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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배우 김명수, 인피니트 엘 넘어서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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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미스 함무라비'로 첫 주연에 나선 김명수(인피니트 엘,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연기하는 아이돌의 자기소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가수이든 배우이든, 결국은 다 같은 ‘나’라고 소개하는 유형이 첫 번째다. 또 다른 유형은 두 영역을 철저히 구분한다.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엘이자 연기 활동을 겸하는 김명수는 후자에 해당했다.

그는 “연기자 김명수가 인피니트 엘을 이길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데뷔 9년 차 아이돌로 이룬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배우로서 앞으로 더 성장하리라는 자기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6일 종영한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는 배우 김명수를 한 계단 더 높은 곳에 올려준 작품이다. 김명수는 극 중 원칙주의자 판사 임바른 역을 맡아 똑 부러진 연기를 보여줬다. 판사 캐릭터의 특성상 대사가 어렵고 양도 많았으나 제법 잘 소화했다. 감정 연기에서도 전작과 비교했을 때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첫 주연작부터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에 “앞으로도 인생 캐릭터를 계속 경신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김명수다.

▲ 드라마는 어제 끝났지만 촬영은 5월에 마쳤습니다

“90% 사전제작 드라마였어요. 덕분에 임바른이 아니라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볼 수 있었죠.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려고 했어요. 1, 2회는 거의 바른이가 이끌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대사량도 많아져서 발음이 아쉽더라고요. 감정 표현이 미숙하다고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고요. 다음 작품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단점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 반 사전제작 드라마는 무엇이 다르던가요?

“처음 만든 캐릭터를 쭉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어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나 시청률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드라마의 1, 2회는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소개해주는 회차잖아요. 그런데 이때 내 생각과 시청자 반응이 다르면 캐릭터가 틀어져 버릴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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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반응을 하나하나 읽어본다는 김명수(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 댓글을 꼼꼼히 살피기로 유명합니다

“하나하나 다 봐요. 물론 진짜 말도 안 되는 댓글에는 상처받습니다. 그런데도 읽는 이유는 좋은 비판이 많아서예요. ‘명수 씨가 댓글을 다 읽는다고 해서 남겨봅니다’라며 조언해주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글들을 토대로 다음 작품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너무 고맙죠. 캐릭터 소화를 잘 했을 때 듣는 말이잖아요. 전작 MBC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 때도 ‘이선이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나갔으면 좋겠어요”

▲ 제작진이 임바른 역에 김명수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캐스팅 미팅에서 PD님과 작가님이 ‘현실의 임바른이 여기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나 역시 사고방식이나 말하는 것,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른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차이점은 겪어본 것들? 물론 나도 살아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미스 함무라비’를 시작했던 반년 전과 지금이 또 다르거든요. 극 중 임바른이 자신과는 정반대인 박차오름(고아라)을 만나서 달라진 것처럼요. 지금의 나는 변화한 임바른과 비슷한 것 같네요”

▲ 판사를 연기한 뒤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나요?

“생각은 확실히 트였어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법정 용어를 아니까 뉴스를 보면서 ‘이런 내용이구나’ 알게 된 정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 임바른의 어떤 매력에 끌렸습니까?

“원작과 드라마 시놉시스, 당시 12회까지 집필된 대본을 차례로 읽었어요. 원작부터 재밌었어요. 잘 읽혔고요. 대본은 읽고 나니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어요. 각색이 잘됐다고 느꼈죠. 그중에서 바른이는 드라마를 이끄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전체적인 이야기가 바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대로 그려지니까요. 동시에 바른이 캐릭터나 마음의 소리 같은 것도 잘 표현됐고요. 이 대본이라면 임바른으로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 주연이라 부담도 느꼈지만 맡은 바를 다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작가님, PD님과 대본리딩을 거듭하고 법원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어요. 배석 판사실에 가서 일하는 판사님들의 모습을 지켜본다거나, 현직 판사인 작가님이 진행하는 재판을 방청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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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는 "앞으로도 인생캐릭터를 경신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나요?

“캐릭터 톤을 잡는다거나 분석하는 게 수월했죠. 세트장도 실제 법원을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어요. 작가님이 ‘내 사무실이랑 너무 똑같은 거 아니냐’고 하실 정도로요. 컴퓨터 부속품까지 똑같이 구현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 배우들 호흡은 어땠나요?

“성동일 선생님은 워낙 유쾌하시잖아요. 우리에게 잘해주셨어요, (고)아라 누나 (류)덕환이 형은 성격이 밝아요. 드라마 메이킹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라 누나는 계속 웃고 있고, 엉뚱해요. 내가 막내라서 팀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죠. 걱정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극 중 바른이가 차오름보다 오빠이자 선배인데 실제로는 내가 더 어려서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나 어려 보이는 얼굴 때문에 우려가 컸죠.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들을 캐릭터 이름으로 불렀어요. 물론 촬영이 끝난 지금은 ‘누나’ ‘형’이라고 부릅니다(웃음)”

▲ 베테랑 선배들에게서 배운 점이 있다면요?

“애드리브요. 동일 선생님이나 덕환이 형은 정해진 대사가 끝나면 항상 애드리브를 해요. 특히 동일 선생님과 함께한 식사 장면은 대부분 애드리브였어요. 덕분에 나도 선배들의 화법을 임바른화(化) 시켜서 시도할 수 있었죠. 한번은 덕환이 형이 ‘너는 왜 이렇게 내 것을 많이 따라하냐’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전작들에서는 주로 조연을 맡았잖아요. 애드리브를 해보고 싶어도 부담이 됐어요. 대본을 잘 표현하는 게 우선이었거든요.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 로맨스 비중이 작아 아쉽진 않았습니까?

“15회가 되어서야 그 흔한 뽀뽀를 했죠(웃음) 원작 소설에도 로맨스가 없어요. 드라마에서도 미묘한 감정을 그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로맨스 서사가 좋았어요. 임바른이 짝사랑하던 고등학생을 우배석-좌배석 판사로 재회한다거나 성격이 바뀐 차오름에 놀랐다가 변화하는 모습에 다시 반하고, 고백했다가 차인 뒤에 서로를 쿨하게 대하는 과정… 다만 시청자 반응을 보니까 ‘로맨스를 조금 더 넣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뽀뽀 장면이 담긴 15회 예고 영상이 조회수가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 ‘연기돌’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가수와 배우를 겸하다 보니 활동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데뷔 초 출연한 tvN ‘닥치고 꽃미남밴드’는 앨범 활동, 연말 시상식 무대, 콘서트 준비까지 병행해야 했어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군주’도 비슷했고요. 그러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연기가 나와요. 반면 ‘미스 함무라비’는 활동이 겹치지 않아 드라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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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솔로 앨범 발매와 차기작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명수(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 어려움 속에서도 ‘연기돌’로 계속 활동할 계획인가요?

“그럼요. 이쯤에서 하반기 계획을 말씀드릴게요. 차기작을 알아보고 있고요. 솔로 앨범도 낼 생각이에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요. 그동안 인피니트 콘서트나 앨범에서 주로 발라드를 불렀거든요. 새로 나올 솔로 앨범의 취지는 ‘김명수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지금은 여러 장르 곡들을 녹음하는 단계에요. 다만 차기작이 먼저 정해질지, 앨범이 먼저 완성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 음악과 연기 분야에서 각각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음악은 에드 시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기타 리프가 사용된 세련된 노래요. 배우로서는, 예전과 달라졌어요. 특정 캐릭터나 장르 등 구체적으로 바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사극도 해보고 법정물도 해보니 다음 작품에 또 같은 장르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만 있다면 어떤 장르이든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지금은 나에게 잘 맞는 장르를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 인피니트 멤버들은 서로의 개인 활동을 모니터 해주나요?

“‘미스 함무라비’ 초반에 모니터하면서 ‘임바른 나온다’고 메시지 보내더니 한동안 안 와요. 나는 누가 콘서트하면 커피차 보내고, 해외에서 뮤직비디오 촬영하면 자비로 가서 응원해주고, SNS에 홍보도 해줬는데… 서운하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그랬다고 적어주세요(웃음)”

▲ 리더 성규가 최근 입대했는데, 군대 문제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직 없어요. 내가 (입대 시기를) 계획한다고 회사가 이를 100% 반영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웃음)”

▲ 계획은 언제까지 짜여있나요?

“일단 하반기만 구체적이에요. 계획은 아니고 목표는 있어요. 가수 엘의 영역은 어느 정도 구축됐으니 이제 연기자 김명수를 키우고 싶어요. 나중에는 김명수가 엘을 이길 때까지요. 나에게 두 이름이 공존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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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원동력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다(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나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앨범을 내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려는 이유에요. 나는 원래 재능이 없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노력했습니다. 아마 그걸 지켜보는 맛이 있을 거예요. ‘랜선맘’의 입장으로요(웃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무엇보다 그냥, 이 일이 재밌어요”

▲ 배우 김명수와 가수 엘이 열심히 달리는 동안, 인간 김명수의 삶은 어땠나요?

“그래서 요즘 주제가 힐링입니다. 데뷔 9년 차인데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어요. 머릿속으로 계속 계획하다 보니까 쉴 틈이 없었어요. 생각이 많다 보니 노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라도 열이 오르면 과부하 걸려서 퍼지잖아요. 그래서 알아봤는데 성수기더라고요. 일단 티켓이 없고 굉장히 비싸요.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 방향을 바꿨어요. 해외는 인피니트 투어로 많이 가봤거든요. 북미나 멕시코·칠레·브라질·두바이 등. 정작 국내를 한 번도 못 가봤어요. 국내를 돌아다니며 힐링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짜고 있어요. 여행은 보통 혼자 갑니다”

▲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낀 건 지쳤기 때문인가요?

“사실 좀 더 달릴 수 있긴 해요. 그런데 지금 쉬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평소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합니까?

“‘소확행’이라고 하죠. 우리 누구나 다 할 텐데, 나는 집에서 음악 들으면서 청소를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요.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해서 출사하러 가기도 하고요. 다양하게 하고 있었네요(웃음)”

▲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몰입할 수 있어서요. 그 순간에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구도나 피사체만 생각하잖아요. 재밌어요. 아직은 아마추어라서 이것저것 찍어요. 그중에 몇 장 얻어걸리는 거죠(웃음) 아까 말씀 못 드렸는데 하반기 계획 중에 사진전도 있어요. 이전에 포토 에세이를 두 권 낸 적이 있거든요. 화보집도 계획 중이에요”

▲ 어느새 20대 후반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0대 돌아보면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아요. 성숙하지 못했던 데 대해서요. 하지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어요. 스물일곱 살 김명수도, 앞으로의 김명수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자연스럽게 나아갈 겁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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