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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B레이더] 적재, 감수성으로 빛나는 대화법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56. 금주의 가수는 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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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톰프뮤직 제공)



■ 100m 앞, 기타리스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적재’라는 이름을 들으면 기타리스트로서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8년 정재형의 기타 세션을 시작으로 한 그는 박효신, 김동률, 윤하, 정준영, 박지윤 등을 거쳐 현재는 아이유 기타 세션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적재는 태연, 에릭남, 밀리그램, 안녕하신가영, 박원, 이든, 정승환, 마틴스미스, 샘김, 어반자카파, 크나큰 등 셀 수 없이 많은 가수의 노래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브라이트(bright) #2’를 통해 자작곡 ‘뷰(View)’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같은 해 11월 정규 1집 앨범 ‘한마디’를 내며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정재원이라는 본명으로 앨범을 냈지만 여전히 ‘적재’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2015년에는 싱글 ‘사랑한대’를, 2016년에는 싱글 ‘나란놈’, 지난해에는 미니앨범 ‘파인(FINE)’ 까지 매년 하나씩 앨범을 내고 있다.

■ 70m 앞, 대표곡 ‘별 보러 가자’

지난해 발매한 미니앨범 ‘파인’의 타이틀곡이다. 노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너를 떠올리는 애틋한 마음을 담는다. 적재의 포근한 목소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점층적으로 화음의 변화를 주는 후렴구의 가성은 노래의 반짝이는 분위기를 정교하게 표현한다.

특히 ‘별 보러 가자’는 최근 박보검이 전속모델인 한 브랜드의 광고음악으로 쓰여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박보검이 이 곡을 리메이크했고, 적재는 다시 한 번 편곡을 맡았다. 적재의 로맨틱한 매력과 박보검의 다정한 이미지가 만나 시너지를 냈다. 그 결과 ‘별 보러 가자’는 인디차트에 재진입하며 적재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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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톰프뮤직 제공)



■ 40m 앞, 적재가 건네는 조근조근한 대화

이정도면 거의 ‘사기 캐릭터’ 수준이다. 적재는 기타 연주부터 작편곡과 노래 실력, 음색까지 어느 하나 놓치는 게 없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 끌어낸 듯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화려한 연주와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눈에 띄는 노래들을 내놨다. 적재의 보컬도 약간의 기교가 섞였다. 그러다가 신곡을 낼수록 점점 안정을 찾은 적재의 모습이 드러났다. 앨범들은 차분해졌고 심플해졌으며 디테일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각 트랙은 마치 조근조근 속삭이는 대화처럼 들리는데 그 임팩트는 크다.

결코 허전하거나 밋밋하지가 않다. 재즈와 클래식, 여기에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까지 수많은 장르를 섭렵한 덕분일까. 적재의 민낯이 조심스레 드러날수록 노래 속 조화가 더욱 선명해진다.

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는데 구성은 긴장감이 흘러 짜임새가 좋다. 재미있는 리듬감까지 지녔다. 악기 연주에는 군더더기를 쳐내 목소리, 가사와 더욱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이것저것 더해 풍성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그간 쌓아온 내공과 감각으로 꼭 알맞은 테크닉만을 구사해 귀를 즐겁게 만든다. 그렇게 알맹이만 남은 단단한 노래 속 적재의 잔잔한 감수성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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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앨범 'FINE' 커버



■ 드디어 적재, “하기 힘든 이야기들...노래 속에 슬쩍 숨겼죠”

▲ 기타리스트 적재와 싱어송라이터 적재를 마냥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으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는 작업과정부터 생각까지 분명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기타 세션 작업이 인테리어라면 곡을 만드는 작업은 맨땅에 집짓기랄까요. 기타는 이미 작곡가분들이 만들어 놓은 분위기와 코드진행, 악기들 사이로 예쁘게 쳐 주면 되지만 곡을 만드는 건 너무 괴로워요. 생각해야 될 게 너무 많아서 손대기조차 버거운 느낌이라 싱어송라이터로서는 너무 힘들기도 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어송라이터 적재로 나선 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요. 어떤 말들을 하고 싶었나요

“첫 앨범이 나온 지 벌써 4년이 되었더라고요. 그땐 인터뷰할 때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썼던 것 같아요. 내 생각을 누구한테 얘기하거나 남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거든요. 혼자 생각하기 좋아하고 잘 내색 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누구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걸 힘들어 해요. 남들에겐 표현하지 못하지만 ‘내가 만든 음악에 가사를 얹어 머릿속에 있는 얘기를 슬쩍 꺼내면 현실 대화에서는 하기 힘든 말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거죠. 가사 속에서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이고 그런 게 그다지 중요치 않으니까요. 잔뜩 멋을 부려도 보고 은근슬쩍 사랑에 빗대어 남들에겐 말 못한 내 가족에 대한 얘기를 집어넣거나 하면서 꽤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참 인상적이에요. 심플한 멜로디 덕분에 목소리가 더 도드라지는 듯도 하고요. 이런 음색이나 창법이 싱어송라이터로서 장점인 것 같나요

“사실 너무 큰 콤플렉스이지만 어떻게든 잘 포장해 보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노래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시도해 보면서 나름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시는 가수 형 누나들을 보면 바로 좌절하기도 해요.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녹음을 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편안함’이에요. 노래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들을 때 편안할까’라는 생각으로 톤 조절을 해요. 가창력으로 이길 수 없다면 편안함으로…”

▲ 연주자로도 활동하시는 만큼 악기의 소리와 목소리, 가사가 하나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곡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한 부분을 찾기가 힘들어요. 굳이 고르자면 드럼 종류 악기의 톤인 것 같아요. 음악을 들었을 때 비트의 소리가 별로거나, 그루브가 안 맞는다거나 가상악기 소리의 티가 너무 나면 못 견디겠어요. 내 노래 작업을 할 때도 가장 먼저 드럼의 톤이 어느 정도 잡혀야 그 뒤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공을 들이는 부분입니다”

▲ 어느덧 최근 앨범 발매일이 2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하루 빨리 적재의 앨범을 듣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업실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려고 공사 중이에요. 내년엔 그 작업실에서 내 앨범 작업을 정말 하고 싶어요. 이번 년도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외부 작업을 원 없이 했거든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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