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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해숙 “‘국민엄마’ 타이틀,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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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김해숙(사진=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이제 ‘아이 캔 스피크’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 경력 44년, ‘국민엄마’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배우. 스크린과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김해숙에게도 영화 ‘허스토리’는 어려운 과제였다. 6년간 일본 정부에 맞서 싸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허스토리’에서 김해숙은 말 못할 비밀을 지닌 배정길을 연기했다.

김해숙은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까봐 가장 좋아하는 선배인 나문희가 출연했던 위안부 소재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국민엄마’에서 세상을 향한 큰 소리를 내는 위안부 할머니로 변신한 김해숙이 소회를 털어놨다.

▲ 이번 영화는 상상으로 연기하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었어요. 배우라는 게 캐릭터를 맡으면 시나리오를 보고 그 인물을 상상하고 분석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야 되는데 이번엔 상상 조차 안 됐어요. 그 상처의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고 글을 보면 볼수록 어려웠어요. 너무 힘들었죠”

▲ 그래도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떻게 접근했나요?

“처음에 아무리 해도 안 돼서 내 욕심인가 싶었어요. 허구의 인물도 아니고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터무니 없는 상상으로 연기 하는 것은 내 교만이고 이기심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생각한 게 내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각자 연기론이 있겠지만 난 하얀 도화지에 인물을 입히고 싶다는 생각하는데 그것조차 힘들었어요. 형식적인 게 아니라 진짜 인간 김해숙까지 비워야했어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 비운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게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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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큼 힘든 캐릭터라서 제안 받았을 때 쉽게 결정하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민규동 감독은 배우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줬는데 처음엔 이런 이야기인 줄도 몰랐죠. 나중에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집에 들고 와서 펼쳐볼 수도 없었어요. 진짜 묘한 감정이었어요. ‘내가 감히’라는 생각이 들어서 피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죠. 시나리오를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분들이 나이가 들어서 어떻게 사는지, 그 후의 삶부터 시작해서 좋았어요. 또 내 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 나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죠”

▲ 법정신에선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요

“재판신을 나흘 동안 찍었는데 서로 지켜보면서 다 같이 젖어 있으니까 이미 지칠 대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어요. 삼일 째 되는 날에 진짜 몸이 안 좋고 아팠어요. 촬영장을 가서 내 모습을 보니 하늘이 도우시나 생각했죠. 분장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더라고요. 얼굴에 생기가 돌까봐 하루 종일 물도 안 마셨어요. 정말 기도했어요. 연기를 잘 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분의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와 닿게 해달라고 했어요”

▲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그분들을 비하하는 이들도 있어 놀랐어요

“시나리오 보고 충격 받았어요. 같은 역사를 겪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게 충격이었죠. 그걸 겪으신 분들은 계속 상처를 받고 사는 거에요. 관부 재판은 분명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잘 모르잖아요. 이런 게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도 해온 이야기고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이야기에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영화를 보고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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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김해숙(사진=NEW)


▲ 캐릭터에 몰입했다가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어요. 뭘 해도 자꾸 눈물이 나니 빨리 벗어나고 싶었죠. 근데 잘 안 되더라고요. 캐릭터에 빠져도 한 달이면 빠져나오는데 이번엔 힘들었어요. 그래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 작품에 빨리 들어갔죠. 그런데도 원상복귀에요. 그나마 여행을 하면서 이제야 내 컨디션으로 돌아왔어요. 여기에 빠져있다 보니 내 자신을 너무 버렸어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조차도 무의미해질 정도라 무서웠어요”

▲ 작년에 ‘아이 캔 스피크’도 위안부 이야기를 다뤘는데 후발주자라서 부담이 되는 부분은?

“시나리오를 보고 완전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을 향한 소재는 같으나 우린 관부 재판에 대한 이야기고 현재의 아픔을 풀어내는 방법이 달라 걱정은 안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나문희 선배가 나오는 ‘아이 캔 스피크’도 안 봤어요. 내 자신을 버리기도 힘든데 영화를 보고 잔상이 남을 것 같아서요. 이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이라도 당장 가서 봐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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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스토리’에서도 엄마로 나오지만 유달리 사연 있는 엄마 연기를 많이 맡았어요

“나름 나에게 고집이 있어요. 현실 속 엄마들은 나이가 들면 살도 찌고 편한게 대부분이잖아요. 현실적인 엄마를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도 맞지만 엄마를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미모보단 현실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나 같은 엄마도 있어야지 생각해요”

▲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그런 건 이제 없어요. 배우니까 다른 캐릭터에 대한 열망은 있죠. 같은 엄마라도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도 ‘국민엄마’ 타이틀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웃음) 내가 가진 정말 감사한 말이에요. 다음 작품도 이미 정했어요. 난 일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좋아요. 끊임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열정을 갖게 해줘서 감사해요. ‘허스토리’를 한 이후 이제 뭐가 와도 겁은 안 날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와도 놀라거나 슬프지 않을 거예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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