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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박서준이 말하는 '김비서' 속 이영준…"가장 힘들었던 대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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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썸이엔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렇게도 정의할 수 있겠다. 배우 박서준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작품이라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틱코미디 작품이 부진했던 최근 드라마 지형도를 바꿔놓은 작품이다. 진부한 서사에 클리셰 범벅이지만 그 뻔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가 6%도 넘지 못하는 시청률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자체 최고 시청률 8.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물론 식상한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든 건 작가와 감독의 역량일 것이다. 하지만 대본 안에서 존재하던 캐릭터를 화면 위에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든 건 배우들의 힘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이영준 역을 맡은 박서준은 단연 빛났다.

박서준이 연기한 이영준은 참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능력도 출중하고 집안도 훌륭하고 외모도 수려하다. 겸손함을 제외하곤 모든 걸 갖춘 듯한 캐릭터다. 이 극적 상상력이 결집된 캐릭터를 현실에 발붙이게 만든 건 박서준의 연기다. 박서준은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 등의 작품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배우라는 걸 이미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작위적인 설정 가득한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은 분명 전작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웃길 땐 제대로 웃기고 설레게 할 땐 확실하게 설레게 만든다. 즉, 로맨틱코미디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이런 박서준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호평과 높은 시청률, 화제성은 자연히 따라왔다.

그렇기 때문일까. 박서준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마친 소회를 전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특별한 애착이 묻어났다. 아직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이영준을 떠나보내지 못한 애청자들처럼 박서준 역시 이영준으로 살면서 행복했던 지난 두 달을 되돌아봤다.

▲ 작품이 마지막까지 많은 인기를 얻긴 했지만 16회까지 끌고 가기엔 서사가 부족했다는 평도 있어요.

“원작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사건 위주의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인물 중심의 드라마죠. 그럼에도 전사(前事)가 탄탄하다고 생각했고 그 전사로 인해서 과한 설정을 갖고 있는 이영준이라는 인물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과도 그런 부분을 계속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이 전사를 늦게 풀고 다른 이야기를 늘리면 드라마 자체가 늘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시청률 반등을 위해서는 사건들이 중요하죠. 사건들이 빵빵 터져야 궁금증도 더 생기고 시청률도 오를 테니까요.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대단한 시청률을 원했다기보다 1회부터 16회까지 캐릭터가 튀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감정선을 잘 이어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또 굉장히 작위적인 설정을 가진 인물을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고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사건을 위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심심할 수 있지만 인물을 위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나르시시즘이 강해서 자칫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 부분이 나한테는 숙제였어요.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자기 자신만 아는 자존감 높은 이 인물이 밉지 않게 보일지를 고민했죠. 말이라는 게 뉘앙스가 중요하잖아요. 대사를 할 때 어떤 뉘앙스를 보여야만 밉지 않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걸 조절하는 게 나한테는 숙제였고 자연스러운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 제일 힘들었던 대사가 있다면요?

“‘아우라’, ‘영준이 이 녀석’ 이 대사들이요. 사실 내가 거울 보면서 ‘서준이 이 녀석’ 이렇게 말하진 않잖아요. 물론 그런 사람이 있긴 할 거예요.(웃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거울 보면서 마음속으론 ‘너 괜찮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해본 적 없는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제일 어려웠어요. 그런데 그걸 내가 이겨내고 견뎌낸 순간부터는 즐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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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썸이엔티)


▲ 15세 이상 관람가인 작품이라 수위 있는 애정신이 부담됐을 수도 있지만 애정신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예쁘게 그려졌어요.


“일단 원작에 비해서는 충분히 많이 순화시킨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베드신이 1화 첫 신으로 나왔다면 굉장히 문제가 됐겠죠. 그런데 충분히 그전까지의 감정선이 있었고 그 과정들이 다 팔로우가 됐기 때문에 그런 장면이 더 야하게 느껴졌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어떻게 연출을 해야 할지 굉장히 어려워하셨어요. 그런데 나는 그전까지 쌓아온 감정의 흐름에서 오는 분위기가 컸기 때문에 야릇해 보이는 느낌이 극대화 됐다고 생각해요. 소파에서 미소(박민영)의 블라우스 리본을 푸는 장면을 찍을 땐, 사실 나도 리본이 있을 거라고 상상을 못했어요. 대본에는 단추를 푼다고 돼있었는데 미소가 리본 있는 옷을 입고 왔더라고요. 신에서 만들 수 있는 과정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둘이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에 그 신의 분위기가 극대화 되겠구나 했죠”

▲ 이번 작품으로 ‘로코킹’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는 평도 있는데 부담은 없나요?

“내가 만약 그동안 로맨틱코미디만 해왔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는 장르물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왔고 다음 작품(영화 ‘사자’)도 전혀 로맨스가 없는 작품이에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별로 없어요. 로맨틱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출연한 건 캐릭터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고, 이런 캐릭터가 나한테 오는 순간이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지를 생각하면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또 어떤 남자 배우가 봐도 욕심 날법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끝까지 잡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부담은 별로 없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서 인사를 드릴 거니까 박서준에게 또 어떤 다른 모습이 있을지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초반에는 원작 캐릭터에 비해 이영준의 이미지가 가벼워졌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원작만 봤을 때는 굉장히 차갑고 무뚝뚝한 캐릭터죠. 그런데 웹툰이나 소설은 그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사화 하는 순간 달라지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캐릭터를 단순히 차갑게만 표현하면 어떤 신에서는 그게 맞을 수 있지만 아닌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당성을 갖기 위해,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한 거죠. 그렇다고 해서 원작에 있는 차가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이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고 시청자분들에게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좀 더 설득력을 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내가 생각하는 영준이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나는 그게 더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밀고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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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썸이엔티)


▲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 선택이 시청자들에게도 통했어요.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런 것보단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든 반응이 좋은 순 없잖아요. 그런데 그 중 불호의 반응을 강하게 듣고 내 생각이 흔들렸다면 내가 생각한 캐릭터의 기초까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해서 밀고 나간 거였어요. 내가 맡은 바를 충실히 할 뿐이었고 내 생각을 올곧게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죠. 그게 시청자분들에게도 전달됐다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내가 그래도 잘못된 노선을 타지는 않았구나’ 정도는 생각한 것 같아요”

▲ 벌써 데뷔한지 7년이 됐는데, 배우로서 지금 자신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성적처럼 ‘반 학생 40명 중에 넌 몇 등이야’ 이렇게 정해준다면 내 위치를 알겠지만 이건 매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내가 선택한 것에 있어서 여태까지 후회는 없었어요. 뭐든 후회 없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의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고 나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또, 이번 작품으로 많은 분들에게 ‘한 번 더 로코’라는 느낌을 강하게 드린 것 같아요. 역할이 매력적이어서 선택한 거지만 그래도 ‘로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젠 로맨틱코미디보다 다른 장르를 통해 인사드리고 싶어요. 사건 위주의 장르물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해온 이유도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좀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에서 인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후회를 남기지 않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선택하기 전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쳐 무엇인가 선택하는 순간 후회할 마음까지 다 털어버리는 것 같아요. 후에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말이 나오든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쉽게 털어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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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썸이엔티)


▲ 최근 출연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궁금해요.


“예능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부름에 응답을 한 거예요.(웃음) 나영석 피디(PD)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 마침 스케줄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게 된 거였죠. 드라마의 경우, 어떤 작품을 할 때 그 작품이 잘 될 걸 알고 시작하진 않아요.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길고 나름 신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선택하는 것뿐이죠. 다만 그런 건 있어요. 내가 자신 없는 건 선택하지 않아요. 시도의 느낌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자신 있게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데 좋은 평가들을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사랑받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는 주인공들이 실제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꼭 따라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 특성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전 작품을 할 때도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잘 어울렸나 보다고 받아들일 뿐이에요. 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렵네요”(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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