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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리포노믹스] ②수면카페 체험기, 조금은 씁쓸했던 이유

  • 기사입력 2018-09-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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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산업)는 이제 잠도 하나의 상품이 됐음을 의미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질의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며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아직 개념도 낯선 슬리포노믹스는 우리가 숙면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성장 중이다. 슬리포노믹스가 각광 받는 산업으로 떠오른 배경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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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수면카페라는 곳에 갈 일이 있을까 싶었다. 잠깐 자기 위해 굳이 돈을 들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다녀오고 난 지금, 사람들이 수면카페를 찾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국내에 수면카페 브랜드가 처음 생긴 건 지난 2015년. 국내 최초 수면카페 브랜드인 미스터힐링이 3년 전 처음 선을 보였고 이색카페, 힐링카페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점포수를 늘려왔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또 다른 수면카페 브랜드들도 생겨났다. 수면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숙면에 최적화된 환경에 만족을 표하며 발길을 이어갔다.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8월 수면카페 이용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정말 그렇게 편히 잘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수면카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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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에 걸친 수면카페 방문기


처음으로 방문한 수면카페는 서울의 한 대학가에 위치한 곳이었다. 인근 카페에서 모 배우와 인터뷰를 마친 뒤 오후 6시경 퇴근해 수면카페로 향했다. 첫 방문이라 조금 어색했다.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하고 쾌적하니 일반 카페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50분 간 수면실에서 안마의자를 이용한 뒤 나와서 음료를 제공받는 코스를 선택했다. 계산은 선불, 가격은 일반 카페에서 음료 2~3잔을 사마시는 가격이었다. 조금 비싸다 싶었다.

수면실로 들어가 제공 받은 덧신으로 갈아신고 안마의자에 누웠다. 신발을 벗었다는 데서 어떤 해방감을 느끼며 어둑한 조명과 잔잔한 연주곡 속에서 안마를 받기 시작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휴대폰을 내려놓고 팔까지 안마의자에 넣으니 기계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두드리고 주물렀다. 반지나 팔찌 등 액세서리를 빼 달라는 안내 문구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50분 간 마사지를 받고 나니 온 몸이 개운했다. 다만 이렇게 격한 안마를 받으면서 잘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다음 날 또 다른 수면카페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장소와 시간대를 바꿔보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 중 한 곳인 종로에 위치한 수면카페를 점심시간인 12시에 맞춰 찾아갔다. 직장인들로 붐빌 것을 예상했으나 한산했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30분 코스를 선택해 수면실로 들어갔다. 처음 방문한 카페보다는 저렴했는데 일반 카페에서 음료 한 잔 정도를 사마시는 가격이었다. 이 정도면 피곤할 때 한 번씩 올 법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면실은 직원의 도움이 없다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고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귀마개가 구비돼 있었다. 무엇보다 침대가 굉장히 푹신했다. 5성급 호텔 침대라는 설명을 보고 들어왔는데 5성급 호텔에 가본 적은 없으나 확실히 눕는 감이 다른 듯했다. 금세 가물가물 눈이 감기는 듯도 했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자 직원이 친절히 깨우러 왔다. 손님이 없다 싶었는데 밖으로 나가니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두런두런 모여 있었다. 직장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기도 했고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처음 수면카페를 방문하며 기대했던 장면을 드디어 마주한 셈이다. 직원에게 음료를 건네 받은 채 그 장면을 바라보며 두 번째 수면카페 체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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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는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오피스가 밀집해 있는 지역 중 하나인 강남 쪽을 찾아갔다. 시간은 오후 12시 30분경. 점심을 대충 먹거나 혹은 포기하고 잠을 택한 사람들이 수면카페에 있을 시간이었다. 예상대로 만실이었다. 안마실이 특히 인기가 많은지 2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었다. 피 같은 점심시간을 대기하면서 보낼 순 없었다. 수면실을 문의하니 다행히 곧 빈방이 났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게 안쪽으로 향하니 편안한 침대와 쾌적한 공기, 아늑한 조명이 반겼다. 앞서 방문한 두 곳과 달리 음료를 수면실 안에서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이스티를 반 잔가량 비우고 침대에 누웠다. 폭신했다. 처음엔 온도가 조금 추운 듯했지만 이불을 덮으니 딱 좋았다. 손님이 나간 침구를 소독하고 청소하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내가 베고 덮고 있는 침구도 저렇게 깔끔하게 관리된 것이라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 거기다 3번째라 적응이 된 것일까. 침대에 누운 채 수면실을 구경하던 중 어느 순간 잠에 빠져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 곳의 수면카페를 방문하는 동안 실제로 잠든 건 처음이었다. 조금은 몽롱한 상태로 수면실을 나섰다. 잠 기운이 남아 하마터면 후불임을 잊고 그냥 나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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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 쉴 곳 찾아 떠도는 직장인들

수면카페를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라는 것. 대학가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지역의 경우 주말에 데이트 코스로 찾는 커플 손님도 많았고 약속 시간 전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손님도 있었다. 첫 번째 방문한 A카페 관계자의 경우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이용하기 편하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대학가 상권과 오피스 상권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평일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대다수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문득 지인이자 5년차 30대 직장인인 B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B씨는 “회사에 직원 휴게실이 있긴 한데 마음 놓고 이용할 수가 없다. 상사뿐만 아니라 다른 팀 직원만 들어와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었다. 맞는 말이다. 그 전날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해서 피곤하더라도 업무 시간에 사내 휴게실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기가 쉬울까. 웬만한 담력이 아니고선 어려울 듯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잠이 필요한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거나 화장실에서 몰래 졸게 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는 지난해 ‘사무실 내 업무 방해 요인’과 ‘직장 내 가장 필요한 휴게 공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각 진행한 터. 응답자 272명 중 46.7%가 사무실 내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부족한 휴게 공간’을 꼽았고 응답자 204명 중 44%가 ‘수면형 휴게 공간’이 사내 가장 필요한 휴게 공간이라고 밝혔다. 구직 사이트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773명)에서도 사내 복지로 마련되는 휴게공간에 대해 ‘수면 공간’을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 비율이 51.3%로 월등히 높았다.

즉 그만큼 직장인들이 사내에서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고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결국 안 그래도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 수면카페를 찾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점심시간마다 만실이 된다는 수면카페의 모습이 조금은 씁쓸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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