 건데 (방송에서) 다 잘려 나오면 김이 빠져요. 그런데 ‘플레이어’는 오히려 PD님이 ‘얼마든지 생각해오라’면서 작가님과 의논해 반영시켜주셨습니다. 덕분에 배우들 모두 (연기에) 더 욕심을 갖게 됐죠”

▲ 거침없이 망가지기도 했습니다. 단발머리 가발을 쓴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웃음)

“PD님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어요. 처음에는 ‘미친 거 아니냐’고 했어요. 너무 이상할 것 같아서요. 작품에서 가발 쓴 게 처음이에요. 막상 써보니까 다른 사람 같더라고요. 스태프들이 ‘머리빨이었네요’ 이랬어요(웃음) 내가 봐도 내가 아닌 것 같더라니까요.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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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좋은이엔티)



▲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강하리를 통해 편안한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었어요

“실제로 연기할 때 너무 편했어요(웃음) PD님이 KBS2 ‘여름향기’(2003) 조연출로 나를 처음 만났어요. 작년에 OCN ‘블랙’에서 B팀 감독을 맡기도 했고요. 평소에 형동생하는 사이죠. 그래서 ‘플레이어’에 대한 계획도 미리 알고 있었어요. 어딘가 모자라지만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더라고요. 특히 하리와 내가 비슷하다고 했어요.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는 안 그러거든요. 편하게 욕도 하고 장난도 치고… PD님도 나의 그런 모습을 아니까 하리를 통해 보여주기를 원했죠. 덕분에 팬들도 ‘다시 봤다’ ‘새로웠다’고 이야기해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송승헌이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그만큼 정형화됐구나’란 생각도 했어요”

▲ 대중은 ‘배우 송승헌’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반듯하고 정의롭고 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거는 순애보? 바른 생활 사나이? 그런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역할도 했지만요. 앞서 ‘블랙’에서 저승사자를 연기하면서 느꼈고, ‘플레이어’로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특히 이번에는 내가 갖고 있던 연기 습관도 많이 버렸습니다. 이를테면 극 중 심각한 상황에는 좀 힘을 줘서 연기해야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PD님은 ‘오히려 더 쿨하게 웃으면서 가자’시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반응이 더 좋았고요”

▲ ‘바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갈증을 느껴왔나요?

“영화 ‘인간중독’(2014)이 갈증을 해소하기 시작한 작품이에요. 20대~30대의 송승헌이라면 안 했을 것 같거든요. 내가 연기한 역할이 부하의 와이프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였어요. 어릴 때의 나였으면 못했을 거예요. 막상 ‘인간중독’을 하고 나니까 이후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시야가 넓어졌어요. 마음도 훨씬 편해졌고요. 그러면서 연기하는 재미도 느꼈어요. 특히 ‘블랙’ 하고서는 ‘왜 진작 이런 장르물을 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그것만의 재미에 빠졌죠”

▲ 작품 선택의 기준이 바뀌었군요

“나는 오히려 20~30대에 열정이 덜했어요. 연기자를 꿈꾸던 사람도 아니었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다음주부터 나오라’고 해서 운 좋게 시작한 일이 배우였죠. 연기 고민을 할 틈 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재미보다는 돈벌이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철저히 일로써만요. 그러다 군 제대 후 팬레터를 받았어요. 대개 팬레터 내용이 비슷한데 어떤 팬이 ‘우연히 당신 작품을 보고 좋아하게 됐다. 당신 연기로 감동하고 행복함을 느꼈다. 당신이 하는 일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데 고마워하며 살라’고 적었더라고요. 와 닿았어요. 내가 일로 생각한 직업이 누구에게 감동을 준다니.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더 진지하게 임해야겠다고요. 20대~30대의 내가 정의롭고 멋진 캐릭터만 하려고 했던 데 반해 (팬레터 이후) 갇혀온 방식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장르물에도 출연하게 된 거고요”

▲ 한동안 장르물에서만 만날 수 있을까요?

“나도 ‘앞으로 사랑 때문에 우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더라고요(웃음) 닭살스럽지 않을까요? 최근에 TV에서 KBS2 ‘가을동화’(2000) 재방송을 해주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풋풋하던데요. 하하. 그런데 요즘에는 ‘가을동화’ 같은 멜로가 없잖아요. 같이 자란 남매가 알고 보니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누가 볼까 싶기도 해요.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그래도 유행은 돌고 돈다고 언젠가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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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좋은이엔티)



▲ 문득 궁금해졌는데 정수정도 ‘가을동화’를 알고 있던가요?

“아마 못 봤을 거예요. 수정이가 아주 어릴 때 한 드라마니까요(웃음) 현장에서 세대 차이를 느낀 적도 많아요. 시언이나 김원해 선배와 시는 시간에 옛날 노래 틀어놓고 부르면 수정이가 와서 ‘이게 무슨 노래냐’고 물어봐요. 따지고 보면 수정이 유치원 때 노래들인 거예요. 실제로 내가 연기한 시간이 수정이 나이와 비슷하니까요. 하하”

▲ 적잖은 시간 연기한 만큼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도 느끼죠?

“확실히 좋은 쪽으로 바뀌었죠. 스태프 처우에 대한 배려가 깊어졌어요. 예전에는 아침에 모여서 새벽 3~4시까지 촬영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집합했어요. 그런 식으로 서너 달을 살면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도 요즘은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려고 하니까요. 물론 힘든 것은 마찬가지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어요. 사전제작 시스템도 많아지는 것 같고요. 연기자로서 스태프들이 더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어’도 내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여유있는 현장이었어요. 마지막 촬영이 종영 일주일 전에 끝났고요. 대본도 일찍 나와서 준비하기 수월했죠”

▲ ‘플레이어’ 시즌2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최종회 엔딩에서 아령(정수정)이가 하리·병민(이시언)·진웅(태원석)을 탈출시키잖아요. 그대로 끝나면 아쉽지 않을까요? 시즌1이 국내의 검은 돈을 환수하는 내용이었으니 시즌2는 외국에 숨겨둔 돈을 찾으러 가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특히 친구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시즌2가 결정된다면 함께하고 싶습니다”

▲ 차기작은 정해졌습니까?

“아직 결정한 건 없어요. 일단 겨울에는 좀 쉴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욕심은 많아요. 예전에 한 선배가 ‘남는 건 작품’이라는 말을 했어요. ‘네가 고민한다고 보내는 몇 년, 대중은 이해해주지 않는다’면서요. 당시에 선배가 ‘한국 배우들은 작품을 너무 안 한다고, 흥행에 집착하지 말고 최대한 많이 하라’고 하더군요. 나도 올해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에서 톰 크루즈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어요.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아저씨가 뛰어다니는 것도 대단하고, 여전히 그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도 굉장한 일이죠”

▲ 나이가 들고 경력이 늘수록 현장에서도 연장자에 속하게 되죠?

“‘플레이어’도 PD님과 내 나이가 제일 많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는 다 형, 누나였는데 어느새 또래가 많아지더니 이제는 동생이 더 많아요. 나는 그대로인데 말이죠(웃음) 여전히 고등학교 때 친구들 만나면 그때처럼 놀거든요. 하지만 돌아보면 주위는 다들 결혼해서 애가 있고… 모르겠어요. 이런 마음은 70~80대가 되도 똑같을 것 같아요”

▲ 앞서 ‘가을동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시 출연자들 모두 이제 기혼자입니다(웃음)

“시간이 너무 빨라요. 애들이었는데 이제 애들 부모가 됐어요(웃음) 나도 언젠가 가야하지 않을까요? 결혼 안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나 닮은 아기도 낳고 싶고요. 그런데 아직 철이 없어서요. 운명의 짝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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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좋은이엔티)



▲ 외롭지는 않나요?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해요. 더 편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평소에 ‘집돌이’인데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요. 가끔 친구들 만나거나 골프 치러 다니고요. 요즘 여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멋진 곳이 많잖아요. 촬영 말고 여행을 가본 적이 거의 없어서 버킷리스트로 삼고 있죠. 안 가본 나라, 또 국내에서 못 가본 지역 다 가보는 거요.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피라미드도 보고 싶고요(웃음) 인도도 좋다던데요? 브라질이나 쿠바, 영화 ‘빙우’(2004)를 찍었던 캐나다의 화이트홀스에 다시 가서 환상적인 오로라를 또 보고 싶기도 합니다”

▲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할 생각은 없습니까?

“저번에 시언이 촬영 때문에 잠깐 출연했었는데요. 그때 ‘나 혼자 산다’ CP님이 직접 오셨어요. MBC ‘남자셋 여자셋’(1996~1999) 때 조연출했던 형이거든요. 어느덧 CP가 돼서 ‘나 이제 현장 안 나가는데 너 보러 왔다’면서 출연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예전에 나랑 친한 배우들 몇 명으로 함께 여행가는 프로그램을 제안받은 적도 있긴 한데… 모르겠어요. 재미있게 할 능력이 없어서요. 그래도 요즘에는 시청자들이 연예인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좋아해주시니, 언젠가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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