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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허준호·이혜영·최민수, 관록이 꽃피운 명품 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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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매진아시아, 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이게 바로 관록이다’

눈빛과 표정, 대사 한마디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절대적인 악인 연기로 안방극장을 압도하고 있는 중년의 배우들, 허준호·이혜영·최민수 얘기다. 허준호는 MBC ‘이리와 안아줘’에서, 이혜영과 최민수는 tvN ‘무법변호사’에서 각각 연쇄 살인범과 두 얼굴의 판사로 변신했다. 극 중 캐릭터가 저지르는 용납할 수 없는 악행들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한편, 이를 실감나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감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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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안아줘' 살인마 윤희재 역의 허준호(사진=이매진 아시아)


#허준호, 등장만으로 압도한다
‘이리와 안아줘’에서 허준호가 나타나는 순간, 이 드라마의 장르는 멜로에서 스릴러로 전환된다. 사이코패스 윤희재로 변신한 허준호의 서늘한 눈빛과 비열한 미소가 공기의 흐름마저 바꿔버리는 것.

극 중 윤희재는 희대의 살인마다. 뚜렷한 동기 없는 살인을 연속으로 저지르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했다.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교도소에 복역하며 자신의 살인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준비했다. 교도관에게 금연을 권유하며 “산다는 건 참 좋은 것”이라는 여유를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허준호의 내공이 빛난다. 그는 윤희재를 포악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주 웃고, 상냥한 모습을 보인다. 살인을 앞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겁에 질린 여자아이에게 “아저씨가 엄마 아빠 있는 곳으로 금방 보내줄 테니까, 가서 울라”면서도 다정한 말투로 윤희재의 잔혹성을 극대화했다.

허준호는 앞서 윤희재를 연기하면서 자주 악몽을 꾼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만큼 잔인무도한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상태다. 허준호의 열연은 시청자들의 몰입도 이끌었다. 덕분에 ‘이리와 안아줘’는 지난 8회 전국 가구 시청률 4.6%를 기록하며 지상파 채널 수목극 2위로 ‘역주행’을 시작했다.(닐슨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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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변호사' 두 얼굴의 판사 차문숙 역의 이혜영(사진=tvN)


#이혜영, 우아하게 악랄하게
이혜영이 연기하면 악역도 우아해진다. ‘무법변호사’에서 맡은 차문숙 판사가 그 예다. 전작 ‘마더’에서 죽음을 앞둔 엄마 차영신 역을 맡아 모성 연기의 역사를 새로 쓴 이혜영은 180도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극에서 권력과 비리로 얼룩진 도시 기성의 ‘마더 테레사’로 통하는 차문숙의 삶은 이중적이다. 시민들에게는 청렴한 부장판사로 존경받지만, 그의 실상은 무시무시하다. 기성지역 법조 명문가 고명딸로 태어나 역시 판사의 길을 걸으면서 손에 쥔 권력을 갖고 주위를 휘두른다.

두 얼굴을 가진 소수 권력 계층 캐릭터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그려졌었다. 그러나 이혜영의 연기는 결이 다르다.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낼 때조차 품위를 잃지 않는 것. 2회에서 차문숙이 재판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변호사 고인두(전진기)에게 “대가리 박아”라고 했던 장면이 백미였다. 비속어가 고풍스럽게 들렸다. 이는 이혜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찬사도 쏟아졌다.

이혜영은 “3자의 시선에서 차문숙은 악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지만, 캐릭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해석대로 차문숙은 회가 거듭될수록 ‘당연한 악행’들을 벌이며 극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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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변호사' 건달 출신 안오주 역의 최미수(사진=tvN)


#최민수, 독보적인 색채
‘무법변호사’의 또 다른 악인, 최민수 표 안오주도 빼놓을 수 없다. 안오주는 어시장 건달에서 지역 기반 기업의 회장까지 성장한 인물이다. 다만 그의 마인드는 여전히 ‘깡패’에 머물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박과 살인을 일삼는 것.

안오주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그렇게 기성에서 버텼고, 차문숙 눈에 들어 기성시장 후보까지 오르게 됐다. 이에 상대에 따라 태도가 돌변하는 안오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하들에게는 한없이 무서운 보스이지만, 자신의 명줄을 쥐고 있는 차문숙 앞에서 무릎도 꿇을 만큼 비열해진다. 이 과정에서 차문숙 역의 이혜영과 주고받는 호흡이 남다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캐릭터지만 가볍지 않다. 최민수 특유의 카리스마가 균형을 잡아준다. 또 안오주가 기성 토박이라는 설정에 맞춘 사투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사투리에 자신만의 독특한 말투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냈다.

최민수는 ‘무법변호사’를 “선과 악을 다루며 유쾌함과 재미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었다. 그 속에서 자신은 “역량을 갖춘 배우들과 함께 ‘나다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최민수는 이미 ‘나다운 것’을 찾아 안오주를 완성한 모양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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