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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장승조 “마흔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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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승조(사진=네오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거나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는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오래 힘들어야 빛을 본다는 논리가 왠지 희망고문처럼 느껴져서다.

스물다섯에 연기를 시작한 배우 장승조도 서른여덟이 되기까지 그런 순간들을 종종 맞닥뜨렸다. 수없이 많은 연극과 뮤지컬에 오르면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의도치 않게 공백기를 가져야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장승조가 되뇌인 말은 ‘조금만 더’다. 20대 후반에는 서른, 서른에는 서른다섯, 서른다섯에는 마흔까지만 이 길을 걸어보자고 다짐하며 버텼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무대에서 TV로 영역을 옮긴 뒤 작은 역을 주로 맡았던 장승조가 지난해 MBC 주말극 ‘돈꽃’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7 MBC 연기대상’ 우수상까지 받은 장승조는 올해 tvN ‘아는 와이프’로 인기를 굳혔다. 극 중 매력적인 윤종후 캐릭터를 맡아 열연,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하며 로코 드라마 주연으로의 도약까지 기대케 했다.

아무래도 옛말은 틀린 게 없나보다.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 장승조는 이제 마흔, 아니 그보다 더 오래 배우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 얼마 전 아빠가 됐죠? 축하합니다

“하하. 아기 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추석에는 (아이 때문에) 큰집에 가는 대신 가족들이 우리 집에 왔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 축하할 일이 또 있습니다. MBC ‘돈꽃’(2017)으로 ‘제6회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 장면 남자 우수연기상 후보에도 올랐다고요?

“놀랐습니다. 시상식에 가는 자체가 아직 어색해요. 스타들이 많이 오는 자리에 초청받아 갈 수 있음에 고맙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즐기고 오고 싶어요. 그런데 많이 떨리네요(웃음)”

▲ ‘돈꽃’에 이어 ‘아는 와이프’의 종후로 인기를 굳힌 것 같은데요

“종후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판타지스러운 인물이잖아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하기 좋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랑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인기 실감이요? SNS 구독자 수가 늘기는 하는데… 하하. 그런 것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다음 작품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돼요. 고맙습니다”

▲ 종후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면서요?

“친한 지인들이 ‘아는 와이프’를 보면서 ‘평소 네가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종후는 내가 갖고 있는 모습이 더 좋은 방향으로 잘 포장된 인물이었어요. 유쾌하거나 장난스러운 부분이 가장 비슷했습니다. 촬영장에서도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거든요. 그러면 PD님이 허락해주시는 정도 안에서 애드리브로 표현했죠. 지성이 형도 잘 받아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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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 기억에 남거나 만족하는 애드리브가 있나요?

“극 초반에 주혁(지성)이가 은행 옥상에서 ‘나도 폼나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장면이요. 그 다음에 종후가 ‘화 풀렸냐’면서 내려가자고 말하거든요. 주혁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이제 그만 내려가서 일하자’고 하는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대사였어요. PD님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주셨더라고요”

▲ 극 중 베스트프렌드 차주혁을 연기한 지성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죠. 형이랑 같이 연기하면 짜릿한 순간들이 있어요. 한번은 형에게 ‘너무 재밌다’고 한 적도 있어요. 형도 재밌다더라고요. 그 힘으로 촬영한 것 같아요. 형이 나를 믿어주고 내가 형에게 의지하면서요.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이 참 행복했습니다”

▲ 지성에게 배운 게 많다고요?

“지성이 형의 대본을 슬쩍 보면요. 대본에 인물에 대한 분석이나 표현하는 방법, 상대 인물을 대하는 태도, 장면의 방향성 같은 게 적혀 있어요. 또 지성이라는 배우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 스태프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도 본받을 점이 많았습니다”

▲ 서우진 역의 한지민과 로맨스 호흡은 어땠습니까?

“지민이는 개구져요. 그게 너무 귀여워요. 드라마 안에서 내가 지민이를 좋아해야 하는데 그런 감정들이 생기게끔 연기해줘서 더 편했어요”

▲ 배우자이자 연기자인 린아가 ‘아는 와이프’를 모니터해줬나요?

“완전 우진이 편에서 보더라고요. 옆에서 내가 ‘자기야, 공감이 돼?’ ‘이 장면은 어떻게 생각해?’ 물어보면 ‘오빠, 나 그냥 보면 안 돼?’라고 답할 정도로 드라마를 즐겼어요(웃음)”

▲ ‘아는 와이프’ 초반 그려진 우진의 독박육아 설정은 어떻게 봤어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아빠가 된)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육아의 고충을요. 아기를 돌보느라 잠도 못 자요. 막연하게 듣기만 한 걸 직접 경험하니 부모가 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는 와이프’에서처럼 아내가 혼자 아기를 키우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일 하고 싶어지면 무조건 하라’고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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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오스엔터테인먼트)



▲ 아기가 태어난 뒤 달라진 게 있나요?

“아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기에게 절대적으로 헌신하고 애착을 갖더라고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와는 달라요. 그 전에도 지인들의 아기를 보면 좋아하긴 했는데 자기 아기가 태어나니까 그 사랑이 더 온전하게 느껴져요. 모성애가 폭발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신기했어요”

▲ 부성애 느끼지 않아요?

“부성애도 당연히 폭발하죠. 그런데 아직은 아기보다 아내가 우선이에요. 아기가 잘 자라고 있기도 하고, 일단 아내가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 ‘아는 와이프’를 촬영하면서 직장생활을 체험했다고 들었는데요?

“은행 업무 시간에 맞춰서 촬영 일정이 돌아갔어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요. 아침 7시 반쯤 다 모이면 8시 반, 은행 업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서 촬영이 들어갔죠. 점심시간에는 밥 먹고 여섯 시에는 또 저녁 먹고… 회식 장면은 정말 퇴근 시간 후에 촬영했어요(웃음) 그렇게 3개월간 은행에서 지내니까 나중에는 떠나기 아쉬울 정도로 그 공간이 익숙해졌어요. 그런 편안함이 드라마에도 잘 녹아든 것 같습니다”

▲ 배우는 프리랜서라 새로운 경험이었겠습니다

“직장인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굉장히 힘들겠더라고요. 반면에 직장 생활에서 오는 안정감은 부럽기도 했어요. 다양한 마음이 들었죠”

▲ 뮤지컬로 데뷔해 드라마로 인기를 얻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는데요

“그동안 의도하지 않은 공백기도 있었어요. 공연을 하다가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작은 역할부터 시작했고요. 그때에는 지금의 상황을 상상조차 못했어요. 물론 바람은 가졌죠. 드라마 연기를 시작하고서 ‘언제쯤 주말극에 출연할 수 있을까?’ 했는데 ‘돈꽃’을 하게 됐고, 미니시리즈를 하고 싶다고 바랐는데 ‘아는 와이프’에 캐스팅된 것처럼요. 다음 작품은 또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내 역량이 되고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 ‘아는 와이프’가 끝난 이 시점에 갖고 있는 바람은 무엇인가요?

“연기를 하면서 20대 후반에 ‘30살까지만 해보자’고 했었어요. 30살에는 ‘35살까지만’, 얼마 전까지는 ‘40살까지만 해보자’고 했죠. 힘이 들 때마다 그렇게 나를 다독인 거예요. 지금의 바람은 이거예요. 장승조라는 배우가 더 오래 연기할 수 있도록 40살이 되기 전에 그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요.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영화도 경험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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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 반대로 고민거리가 있다면요?

“고민은 항상 많아요. ‘아는 와이프’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끝나서 좋은 것보다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커요. 특히 요즘에는 아이 얼굴만 봐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당연히 겪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고민이니까요.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뮤지컬이나 연극 계획은 없나요?

“하고 싶은데 쉽게 돌아갈 수 없어요. 공연을 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두렵더라고요. 노래부른 지 몇 년이 됐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기회가 생긴다면 죽어라 연습할 거예요. 잘해내야 하니까”

▲ 완벽을 추구합니까?

“말끝마다 ‘잘해야 되니까’라고 하는 게 습관이에요. 물론 당연히 잘 해야하지만 ‘조금 못하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오히려 살짝 내려놓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데 스스로 자유롭지 못해요. 그래서 늘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럼 ‘아는 와이프’의 마법 동전이 생긴다면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할 건가요?

“제작발표회 때도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요. 그때는 궁금했어요. 언제로 돌아가야 하지? 20대? 아니면 군대 다녀온 뒤?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안 들어요.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싶거든요. 언제든 똑같이 실수하고 반복하고… 그렇지 않을까요? 실수하고 후회를 경험한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는 와이프’를 촬영하는 동안 아이가 생겼잖아요. 지금의 내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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