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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여회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고뇌하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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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같이 살래요'에서 박재형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여회현(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예술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인기 드라마의 단역으로 데뷔해 TV·스크린·무대를 가리지 않으며 연기했다. 그러는 동안 작품 속에서 맡는 캐릭터의 비중이 점점 커지더니 연예계에서 신인들의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는 KBS 주말극 막내아들 역을 꿰찼다. 배우로서 이보다 더 완벽한 ‘엘리트 코스’가 또 있을까.

최근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연출 윤창범, 극본 박필주)에서 준수한 외모와 따뜻한 성품을 지닌 박재형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여회현 얘기다. SBS ‘피노키오’(2014) 속 단역으로 처음 얼굴을 비췄던 그가 주인공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 지나치게 빠르지도, 그렇다고 더디지도 않은 속도로 그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일에서만이 아니다. 올해 스물다섯, 20대의 한가운데 놓인 청년 여회현의 속도 깊고 단단하다. 행복이라는 이상을 좇지만,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현실의 한계를 받아들일 줄도 안다는 여회현은 분명 그 또래보다 훨씬 성숙했다. 배우로서, 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여회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촬영하며 힘든 적은 없었나요?

“육체적으로 힘든 건 당연하고요. 대본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받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배우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견디기 힘들었던 건 날씨였어요.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웠잖아요. 직격타를 맞았죠”

▲ 현장에서 지치지 않도록 다함께 의지를 북돋아야 했겠습니다

“촬영장 분위기는 편하고 재밌었습니다. 특히 효섭이네 식구들이 모일 때요. 유동근 선생님이 웃음과 장난기가 많으세요. (한)지혜 누나도 마찬가지고요. 나중에는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어서 NG가 많이 났죠(웃음)”

▲ 가족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대선배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거죠

“선생님과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됐어요. 특히 유동근 선생님은 진짜 아버지처럼 우리를 참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고요. 촬영하면서 유독 힘들었던 시기가 있어요. 그럴 때 선생님이 ‘이렇게 해보라’는 식으로 방법을 제시해주셨어요.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됐죠. 연기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그 중에서 ‘배우로 계속 살 거라면 조급해 하지 말라’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언젠가 너희의 시대가 올 거고 그 때를 위한 기회가 올 테니까 잘 받아먹으라’고요(웃음) 진심어린 말씀들,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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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회현은 "대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 박세완·금새록·김권 등 20대 신예들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너무 좋았죠. 실제로 많이 친해졌거든요. 베스트 프렌드가 됐습니다. 덕분에 어려움 하나 없이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연기했어요. 극 초반에 앙숙 관계로 그려진 김권 형과도 정말 친하고요. 연기할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세완이와의 실제 관계는 전혀 알콩달콩하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친구 사이죠. 서로 질색하는 사이랄까요(웃음) 편하게 지낸 덕분에 우리의 로맨스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예쁘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쌍둥이 동생을 연기한 새록 누나는 실제로 나보다 연상이에요. 누나 성격이 워낙 털털하고 착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나중에는 현실에서도 내가 오빠인 것처럼 말이 나올 때가 있었어요. 하하”

▲ KBS 주말극의 막내 아들 역할은 신인들의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정작 나는 인기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어요. 그보다 고민이 앞섰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배우들이 이 역할을 원했고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선택된 거잖아요. 고마운 만큼 정말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컸죠”

▲ ‘같이 살래요’ 전과 후로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요?

“이번 작품 하기 전에는 애기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같이 살래요’ 하면서 성숙해진 것 같아요. 비단 연기뿐만이 아니라요.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자세라든가 마음가짐, 행동들이 성숙해졌어요”

▲ ‘같이 살래요’가 끝난 이 시점에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수고했어’라는 말이요. 짧지 않은 시간인데 별 탈 없이 마무리한 데 있어 고생했다고 해주고 싶어요. 칭찬도 해주고 싶지만 누가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겠어요. 천재라도 만족 못 할 거예요. 나 역시 부족하다고 느낀 게 많지만 이제 보완하면 되니까요. 멘탈 흔들리지 말고. 일단은 당분간 쉴 수 있을 때 푹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근래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죠. ‘이번 작품 끝나면 또 뭐 하지?’ ‘배우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해요. 연기자는 정규직이 아니잖아요. 이런 불안감이 연기를 잘해야한다는 압박과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또 사람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심리도 있어요. 나를 향한 기대는 갈수록 커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런 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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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회현은 스스로 "고뇌하며 성장하는 중"이라고 했다.(사진=엘리펀엔터테인먼트)



▲ 스물다섯 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는 시기죠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요. 20대 초반부터 앞으로의 20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 고민했어요. 20대와 30대가 인생에서 뭐든 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하잖아요. 이 생각으로 6년을 살아와서 지금은 딱히 큰 생각이 없고요(웃음) 그래서 스무살부터 스물한 살까지는 엄청 놀았어요, 노는 동안 술도 진탕 마셔보고 게임도 원 없이 해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연애도 해봤죠. 데뷔하고부터는 악착같이 일했어요. 후회없이 놀고 일하고, 이 정도면 훌륭한 삶 아닐까요?”

▲ 배우로서도 단역부터 누군가의 아역, 조연을 거쳐 주연까지 차근차근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나는 한번에 잘된 경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도가 더디지도 않아요. 그러니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그럼에도 스트레스는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고뇌하면서 성장하는 거죠”

▲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합니까?

“음… 인터뷰하기 전에 시간이 잠깐 비어서 근처를 걸어다녔어요. 저쪽에 극장이 보이더라고요. 불현듯 저기서 아르바이트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이래요. 지나가다 식당을 보면 ‘요리사를 해보면 어떨까?’ 싶고, 때로는 ‘월급 받으면서 내 능력껏 승진하고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나는 자신있는 게 연기밖에 없어요. 재미도 있고요. 연기 아니면 못할 것 같아요”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누가 좌우명을 묻길래 ‘좌우명은 모르겠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었어요. 좀 철학적이고 진지한 이야기인데요. 사람이 밥 먹고 잠 자고 일 하고 돈 버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을 추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행복이 배제된 것 같아요. 부수적인 걸 좇다가 정작 행복을 포기하는 거예요. 혹은 그게 행복인 줄 착각하고 살거나요. 물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서 가치관만이라도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이 일을 즐기면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고요”

▲ 20대와 30대를 알차게 보내고 나면 40대의 여회현은 행복한 배우가 되었을까요?

“상상해본 적은 없는데요. 바람을 이야기하자면 대중이 ‘여회현 나오는 작품은 무조건 봐야지’라고 말하는 배우, 후배들에게는 롤 모델로 꼽는 배우가 되어 있기를 바라요. 나는 거기서 또 다른 행복을 찾고요. 그때쯤엔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내 사람들과 소박하게, 초심 잃지 않으며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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