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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그녀말' 조현재 "신혼 中 연기한 폭력남편, 공감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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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정말 행복해요”

조현재는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조현재가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극 중 조현재가 분한 강찬기는 작품 안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재벌집에서 태어나 최고와 완벽만을 강요받으며 성장하고 했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전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앵커 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냉혹한 양육 환경 아래 인격 장애를 갖게 됐고 아내인 지은한(남상미)을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사실 조현재가 악역을 맡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용팔이’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현재는 선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악역을 맡았음에도 조현재의 얼굴에서 악한 역할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무기가 됐다. 이번 작품에서도 시청자들은 악역인 강찬기에게 연민을 느꼈다. 가정폭력범임에도 시청자들이 강찬기를 미워하지만은 못한 것은 배우 조현재가 가진 선한 얼굴, 그의 호연 때문이었다. 19년차 배우 조현재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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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 강찬기는 정말 도전적인 캐릭터였단 생각이 들어요.


“정말 특이한 캐릭터였죠. 이런 악역은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나 완벽한데 그 완벽주의 때문에 따라오는 결핍과 장애, 그런 걸 포현하는 게 새로웠어요. 야망을 좇거나 누군가를 밟고 죽이려고 하는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라 새로운 악역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사실 강찬기가 가지고 있는 결점들이 너무 강해서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래도 그런 캐릭터를 미스터리 장르 안에 표현한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극중 아나운서잖아요. 그것도 국민 앵커로 큰 신뢰를 받는 아나운서. 냉철하고 칼 같은 면모를 보여줘야 해서 아나운싱 하는 신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정말 앵커처럼 보이고 싶었고 보시는 분들이 흉내 내고 있단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정말 앵커답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나운서 분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반면에 눈빛이 완전히 뒤집히는 대목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많이 고민됐어요. 강찬기는 잘못된 착각 속에 빠져서 사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점이 내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억지스럽지 않고 그냥 그 사람 같이 보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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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 목표했던 대로 ‘조현재가 아니라 강찬기로 보인다’는 평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정말 행복해요. 전에는 내가 이런 캐릭터를 맡는 이미지도 아니었고 외모도 악역 쪽으로 봐주지 않았어요. 악역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렇다 보니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연기적인 욕구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은 충족된 것 같아서 감사드리고 행복해요”

▲ 오랜만의 복귀라 더 긴장됐을 것 같아요

“부담이 많이 있었죠. 또 결점이 너무 센 역할이라 어떻게 봐주실까, 고민도 많이 됐어요. 하지만 일단 출연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그런 고민들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길로 잘 가고 있겠지’ 그런 생각만 가지고 몰입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좋은 말씀들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나한테 그런 작품들이 사실 많진 않았거든요. 정말 좋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웃음)”

▲ 한창 신혼일 때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역을 맡아서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강찬기 자체가 공감이 안 돼요.(웃음) 사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완벽하잖아요. 그런데 유년 시절부터 잘못된 교육을 받으면서 인격 장애를 갖게 된 거죠. 자기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사는 인물이에요. 범죄자고 안하무인적인 면도 있어요. 캐릭터적으로 다가가서 보면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죠.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는 데 포커스를 주로 맞췄어요”

▲ 강찬기의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요?

“강찬기는 잘못된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아픔을 같이 공유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되느냐는 사실 작가님의 영역이고, 나는 강찬기가 어떻게 돼도 괜찮았어요. 다만 ‘강찬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했어요.(웃음) 더 벌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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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 아내도 모니터링을 해줬나요?


“‘너무 좋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런 평도 많이 해주고 시청자 입장으로 봐주더라고요. 내 칭찬을 하면 남편이니까 좋게 이야기해주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그럼 자기는 냉정하게 봐준다고 해요. 아내가 칭찬해주는 게 고맙기도 한 반면 팬분들은 어떻게 봐주시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 두 반응이 일치했을 때는 정말 기쁘죠”

▲ 제작발표회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했던 게 인상적이었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일단 김재원 씨가 실제로 웃음이 굉장히 많아요. 또 다들 실제 성격이 정말 선해요. 모두들 화도 잘 안 내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김재원 씨가 특히 웃음이 많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김재원 씨만 나타나면 다들 웃고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됐어요. 정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남자 배우가 이렇게 편했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감사해요. 남상미 씨는 예쁜 척을 한다거나 그런 것 전혀 없이 털털하고 푸근했고, 한은정 씨는 동갑이어서 편했어요. 사실 말수가 많진 않았는데 극 중 역할이 악역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데 종영을 앞두고 표절 시비가 불거져서 속상했겠어요

“안타깝죠. 사실 어떻게 된 정황인지 잘 알진 못해요. 연기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끝날 때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안타까울 뿐이죠. 잘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 이번 작품으로 배우 조현재가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현재가 저런 역할도 하는구나’라는 평을 들은 거요. 그런 평들이 배우 생활하는 데 있어서 길을 더 열어준 것 같아요. 그런 게 정말 남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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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웰스엔터테인먼트)



▲ 차기작을 빨리 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요


“좋은 작품이 주어진다면 차기작을 빨리 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자한테 작품이 주어진다는 건 인연 같은 거예요. 언제 오느냐는 나의 힘이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고르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더라고요. 중국과 합작하는 작품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찍다가 중단된 적도 있고요. 늘 같은 역을 할 순 없으니까 조금씩 새로운 걸 추구하다 보니 시간이 또 흘러가고. 그러다 보니 1~2년이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배우들의 숙명인 것 같아요. 새 작품을 빨리 만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빨리 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기도 해요. 새로운 작품에서는 어떤 캐릭터로 인사를 드리게 될까 궁금하고 기대되죠. 하나하나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마다 내가 무엇인가 새로운 걸 하나씩 만들어내는 느낌이에요. 또 지금 보내주시는 호평에 대한 감사함을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캐릭터로 보답해드려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 공백기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은 쉬고 있지만 배우의 끈은 완전히 놓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공백기가 길어지는 게 무겁게 느껴지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배우로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기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일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런 공백기가 최소화될 수 있게. 내가 연기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가기도 하고,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팬 분들도 너무 기다리셔야 하잖아요”

▲ 배우로서 소망이 있다면요?

“연기 정말 잘한다는 칭찬이 배우한테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배우가 나오면 무조건 보고 싶다, 늘 기다려지는 배우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정말 행복하고 내 일에 너무 만족할 것 같아요. 사실 20대 때는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그런 이야기들도 좋지만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연기 잘한다는 말들이 더 좋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피곤해도 괜찮은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이야기를 듣는 배우로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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