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기자Pick] 조원선·정든·유승우, 해질 무렵 나를 쓰다듬는 묘한 온도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 편집자주 -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6월 둘째 주(6월 4일 월요일~6월 10일 일요일)의 앨범은 유빈, 조원선, 온앤오프, 정든, 유승우입니다.

이미지중앙


■ 유빈 싱글 ‘도시여자’ | 2018.6.5

다시 돌아온 시티팝 열풍에 유빈도 동참했다. 데뷔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로 나선 유빈은 자신에게 익숙하고도 낯선 레트로를 택했다. 원더걸스 활동 당시 보여줬던 모습이기도 하면서 또 마냥 그때와 같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도시여자’ 속 유빈은 한층 가벼워보인다. 커버는 산뜻한 살구색으로 물들였으며, 타이틀곡 ‘숙녀’는 앙큼발랄한 분위기다. 유빈의 중저음 목소리와 어울려 색다른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옛날 장르의 무드를 제대로 살린 공간감도 재미있는 요소다. 분명 원더걸스 때와 다른 유빈의 모습임은 확실하다. 노래도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중독성을 지녔다. 다만 이런 화려함의 극치인 엄정화가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유빈이 다음에 낼 곡은 어떤 모습일지, 본인만의 래퍼런스를 형성할 수 있을지 빨리 듣고 싶다.

이미지중앙


■ 조원선 싱글 ‘서두르지 말아요’ | 2018.6.6

9년 만에 조원선이 돌아왔다. 2009년 솔로 정규 1집 앨범 ‘스왈로’ 이후의 자작곡이다. 노래는 도입부부터 인상적이다. 얼핏 들으면 바람 소리를 그대로 녹음한 것 같은 노이즈라고 생각되는데, 자세히 들으면 겹겹의 화음이다. 이를 토대로 조원선과 존박의 목소리가 물 흐르듯 흘러나오는데 오래된 멜로영화 속 말없는 남녀주인공 대신 이들이 대사를 읊는 것 같다. 그만큼 노래는 드라마틱하다.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소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앨범의 소개 글에는 ‘미묘한 온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딱 맞다. 때로는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적당해서 마치 공기가 없는 듯한 상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온도가 없는 것 같아서 더 이상하고 묘한 순간들. 그렇게 ‘서두르지 말아요’는 어떤 표현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순간을 만져지게끔 한다. 곡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재즈풍의 분위기가 로맨틱함을 더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지중앙


■ 온앤오프 미니 ‘YOU COMPLETE ME’ | 2018.6.7

온앤오프는 근래 보기 드문 보이그룹이다. 아이돌 특유의 상큼함은 유지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장르와 소화력으로 신선함을 준다. 댄스 장르에 편중되어 있는 보이그룹 시장은 보통 ‘보는 음악’이 많다. 퍼포먼스와 함께 봐야 그 멋이 더 사는 것이다. 하지만 온앤오프는 ‘듣는 음악’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데뷔곡 ‘온앤온프(ON/OFF)’을 비롯한 첫 앨범은 참 좋았다. 그래서 뒤이어 나온 타이틀곡 ‘컴플리트’는 그 전곡만한 임팩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노래는 여름이면 으레 나오는 청량한 콘셉트를 비슷하게 따른다. 다행인 것은 이전 앨범에서도 그랬듯 꽉꽉 들어찬 수록곡의 다양함이 상당하다는 점. 앨범을 전체적으로 듣는다면 온앤오프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지중앙


■ 정든 싱글 ‘온도’ | 2018.6.7

많은 가수들이 봄의 내음을 노래하고 여름의 청량함을 따를 때 정든은 아직 남아 있는 찬 기운을 보듬는다.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온도’는 겨울에도 어울릴 법한 곡이다. ‘온도’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훈훈함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노래는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지금과도 딱 맞는다. 다른 계절로 넘어가기 전, 계절과 계절 사이의 묘한 느낌은 다 똑같기 때문이다. 그저 정든의 느낌은 좀 더 포근하고 따스할 뿐. 살짝 선선한 날씨인 요즘 같은 저녁, 가만히 벤치에 앉아 바람의 온도를 느끼며 듣기 좋다.

이미지중앙


■ 유승우 싱글 ‘천천히’ | 2018.6.8

유승우가 마냥 달콤한 어쿠스틱 팝 장르만 잘 소화하는 줄 알았는데, 그 사이 그의 폭이 넓어졌다. 보통 음악에서 ‘성숙해졌다’고 표현하면 어떤 애절함을 호소하거나 진지하거나 등의 분위기를 지닌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승우는 ‘천천히’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숙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천천히’의 가사는 여전히 ‘사랑모드’이지만 색깔은 그 전과 엄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분홍색이 떠오르는 러블리한 모습이었다면, ‘천천히’는 앨범 커버처럼 푸른 나무와 해가 지기 전 살짝 짙어진 하늘과 같은 색이 생각난다. 비슷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는 지점을 잘 짚어낸 것이다. 앞으로 보여줄 유승우의 표현법에 기대가 된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