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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끌려서] ‘무법 변호사’ 이준기표 ‘만.찢.남’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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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변호사'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배우 이준기(사진=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만.찢.남’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를 줄인 말이다. 보통 만화 속 주인공처럼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남자들에게 붙는 말인데, 배우 중에서는 이준기에게 꼭 어울린다. 비단 잘생긴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데뷔 16년 차 이준기의 첫 번째 인생 작품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영화 ‘왕의 남자’(2005)를 들 수 있다. 그 이전까지 줄곧 조연을 맡았던 이준기는 첫 주연작 ‘왕의 남자’에서 여장 남자인 광대 공길을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림처럼 고운 얼굴과 중성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

대다수 신인이 첫 번째 흥행작이나 캐릭터에 발목을 잡힌다. 연기이든 이미지이든, 첫인상이 남긴 강렬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기는 달랐다. 같은 해 SBS 드라마 ‘마이걸’(2005)로 매력적인 바람둥이를 연기했고, 이듬해 영화 ‘플라이 대디’로 싸움 고수 고등학생을 맡아 또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준기이지만 그만의 색깔도 분명하다. ‘왕의 남자’의 잔상을 지우는 데 큰 몫을 한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부터 최고 시청률 27.9%(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일지매’(2008)를 거쳐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무법 변호사’까지, 이준기가 특히 두각을 나타낸 장르는 활극이다. 만화처럼 극적인 서사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액션이 특징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장르다. 선악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구조는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정의 구현’이라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일부 비현실적이거나 억지스러운 설정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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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왼쪽부터) '일지매' '무법 변호사' 속 이준기(사진=MBC, SBS, tvN)


그런데도 이준기의 활극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단연 이준기의 공이 크다. 그간 작품마다 복수를 위해 악에 대항하는 캐릭터로 변신해온 이준기다. 그러나 활극은 선과 악이 싸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지점을 채우는 것이 바로 이준기의 연기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만.찢.남’ 캐릭터도, 이준기를 만나면 시청자들이 깊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유다.

이준기의 이러한 재능은 ‘무법 변호사’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를테면 2회에는 이준기가 맡은 봉상필이 장대비를 맞으며 오열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필은 인권 변호사였던 엄마를 죽게 만든 판사 차문숙(이혜영)에게 복수하려는 변호사인데, 고향에서 엄마가 쓰던 곳을 인수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이후 상필은 비가 쏟아지는 사무실 앞에서 엄마의 제사를 지내듯 홀로 소주를 따르며 엄마를 추억하고, 오열했다. 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새로울 것 없는 연출이지만, 이준기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엉엉 우는 모습이 상필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에 따르면 소주를 따른다는 설정은 이준기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이준기가 캐릭터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방송 후 가장 반향을 일으켰던 8회, 상필의 외삼촌 최대웅(안내상)이 죽는 장면에서도 이준기의 열연이 현실감을 부여했다. 서울에서 난다 긴다 하는 조직의 우두머리인 대웅은 상필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았다. 그 과정이 다소 어설퍼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극 중 이를 목격한 상필이 절규하는 모습이 장면의 허술함을 덮었다. 이준기는 제게 하나 남은 피붙이를 눈앞에서 잃는 상필의 참담함을 절절하고 애통하게 표현했다. 이에 이준기는 방송 후 공개된 코멘터리 영상에서 “너무 충격적이고 슬펐다”며 “그날 집에 가서 실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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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그런가 하면 상대하는 캐릭터마다 다른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 것도 이준기의 강점이다. 극 중 상필의 연인이자 동료 변호사 하재이를 연기하는 서예지와는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며 아웅다웅 호흡을, 배우로서 대선배이자 극에서는 복수의 상대가 된 이혜영(차문숙 역) 최민수(안오주 역)와는 불꽃 튀는 카리스마 대결을 보여주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재이를 인질로 붙잡은 오주가 상필에게 총구를 겨눠 충격을 안긴 14회 엔딩에서는 이준기의 살벌한 눈빛 연기가 돋보였다.

캐릭터의 개연성, 그 자체가 되어주는 감정 연기는 물론 화려한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는 이준기의 열정 덕분에 ‘무법 변호사’를 향한 호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지난 14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인 7.1%를 기록했을 정도다.(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만.찢.남’ 이준기의 필모그래피에 새롭게 추가된 인생 작품 ‘무법 변호사’가 이 기세에 힘입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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