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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방은 왜 민폐가 됐나?] ①가이드라인 마련 →규제, 둔갑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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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먹방(먹는 방송) 규제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먹방 규제와 관련한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6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직후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 9개 부처가 마련한 비만 대책안 마련은 왜 먹방으로 불똥이 튀었을까.

정부가 비만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미디어 대상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비만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먹방으로 불똥이 튀는 건 ‘정부의 과도한 규제 시도’라는 날선 비판과 동시에 ‘국가주의’라는 이념적인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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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 먹방규제의 진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먹방규제라고 하면 안다며 반색할 것이다. 그만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본래 이름보다 먹방규제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논란의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대체 어떻게 국가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표현의 자유와 볼 권리를 규제하느냐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특히 기존 대중매체와 뉴미디어에서 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인 먹방이 규제 대상이라고 알려지면서 반발은 거세졌다.

그런데 정말 정부는 먹방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정부의 새 정책을 살펴보면 이 같은 논란이 와전에 의한 것인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먹방규제는 총 41페이지 분량의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에서 발단이 됐다. 문건 안에 ▲올바른 식습관 교육 강화 및 건강한 식품 소비 유도(영양) ▲신체활동 활성화 및 건강친화적 환경조성(운동) ▲고도비만자 적극 치료 및 비만관리 지원 강화(비만치료) ▲비만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및 과학적 기반 구축(인식개선) 등 4개 전략분야에서 36개 과제를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추진전략을 통해 2022년 비만율(41.5%로 추정)을 2016년 수준(34.8%)으로 유지하는 것이 해당 정책의 목표다. 이중 ‘먹방규제’ 논란의 단초가 된 것은 첫 번째 추진전략 ‘올바른 식습관 교육 강화 및 건강한 식품 소비 유도’ 중 ‘건강한 식품선택 환경 조성’의 첫 번째 카테고리 ‘비만을 조장·유발하는 문화·환경 개선’ 부분이다.

해당 문건에서 ‘비만 예방·관리 정책 추진의 한계’ 중 하나로 ‘비만에 대한 인식 및 환경 개선 노력 부족’을 꼽으며 “최근에 먹방과 같은 폭식조장 미디어로 인한 폐해가 우려됨에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신뢰할 만한 정보제공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만을 조장·유발하는 문화·환경 개선’ 파트에서는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음주 가이드라인 마련 및 홍보’가 첫 번째 방안으로 제시돼 과음 및 폭음 방지를 꾀한다. 이어 두 번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폭식의 진단기준을 마련하고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다. ‘먹방규제’ 논란은 여기에서 출발했으며 미디어 및 광고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대목은 상기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규제’라는 표현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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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방송화면)



■ 폭식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 마련이 먹방규제로 와전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먹방이 아니라 정확히는 ‘폭식조장 미디어’다. 또한 규제가 아닌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수행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정책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으로 잘못 알려지며 논란이 커진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먹방’이 아니라 ‘폭식조장 미디어 및 광고’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폭식하거나 고열량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안 좋지 않나. 그런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서 방송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맛집이나 음식을 소개하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극단적으로 과식하는 행위라든가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해서 청소년 등에게 폭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방송을 대상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한 자리에서 30개씩 먹거나 소주를 20병씩 마시거나 10분 내에 짜장면을 한 그릇 다 먹게 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방송 말이다. 이런 폭식에 대한 기준 역시 표준화해서 진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최근의 논란에서 정부의 의도가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음주 및 흡연 등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과 비교하며 해당 대책의 ‘강제성’을 부인했다. 현재 음주 및 흡연 장면 자체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 아니다. 다만 방송심의규정 제28조(건전성)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방송가가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 과장은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폭식조장 미디어 및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도 있는데 강제할 수는 없지 않나. 건강 유해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들이 정보를 흡수해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 정부가 규제하고 강제적으로 무엇인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방송 피디(PD)나 포털사이트 운영자, 콘텐츠 제작자, 의학자 등 관련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폭식’의 기준이나 ‘폭식조장 미디어’의 범위 등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법적으로 강제하고 규제할 순 없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관련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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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 신중하지 못했던 표현, 논란의 빌미 제공

보건복지부 측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둘러싼 논란에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에 쓰이지도 않은 표현이 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으니 억울할 만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논란은 정말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일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비만 문제에 대한 수많은 조치 중 하나로 집어넣은 건데 ‘폭식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 부분만 부각되고 논란이 되는 게 지엽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내용도 많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오해의 소지를 준 대목들은 고쳐야 한다. 정부가 ‘폭식조장 미디어’라고 하지 않았나. 이 표현 안에 주관적인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반발이 생긴 거다. 이런 단어를 사용할 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어와 표현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폭식’의 기준이 모호하다. ‘가이드라인’이라는 표현은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더군다나 대중에게 정부는 아직도 ‘통제기관’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이유들로 대중의 반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이번 대책안에서 말하는 가이드라인은 규제라기 보단 권고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하지만 단어가 ‘규제’, ‘제재’의 느낌을 준다. 단어의 선택이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은 비만 예방과 관리를 통해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점은 질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을 저해하는 비만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할지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평론가는 “우리가 비만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의 문제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만이 야기하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것이냐, 미디어는 비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심을 모아야 하는데 다른 쪽에 시선이 쏠리며 화두를 놓치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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