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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오션스8' 당당하게 욕망하는 여성의 케이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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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션스8'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미디어가 그리는 여성성은 흔히 허영과 욕망으로 대변된다. 명품 옷과 악세사리, 화장품, 향수 등 여성이 원하는 것들은 남성이 추구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속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렇게 일반화된 여성성은 쟁취해야 할 목표이거나 혹은 만족시켜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대개 주변부에 위치한 채 주인공의 조력자나 뮤즈 쯤의 역할로 그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영화 ‘오션스8’ 속 여성들만큼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에 당당하며, 심지어 주체적이기까지 하다.

‘오션스8’은 케이퍼무비의 대표 격인 오션스 시리즈의 첫 여성판 작품이다. 5년 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막 출소한 데비(산드라 블록)가 자신만의 팀을 꾸려 커다란 한탕을 벌이는 이야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패션 행사에 잠입해 1500억 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을 훔치는 게 이들의 목표다. 디자이너와 모델, 행사 스태프, 해커, 보석 전문가 등 각자 역할을 맡은 ‘오션스8’은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이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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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션스8'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오션스8’은 단순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오션스’ 시리즈로 그치지 않는다. 범죄의 동기와 방법, 목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사가 주도적인 여성의 관점을 통해 다뤄진다. 데비는 자신을 배신한 옛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범죄를 기획하고, 그의 동료 태미(사라 폴슨)는 ‘육아맘’의 일상을 잠시 잊고 커리어우먼의 모습으로 작전에 가담한다. 그런가 하면 퇴물 디자이너 로즈(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범죄는 재기를 위한 발판이 되고, 엄마의 잔소리에 시달리던 아미타(민디 캘링)에게 있어서는 독립을 위한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이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 역시 남성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준다. 뛰고 나는 화려한 스턴트 액션 장면은 거의 없고, 대신 치밀하고 체계적인 동선으로 가볍고 자연스 범죄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삐까뻔쩍한 시각적 효과 없이도 관객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오션스8’의 흡인력은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강렬하다. 이는 흐트러짐 하나 없이 내내 침착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주인공들의 극 중 연기와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너지를 발휘한 덕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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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션스8'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어디선가 범죄자를 꿈꾸고 있을 소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꼭 성공해야 한다.” 극 중 데비가 동료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네는 이 대사는 여성 관객을 향한 ‘오션스8’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데비 일행이 벌이는 한탕은 거창한 가족애나 사회 정의를 위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부자가 되어 크고 좋은 집에 살거나 명품으로 온 몸을 치장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데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이 보석을 훔치려 하는 이유는 그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션스8’은 누가 선물하는 보석을 받을 줄만 아는 여자들이 아니라, 원한다면 얼마든지 보석을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여성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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