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막연한 것에 대한 도전이죠”

현빈이야말로 정말 야귀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영화 ‘협상’에 이어 ‘창궐’까지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그 사이에 드라마까지 촬영하고 있다.

현빈의 악역으로 화제를 모은 ‘협상’에 이어 오는 25일 개봉하는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떼가 등장하는 작품. 현빈은 왕위에는 관심이 없는 왕자지만 위기의 순간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성장하는 이청 역을 맡았다. 연이어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배우로서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빈은 ‘창궐’로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 ‘공조’를 함께 한 김성훈 감독과의 호흡이 출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나요?

“친분이 개입된 것 같진 않아요. 다만 김성훈 감독에 대한 성향은 개입됐죠. 오락 영화고 유쾌한 분이라서 이 작품에 성향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시나리오도 재미있게 봤고요. 사실 친분관계로 일을 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들었을 때야 시너지가 발휘되는데 시나리오가 좋지 않은데 친분관계로 하기엔 힘들죠”

▲ 조선시대와 좀비의 만남,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 같아요. 익숙해서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배우로 고민을 많이 해야 했을 것 같아요

“매 작품마다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했을 때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다른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창궐’도 같은 맥락에서 선택한 거예요. ‘광해’를 쓰신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새로운 소재의 긴장감도 있어 좋았어요”

▲ 야귀 비주얼이 상당한데, 완성본을 보고 만족 했나?

“촬영 전 테스트를 봤었는데 영화를 보고 조금 놀랐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세더라고요. 디테일해지고요. 보시는 분들이 캐치할 지는 모르겠지만 야귀도 변이 과정이 있거든요. 분장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분장 시간이 늘어나요. 거기에 CG까지 더해졌어요. 모든 부분에서 공을 많이 들였어요”

▲ 액션이 정말 현란하던데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고생을 많이 했고 정말 힘들었어요. 야귀 콘셉트가 그렇지만 끝도 없이 나오고 더 많아지니까. 다수를 상대로 액션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합을 이어가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액션신을 스케줄상 문제가 없으면 순차적으로 찍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초반 액션을 찍을 때보다 검술도 많이 늘었고 야귀와의 호흡도 잘 맞아져 있더라고요”

▲ 액션은 이제 몸에 익어 보여요. 액션 연기가 잘 맞나요?

“그냥 재미있어요. 성취감도 있고. 촬영할 땐 힘들지만 볼거리가 바로 현장에서 보여서 좋아요. 근데 내가 실제로 액션한 것보다 영화에선 짧게 나오더라고요. 난 더 한 것 같은데(웃음)”

▲ 시사회 때 온몸에 힘을 주고 봤다고 했잖아요

“그게 잘 모르겠어요. 내가 청이 역을 해서 청을 따라가다 보니까 그런건지 야귀 때문인지, 영화가 처음 공개돼서 오는 긴장감인지. 전에 다른 영화들을 시사했을 땐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왜 이렇게 진이 빠지고 힘들까 생각했는데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 후반부 김자준 역의 장동건의 분장한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장동건 선배는 망가졌다고 표현을 하는데 개인적으론 김자준의 처음보다 후반이 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빨간 도포를 걸치고 나왔을 때 현장에서도 앵글 안이 꽉 찬 느낌이었어요. 잘 어울린다고 했던 것 같아요”

▲ 워낙 절친인데,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장동건 선배는 친한 사람이랑 마주보고 연기한다는 게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난 기대가 컸어요.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보고 자랐고 배우로 만났잖아요. 궁금증과 기대가 컸어요. 현대물로 만났으면 사석에서 만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배경이 조선시대잖아요. 분장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니 문제는 없었어요”

▲ 연기를 지켜보면서 배우 장동건에게 새롭게 느낀 것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무게감이 달라요. 물론 이 현장 안에서만의 모습을 말할 수밖에 없어요. 김자준 역할 자체도 그렇지만 도포를 입고 나왔을 때 포스가 놀라웠죠. 정말 꽉 채워진 느낌이에요. 연기할 때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 이청은 대사톤이 특이하더라고요. 사극인데 현대극 같은 어투에요.

“현대극에 가까운데 의상부터 헤어, 수염, 말투 등 다 의도된 거예요. 이청이 조선땅을 밟았을 때 이질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극톤은 쓰지 않았어요. 그리고 궁에 들어와서 조금씩 달라져요”

▲‘창궐’이 현빈에게 줄 의미는?

“처음에 받았을 때 고민을 했어요. 바로 선택한 게 아니에요. 만화같은 요소가 많아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도 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달라지고 채워지는 느낌도 있어요. 막연한 것에 대해 도전한 것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 예전에 배우로서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과거엔 내가 찍고 싶은 것, 앞으론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하고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상업적인 영화들을 연이어 찍고 있는데 만족스럽게 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느 부분은 그렇죠. 내가 하고 싶은 작품,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 완전히 나눠져 있진 않지만 오락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두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틀린 게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나도 만족하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다면 당연히 안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게 됐죠”

▲ 상업영화가 아닌 ‘만추’ 같이 작은 영화도 인상 깊었는데

“영화의 사이즈는 상관이 없어요. 그런 면에선 마니아적 영화라도 할 수 있죠. ‘만추’ 같은 멜로도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내가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를 하면 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아요. 요즘 영화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지점이 있죠. 그래도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면 할 생각은 있어요”

▲ 두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었다고 들었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협상’에서 지금까지, 드라마도 찍고 있어요. 드라마 일정이 끝나야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협상’ 인터뷰 땐 쉬면 어디든 걷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요. 그땐 걸을 힘이라도 있었나봐요(웃음). 한편으로 다행인 게 드라마에서 감정 소비나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때 스케줄상 영화 홍보를 하면서 다른 재미를 느껴요. 또 여기서 받은 힘듦은 반대로 드라마에 가서 연기로 해소하는 게 있어요. 달라서 힘들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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