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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이별했던 그곳에서" H.O.T. 17년 만에 '영원'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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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RM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다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인데 입이 안 열려요. 지금, 꿈만 같아서 그래요”

H.O.T.는 무대 위에서 연신 같은 말만 반복했다. 믿기지 않는다고, 실감이 안 난다고. 멤버들은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긴장한 듯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H.O.T.가 같은 장소에서 다시 콘서트를 펼치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이들의 얼어버린 입술은 너무 늦게 팬들을 찾아왔다는 미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자리를 하얀색으로 물들여준 고마움을 대변했다.

H.O.T.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FOREVER High-five Of Teenagers)’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H.O.T.가 2001년 해체 이후 처음으로 갖는 완전체 콘서트다. 더군다나 팬들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잠실 주경기장에서 H.O.T.는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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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RM 제공)



이날 현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인산인해였다. 약 4만 명의 관객들이 한 자리에 함께했기에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인파의 진풍경이 그려졌다. 하얀 우비를 입고 풍선을 형상화한 야광봉을 든 팬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흥분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팬들의 모습은 단숨에 H.O.T.가 90년대 이례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그 때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객석은 하얀 물결로 가득차고 H.O.T.는 쉴 틈 없이 히트곡을 이어 나갔다.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로 공연을 시작한 H.O.T.는 ‘늑대와 양’ ‘투지’ ‘열맞춰’ 등 히트곡과 함께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과 같은 서정적인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공연은 멤버들의 멘트타임보다 퍼포먼스 위주로 흘러갔다. 무려 7곡의 오프닝을 끝낸 이들은 개인무대까지 펼쳤다. 강타는 ‘라잇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을 커버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솔로 곡을 불렀다. 특히 토니는 신곡 ‘핫 나이트(HOT Knight)’를 공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H.O.T.는 10곡 이상 소화한 뒤에야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분위기 역시 최고조에 달했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캔디’ ‘행복’ 순서에서 멤버들은 본무대가 아닌, 객석 바로 앞의 돌출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이어가 팬들을 열광케 했다. 또 ‘내가 필요할 때’에서는 이동차를 이용해 객석을 돌며 팬들과 더 가까이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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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RM 제공)



그런가 하면 ‘너와 나’ ‘우리들의 맹세’에서는 모두가 떼창을 하고 옛 추억에 젖어들기도 했다. 마치 1990년대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뭉클한 감동은 계속됐다. H.O.T.는 정해진 앙코르 무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대를 떠나지 않고 노래하며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우혁은 공연 초반 “지금 이게 실제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여러분들의 소리를 들으니 마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다. 눈앞에 다섯 멤버들이 모인 현실은 여전히 신기했다. 오랜 기간 논의된 재결합이었기에 ‘단독 콘서트’라는 결과는 더욱이 신기했다. 마치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 비디오를 보는 듯한 기분이 계속 상기됐다.

동시에 조금은 의외인 점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공연은 과거를 강조하지 않았다. 활동하던 시절의 영상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보다 새롭게 찍은 영상과 세련된 영상효과, 공들이 티가 나는 무대장치 등이 훨씬 큰 바탕이 됐다.

이는 무대 위에 오른 H.O.T.가 아직까지도 환상처럼 다가오지만 결코 어스름한 꿈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들이 뭉친 건 현실이고, 공연을 통해 보여준 건 과거의 H.O.T.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H.O.T.다. 문희준은 “공연 연습을 하면서 우리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이 무대가 H.O.T.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나가는, 그런 페이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염원을 드러냈다. 17년 만에 다시 ‘영원’을 약속한 H.O.T.에게는 또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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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RM 제공)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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