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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물괴' 혜리 "'외모 포기했냐'는 말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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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누더기가 잘 어울린다고요? 그럼 성공이에요”

걸그룹하면 대중들은 예쁘고 밝은 모습을 떠올린다. 걸스데이 출신인 혜리는 그 조건을 완벽하게 부합한 스타다. 그런 혜리가 누더기를 입고 얼굴은 더 검게 칠했다. 거울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산골 소녀 명을 만난 혜리는 ‘예쁨’을 내려놓았지만 그 모습이 꽤 잘 어울렸다.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 갑자기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영화로 혜리는 물괴 수색대장인 윤겸(김명민)의 딸인 명 역을 맡았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혜리는 여전히 명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 첫 영화잖아요. 스크린으로 본인의 모습을 보니 어땠나요?

“영화 보기 전에 주위에서 다들 ‘영화는 안 보고 너만 볼거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100% 느꼈어요. 시사회에서 처음 본 거였는데 너무 떨려서 옆에 누가 나온지도 모르면서 봤어요. 큰 화면에서 내 얼굴을 본 건 광고 말고는 처음이었거든요. 그 때랑은 기분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마치 데뷔해서 처음 TV에 나왔을 때 기분과 비슷했어요”

▲ 확실히 드라마랑은 다른가요?

“이렇게 다를 거라곤 예상을 못 했어요. 스크린은 브라운관이랑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래서 촬영할 때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찍었구나 생각도 들었고. 그 동안은 영화를 볼 때 재미로만 느꼈다면 이제 다른 영화를 볼 때도 경건한 마음으로 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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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사극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 부담도 컸을 것 같아요.

“사극이라는 장르가 낯설기도 했고 나한테 사극이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도 가졌어요. 마치 미지의 세계를 만난 것 같았어요. 약간 막막한 기분이 먼저 들었어요. 크리쳐물이라는 점보단 사극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명이라는 인물을 열심히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 실제로 연기를 할 땐 물괴가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감정 이입을 하는데 어려움을 없었나요?

“보통 대본을 읽을 때 소설처럼 읽거든요. 근데 ‘물괴’를 볼 땐 내가 상상을 하면서 읽고 있더라고요. 그런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내가 상상을 했을 땐 물괴가 그렇게 클 줄 몰랐어요. 코끼리 정도를 생각했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큰 친구였어요. 특히 풀 샷으로 찍을 땐 여러 명이 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더라고요. 그런 호흡을 맞추는 게 어려웠어요. 물괴 대역을 하시는 분이 타이즈를 입고 상대를 해주셨는데 진짜 물괴처럼 연기를 해줘서 몰입이 됐어요”

▲ 명이 입었던 누더기 차림이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고요.

“오히려 마지막에 의녀복이 튀지 않아요?(웃음) 잘 어울린다면 성공이에요. 원래 내가 가진 이미지가 세다 보니까 그런 것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명이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외적인 모습으로 도움을 받았어요. 오히려 외모는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 대중적 이미지가 세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에요?

“안 센가요?(웃음) 예능적인 느낌도 있고 가수 출신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봤을 때 내가 사극에 묻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내가 대중들에게 처음 알려진 건 ‘진짜 사나이’고 그 다음이 ‘응답하라 1988’이잖아요. 걸스데이로도 활동하고요. 활동 분야가 여러 가지다 보니까 분산될까봐 걱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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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을 잘 쏘는 캐릭터를 맡아서 연습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활은 옛날에 ‘아육대’(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양궁을 해봤어요. 그때만 해도 우리끼리 장난으로 아이돌인데 양궁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어요(웃음) 내가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한 이미지는 활 쏘는 명이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멋있었어요. 처음 활 연습을 하는데 선생님이 ‘어디서 쏴봤냐’고 물어봤어요. 그런 걸 좋아해서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액션스쿨 갔을 땐 또 흥분해서 ‘한 개 더 쏠까요’라고도 하고 감독님과 대결도 하고. 일 한다는 느낌보단 논다는 느낌으로 연습을 했어요”

▲ ‘물괴’의 명과 혜리의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아요.

“극 중에서 명이가 산 속에서만 지내니까 아버지한테 ‘이제 책도 다 읽고 놀 것도 없다’는 대사를 해요. 그런 생각 자체가 멋있었어요. 산골에서 아버지랑 살면서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는데 명이는 책이라도 한 자를 더 보려고 하고 내가 필요한 곳에 가고 싶어하잖아요. 나도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한 가지라도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그런 점이 일맥상통하다고 느꼈어요. 싱크로율이 높다기보단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작품을 택할 때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했는데 ‘물괴’를 통해서 어떤 것에 도전하고 싶었나요?

“영화라는 매체가 나에겐 큰 도전이었어요. ‘물괴’를 선택할 당시에 전 작품과 텀이 8개월 정도 있었어요. 그 당시에 굉장히 고민이 많았거든요. ‘난 뭐하고 살아야 하나’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였어요. 물론 편한 역할이 없지만 조금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역엔 눈이 안 갔어요. 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을까’ 라는 것보단 좀 더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아마 ‘딴따라’ 끝나고 나서였던 것 같아요. 그때 아무것도 안했어요. 5~6년 동안 쉬는 날 없이 일을 했었거든요.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려면 머릿속에 있는 것에도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괴’는 나에게 큰 도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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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돌에 대한 평가에 대한 부담스럽나요? 기대치가 높으면 안 좋은 평가도 나올 수 있는데 신경 쓰는 편인가요?

“처음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어떻게 하면 욕을 안 먹지?'라는 생각보단 달려들 땐 열정적으로 해요. 그래도 평가를 듣는 순간이 올 땐 떨리고 무섭기도 하죠. 어찌됐든 대중들이 만족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계속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안 좋은 평가에 되게 신경을 많이 써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만든 것도 나잖아요. 그걸 바꿀 수 있는 것도 나라고 생각해요. 첫 영화다 보니까 보시기에 미흡한 게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노력해야하고 바꿔 나가는 것도 내 몫이죠. 마음은 아프고 상처는 받지만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

▲ 쉬지 않고 일하면서 고민 많았다고 했는데 그 고민들은 해결됐어요?

“난 쉬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웃음). 활동 하다가 하루 이틀 쉴 때도 뭔가 해야 될 것 같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한 달을 쉬니까 두 달 쉬고 싶고 너무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걱정했던 것들, 계속 생각하고 두려웠던 것들이 아무것도 안 하니까 없어졌어요. 머리에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씩 비워지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엔 시간을 흘러가게 하는 것 자체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가 마음이 편해야 뭐든 잘 되는 것 같아요. 그걸 깨닫고 나니까 그 후로 2년이 지났는데 하나도 안 힘들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서 있는 것도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일 다 그만두면 안 돼요(웃음)”

▲ 본인은 이미지가 분산된다고 걱정을 했지만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좋죠. 원래 미래를 계획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 때 그 때 좋은 걸 선택해요. 그래서 그런지 후회하는 마음도 크게 느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식으로 예능, 가수로도 예쁘기 봐주시고 영화로도 사랑을 받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여기에 만족하기 보단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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