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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피아노 치는 래퍼 제이문의 달빛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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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문(사진=프리마뮤직)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어두울 때 빛을 밝혀주는 달 같은 존재이고 싶어요”

제이문은 랩 스킬의 스펙트럼이 넓은 래퍼다. 무드 있는 랩싱부터 화려한 래핑까지 곡마다 변주가 자유자재다. 이를 받쳐주는 가사도 감탄스럽다. 직설적인 가사가 주된 현 힙합씬에서 제이문의 가사는 눈에 띄게 서정성이 짙다. 가사라기보단 한편의 시(時)에 가깝다.

피아노 치는 래퍼로도 유명한 제이문은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전공 중이다. 그래서인지 행동과 생각에서 예술가적 기질이 묻어 나온다. 자신만의 분위기와 색깔이 확실하다. 왠지 하얗게 떠오른 보름달과 닮았다.

▲본명이 문지원인데 제이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이문이라는 활동명은 본명에서 따온 거예요. 문(Moon)이 달이잖아요. 달의 상징성을 두고 이름을 지었어요. 달의 속성을 보면 양면성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가장 어두운 시기에 필요한 빛을 밝혀주죠. 내가 조용한 편인데 그런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최근 발매한 ‘루시 인 더 스카이'(Lucy In The Sky)’ 타이틀곡 ‘불’에서 랩싱을 했어요

“지향하고자 하는 음악적 가치관이 가사에 치중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한테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들려주고 있지만 시(時)라든가 편지 또는 대화 같은 형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같은 경우 꼭 랩을 해야겠다는 것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유재하나 윤상의 음악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시 같은 노래도 될 수 있고 랩도 될 수 있는 형태의 음악이 나왔어요”

최근 유행하는 가사들은 1차원적인 직설 화법이 많은데 제이문은 시적인 비유나 서정성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스스로 내 음악을 들었을 때 만족해야 하는 부분이 커요. 물론 요즘 유행하는 가사도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 같은 경우는 따뜻한 감성이 필요했고, 깊은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 케이스죠. 대신 ‘잠수함’이라든지, 앞의 트랙에선 좀 더 직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럼 가사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책을 많이 읽진 않아요. 그냥 어릴 때 시를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랩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에픽하이거든요. 에픽하이의 4집 앨범을 좋아해요. 그 앨범을 들으면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죠. 타블로하면 가사 잘 쓰기로 손에 꼽히는 래퍼잖아요.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시간에 맥주한잔하면서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부터 시작해서 밤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밤이라는 시간에 기준을 놓고 작업을 해요. 어두운 도시의 무서움, 하지만 그 안에서의 위안 등의 가사나 밤의 화려함에 대한 것들을 가사로 풀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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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문(사진=프리마뮤직)


▲본인을 가장 잘 담아낸 앨범을 꼽아보자면?

“확실히 이번 앨범이요. 나쁘게 보면 이번 앨범이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요즘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쏟아낸 결과물이거든요. 이중 ‘귿모닝’이라는 트랙이 가사적으로 나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내 또래들은 공감하는 감정일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20대 초반에 세상과 부딪히면서 힘들어 하다가 독기가 빠지게 되는 경험이 있잖아요. 남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는 와중에 도시에 무서움도 느꼈죠. 지금 혼자 양재 쪽에서 살고 있는데 지난해 안 좋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혼자 있다 보니까 외롭기도 하고 뭔가 도시가 무서웠죠. 후반부 트랙 ‘DICKHEADS!’에서 ‘난 서울시가 낳은 변수’라는 가사가 있는데 도시가 주는 변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밥벌이 하고 있는 날 표현한 곡이에요. 또래들은 동감할 수 있는 감성인 것 같아요”

▲랩을 어린 나이에 시작했어요

“음악은 언제나 근처에 있었어요. 어릴 때는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죠. 그냥 클래식 피아노를 치면서 말도 안 되는 곡을 써보고 그랬죠.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잠깐 가출 비슷한 걸 해본 적 있어요. 금방 부모님께 잡혀오긴 했지만요. 그때 부모님이 진지하게 ‘음악을 업으로 삼을 수 있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늘상 하고 있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작곡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당시만 해도 랩은 취미였어요. 래퍼가 될 마음은 사실 없었죠. 그런데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낸 믹스테잎을 보고 빌스택스(바스코) 형이 래퍼를 제안하면서 시작하게 됐죠”

▲제이문이 하고자 하는 랩의 방향성은 뭐예요?

“내게 랩은 습관이에요. 일기 쓰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죠. 요즘엔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싶지 않아요. 수입 걱정 없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죠. 아무래도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뭔가 사랑하는 일이 계속 변질되다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이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나중에 이게 진짜 싫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러면 안 되겠다. 걱정 없이 다른 걸로 수입을 내고 음악을 재밌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떤 것이든 살아서 남아만 있으면 그게 제일 멋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귿모닝’ 가사에서 포기해야하는 것들에게 대해서 적어놨어요. ‘음악만 하고 있으면 된다’가 결론이었죠”

최근 여러 래퍼들이 구설에 올랐어요. 래퍼들이 미치는 파급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제이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열려있는 편이에요. 어차피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잖아요. 양측 입장을 들어보면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차라리 그런 쪽으로 감정을 낭비할 바엔 내 사람들한테 잘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내면이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해요. 고등학교 다닐 때 있었던 일인데 친구들이 그때 SNS에 올라온 잘못된 정치글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어요. 그걸 지켜보던 선생님이 ‘너희가 정치인이 되려면 그렇게 신경을 써도 된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각자 포지션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라. 그러면 사람들이 따라와 줄 거다’고 하셨어요. 난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싸우고 지쳐있을 때 힘이 되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제이문이라는 이름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정규 10집을 내고 싶어요. 그리고 난 다음 풀 라이브 밴드로 체육관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내가 쌓았던 경험들 무대에서 다 폭발시켜 보고 싶거든요. 좋은 기획과 연출을 통해서 나라는 래퍼를 큰 자리에서 한번 보여주고 싶습니다. 장소는 미국 뉴욕에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정도?”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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