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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한일전 #분량 #답습… ‘프로듀스48’에 던지는 질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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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48' 공식 포스터(사진=Mnet)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Mnet ‘프로듀스48’이 전체 여정의 약 3분의 1을 달려왔다.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의 참가로 방송 시작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으나 막상 베일을 벗은 뒤에는 승승장구 중이다. 1.1%로 출발한 시청률이 지난 4화에서 2.8%까지 상승하며 회마다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 프로듀서가 ‘프로듀스48’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1회는 방송 시간을 약 2시간으로 대폭 늘려 여러 연습생을 비춘 데 반해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된 후부터는 ‘분량 차별’ ‘악마의 편집’ 등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일 연습생 실력 차이와 인기투표 결과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는 국민 프로듀서도 많다. 무엇보다 이 같은 논란은 단순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가피한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앞선 ‘프로듀스101’ 시리즈부터 반복됐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느낀 바가 있었다면 분명 개선되어야 했다.

특히 김용범 Mnet 국장과 안준영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프로듀스48’에 대해 “한일전이 아니라 문화교류” “분량은 간절한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전 시즌에서 쌓은) 제작진의 노하우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 예고한 바다. 그러나 4화까지 방송된 현 시점 ‘프로듀스48’는 제작진의 약속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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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방송화면)



■ “韓세정-日소혜” 한일전이냐 문화교류냐

한국 참가자 대다수는 연습생 신분이다. 가수로 데뷔한 경험이 없는 참가자가 더 많다. 반면 일본 참가자는 현지 스타다. 최근 건강 문제로 하차한 마츠이 쥬리나는 올해가 데뷔 10주년이었다. 그런데도 실력은 한국 참가자가 월등히 앞선다. 제작진은 이를 “문화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아이돌 시스템이 데뷔 전 기본기 확립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데뷔 후 성장이 세일링 포인트라는 것이다.

이는 1화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소속사 평가 최하위 등급인 F 반에는 일본 참가자가 주를 이뤘다. 그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일본 참가자들도 3일 안에 노래와 춤을 숙지해야 하는 미션에 어려움을 겪었다. 3화부터 시작된 그룹 배틀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한국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고 일본 참가자들의 실력도 한층 발전했다. 서바이벌이라는 포맷 안에서 국적을 넘어 서로 돕고 배려하는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다.

마치 ‘프로듀스101’ 시즌1의 김세정과 김소혜의 관계를 국적에 따라 나눠놓은 모양새다. 김소정과 김소혜는 시즌1의 ‘사제관계’로 통했다. 실력이 부족한 김소혜의 선생님을 자처하는 김세정 모습이 국민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터다.

하지만 그룹 배틀 평가에서 거의 모든 조의 연습 과정이 이러했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 참가자들의 역할이 일본 참가자들의 성장을 돕는 데에만 그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런가 하면 한국 연습생들의 노력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읽히기까지 한다. 첫 번째 등급 재평가가 단적이 예다. 연습생들은 주제곡 ‘내꺼야’의 라이브 안무 영상을 한국어, 일본어 버전으로 각각 촬영해 심사받았다. 방송에 나온 등급 평가 영상에서는 한국 참가자들이 일본어 가사를 거의 외우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반면 일본 참가자들은 서툰 발음이나마 한국어 가사를 불렀다. 영상을 확인한 심사위원들은 한국 참가자들에게 “연습을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일본 참가자들에게는 “예뻐 보인다”고 칭찬했다.

과연 한국 참가자들의 의지가 일본 참가자들보다 부족했던 것일까? 본방송에서는 ''내꺼야'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각 1회씩 촬영, 평가받기 원하는 버전을 직접 선택'이라는 자막으로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자국어 가사를 외우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전략 문제로 의지와는 상관없다. 일부 국민 프로듀서들이 이를 지적하자 VOD 서비스에서는 ‘평가받기 원하는 버전을 직접 선택’이라는 자막이 삭제됐다. 본방송 자막이 실수인지 제작진이 논란의 여지를 뒤늦게 차단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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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방송화면)



■ “분량의 기준, 간절함” ‘피디픽 논란’ 재점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참가자 분량의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데뷔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시청자 투표이고, 시청자가 참가자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방송 뿐이다. 얼굴을 자주 비출수록 인기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프로듀스’ 역시 시리즈 내내 참가자들의 분량 비교가 중요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안준영 PD의 공식 입장은 일관된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부터 “분량은 간절한 친구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나 간절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참가자 중 간절하지 않은 이는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이 아니라면 데뷔가 불투명한 한국 연습생들도, AKB48이란 인기 그룹에 속했으나 시스템 특성상 주목받지 못하는 일본의 ‘비인기 멤버’들도 ‘프로듀스48’은 다시 없을 간절한 기회다.

이 가운데 미야와키 사쿠라가 ‘피디픽’ 논란에 휩싸였다. 소속사 평가부터 그룹 배틀 평가까지 그는 가장 높은 등급을 얻거나 센터가 됐다. 이 과정은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방송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쿠라의 실력이다. 노래도 춤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만큼 빼어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를 ‘문화의 차이’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쿠라가 AKB48로 데뷔한 지 7년이나 됐고 총선거 3위를 한 경험도 있기 때문. 게다가 그룹 배틀 평가에서는 사쿠라보다 인지도와 경력이 낮은 일본 참가자들이 한국인 못잖은 발음과 실력을 보여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분량은 하늘과 땅 차이다.

‘프로듀스48’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96명이나 되는 참가자의 분량을 정확히 맞춰줄 수 없다. 더 재미있거나 화제를 모을 만한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 제작진으로서 옳은 선택이다. 이는 시청자도 인정하는 지점이다. 그런데도 분량에 대한 국민 프로듀서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분량은 간절한 친구들에게 돌아간다”는 안준영 PD의 모순적 약속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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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방송화면)



■ ‘프로듀스101’ 답습, 제작진은 간절한가?

‘프로듀스48’의 아쉬움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논란의 도돌이표’다. 참가자 실력, 분량 논란 외에도 앞선 시즌과 비슷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선 연습생 간 인지도 차이를 들 수 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경우 이미 데뷔한 가수들의 참가 비율이 소수에 해당했지만 ‘프로듀스48’은 절반 이상이다. AKB48의 경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마니아가 상당하다. 이는 경연의 현장 관객 투표와 직결된다. 현장 득표수는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베네핏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경연 무대에 대한 평가가 아닌 ‘인기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공정성 논란을 부른다.

이 문제는 4화 그룹 배틀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붐바야’(원곡 블랙핑크) 1조와 2조의 대결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현장을 다녀온 국민 프로듀서의 후기 글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다. 요지는 두 조의 실력 차이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한국 참가자들로만 꾸려진 1조는 원곡자의 무대를 보는 듯 완벽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반면 애초에 ‘붐바야’를 원치 않았던 일본 참가자들이 속한 2조의 무대는 다소 부족했다. 반전은 승리가 2조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국내 AKB48 팬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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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방송화면)



‘붐바야’ 2조는 조원 사이의 표 차이로도 의견이 분분했다. 2조에서 100표 이상을 얻은 참가자는 아사이 나나미(144표) 치바 에리이(102표)뿐이다. 가장 중요한 센터와 리더, 메인보컬을 동시에 소화한 한초원은 42표를 받아 조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나나미와 에리이는 일본에서 AKB48의 막내 라인으로 사랑받는 참가자들이다. 이러한 인기가 득표에 반영된 것이다. 다만 ‘프로듀스48’로 AKB48을 처음 접한 일부 국민 프로듀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나나미와 에리이가 연습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레이너 앞에서조차 노래와 랩을 제대로 부르지 않아 지적 받기도 했다. 그런 한편 한초원은 나나미와 에리이를 북돋우고 자신의 포지션까지 소화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현장 관객과 TV 시청자 사이의 대립이 발생한 이유다. 스타 혹은 스타가 될 재목을 뽑는 것이기에 참가자의 실력과 노력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시청자들이 이해 불가할 정도라면 경연이란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방향을 잃은 셈이다.

온라인 투표의 해외 접속 차단도 ‘프로듀스101’ 시리즈부터 이어져 온 문제다. 현재 ‘프로듀스48’ 온라인 투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지마켓이다. 그러나 지마켓 한국 애플리케이션만 다운로드받으면 글로벌 ID로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한국인 실명이 인증된 ID를 구매해 투표에 참여하는 해외 팬들도 적지 않다. 제작진의 빈틈없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프로듀스48’은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꽃길을 착실히 따르는 모양새다. 1.1%의 시청률로 출발해 지난 4화로 2.8%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평균 기준) 회마다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 시즌들과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역시 첫 방송으로 2위에 신규 진입한 뒤,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일본에서도 뜨겁다. TV 시청에 대한 온라인 화제성을 측정하는 ‘일본 시청열(視聽熱) RANK’에서 일본 최대 아이돌 기획사인 쟈니스의 인기 프로그램을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 든다. “(전 시즌에서 쌓은) 제작진의 노하우가 꽃을 피울 것”이라던 말이 이슈를 끌 만한 편집, 참가자들의 역량으로 인기를 끈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말이었던 걸까. 성숙하게 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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