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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곡가 육성] ②수많은 지원에도 ‘대박’은 어렵다? 작곡가들의 현실
신인 작곡가를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새롭게 생겨나는 시스템들은 작곡가의 꿈을 좇는 이들의 등용문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현싫은 작곡가 지망생과 신인 작곡가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기만 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탄생한 공모전 출신 스타 작곡가도 아직은 거의 없다. 신인 작곡가를 발굴하겠다는 취지가 수많은 제약에 부딪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 속, 역량 있는 인재들은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신인 작곡가 육성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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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 뮤직' 1기 작곡가들(사진=CJ E&M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최근 들어 신인 작곡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속사에서 전속 작곡가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각종 드라마 OST 공모전이나 육성을 위한 사업 등이 날개를 펼치는 중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으니 미래의 인재들이 향할 미래는 밝아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화려해 보이는 시스템 아래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일까.

■ “데뷔해도 선택 못 받아” 육성 시스템 장점 상쇄하는 업계구조

작곡가 지망생, 신인 작곡가들은 주변에 숨 쉬고 있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데뷔에 어려움을 겪거나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 그 근본적인 까닭은 업계의 구조에 있다.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다, 설상가상으로 작곡가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이들이 처한 진짜 현실이다.

그 단적인 예가 CJ E&M의 작곡가 육성 사업 ‘오펜 뮤직’ 1기 작곡가로 선정된 양영호 씨의 이야기다. 양영호 씨는 각종 프로젝트에서 최종 선정이 되고, 고(故) 김광석 추모 20주기 헌정 음원 발매 등 우수한 이력을 다수 지니고 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 들어서야 데뷔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됐다.

양영호 씨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돈을 벌었는데 음악을 만들다보니 또 돈이 들더라. 그래서 직접 노래, 연주, 믹싱 등 내가 하려고 배우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음악만 만들다 보니 막상 데뷔에 대한 생각도 놓쳤다”면서 그간의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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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제공)



더 큰 문제는 이런 시련을 딛고 어렵게 작곡가로 데뷔한다고 해도 터무니없이 적은 수익, 치열한 경쟁과 쏠림현상 탓에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은 우리나라 특성상 작곡가들이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집 한 채, 차 한 대 값을 벌었다는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극소수에 해당할 뿐이다. 실제로 무명 시절에는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니 노래는 노래대로 만들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끝없는 경쟁도 치러야 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KOMCA)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수는 2만7346명이다. 2013년(1만7041명)과 비교했을 때 약 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회원 중 대중음악분야 가입 회원은 총 2만4424명으로, 전체 음악 장르 회원 수의 대부분(90%)이다. 여기에 케이팝의 글로벌화로 인해 작곡가 기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외국 작곡가와도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생겼다.

게다가 정규나 미니 형태보다 싱글앨범 위주로 발매되는 현상이 당연해지면서 작곡가의 일감도 축소됐다. 한 곡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제작자들은 무명 작곡가보다 입소문을 타거나 경력 있는 작곡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수들의 컴백 주기가 빨라지면서 작업 속도도 신속하게 진행되니, 제작자들이 익숙한 이를 찾거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는 등 이미 신뢰를 쌓은 작곡가를 기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런 환경들이 겹치고 겹치니 일명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등 각종 공모전과 오디션이 지닌 이점이 실질적으로 효용성을 갖지 못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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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스타 작곡가 만들기, 단발성 지양하고 변화 적응해야

이렇게 당장의 작곡가 시장부터 어려운 현실이니 다른 영역인 방송가가 작곡가들에 보내는 관심에 대한 기대 역시 크지 않다. 높은 시청률이 우선인 방송 특성상, 최종 종착점인 데뷔나 화제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벤트식’으로 비춰지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오펜 뮤직’을 총괄하는 CJ E&M의 남궁종 CSV경영팀장은 업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무작정 화제성을 일으키는 것보다 좋은 작품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이 사업을 통해 데뷔를 시키려면 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데뷔’라는 목적만 이루기 위해 맞추다 보면 이후 작곡가의 행보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나오는 작품들이 좋은 퀄리티여야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곡가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작곡가들의 경연을 다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해도 방송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더 중요시하지, 작곡가들이 자리를 잡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바탕을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지상파에서 작곡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도 그는 “별 기대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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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라폴리오 제공)



그러면서도 알고보니혼수상태는 방송가의 태도뿐만 아니라 작곡가를 바라보는 이들도 함께 제대로 된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고착된 현실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 기회의 장이 넓어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알고보니혼수상태는 “작곡가는 단순히 곡만 쓰는 게 아니라 음악의 이론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편곡도 하는 등 기본 자질을 지녀야 한다”면서 “작곡가 지망생에게 여러 공모전과 프로젝트는 등용문과 같은 기회다. 다만 이걸 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후 본인이 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1등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별다른 게 없고 어차피 경쟁의 연속이다. 스타 작곡가가 되려면 히트곡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곡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전과 달리 작곡가로서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이제 작곡가도 대중을 향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인지도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서용배 작곡가는 “요즘 작곡가들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은 가수의 특징을 얼마나 더 잘 살릴 수 있느냐다. 작곡가에서 더 나아가 프로듀서 입장으로 접근해야 곡이 더 잘 팔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작곡가의 자질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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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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