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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스모크’ 김소향 “내게 무대란 끝나지 않는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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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소향(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로네뜨)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김소향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됐다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배우다. 그는 한국 공연시장에서 가장 희소한데다 실력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다. 무엇보다 연습과 실전 모두 온힘을 쏟는 열정적인 배우로 더 유명하다.

▲ 소극장 무대 컴백이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소감은?

“대학로 작품은 10년만이에요. 대학로 들어오기 일주일 전부터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잤죠. 잘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소극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부담이었어요. 그래도 첫 공연 올라가면서 관객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굉장히 행복하고 기뻤죠”

▲ 어떤 작품인가?

“이상 시인의 훌륭한 시를 정말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요리하는 느낌이에요. 비단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우리들한테도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잖아요. 인생에는 고통과 포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죠. 그런데 이런 고통의 끝에서 치유하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뮤지컬이에요. 굉장히 처절하지만, 그 처절함 안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죠”

▲ 작품을 보는 기준이 남달라 보인다. 특별한 기준이 있나?

“작품을 고를 때 즐겁기만 하면 안돼요. 삶이 밝은 면만 있지 않기에 좌절과 고통이 동반돼야 하죠. 그래야 더 집중도 잘되고 공감도 잘돼요. 그러한 의미에서 ‘스모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내 스타일이죠. 그 안엔 고통과 좌절과 사랑이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뜨거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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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소향(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로네뜨 제공)


▲ 작품 속 캐릭터 홍 연구에 공을 들인 것 같다

“다른 캐릭터를 모방해오긴 힘들고, 나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죠. 연습할 때도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위해 하늘하늘한 드레스 같은 의상을 입고 했어요. 정연, 유주혜 배우가 청바지창법이라면, 쉬폰창법이라고 놀림을 받았죠.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가져올 건 가져와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홍, 나만의 홍을 만들고자 연습하는 내내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나란 여자 자체가 홍과 진짜 많이 닮아 더 수월했죠”

▲ 맡은 배역과 어떤 점이 닮았나?

“홍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그런 모습이 닮아있죠. 미국 유학을 갔다 오면서 힘든 일도 많이 겪었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비관적으로 생각한다거나 포기해본 적은 없어요”

▲ 힘든 일을 겪었나보다

“‘시스터액트’ 이전인 2016년엔 진짜 힘들었죠. 오디션을 보는 족족 떨어졌어요. 미국 가서 무라도 하나 자르고 오자 맘먹었는데 한 6개월 간 50번은 넘게 떨어졌죠. 그땐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대사만 하면 떨어졌어요.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죠. 한국에서는 미국에 있어 콜이 오는 횟수도 줄고, 한국으로 오디션을 보러갈 수도 없어 앞이 안 보였어요. 감사하게도 ‘시스터액트’ 오디션을 보고 그 이후로 꽃 같은 날들을 맞았어요. ‘더 라스트 키스’가 끝나고 ‘스모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행복하죠. 누구나 기회가 한 번쯤은 꼭 온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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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김소향(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로네뜨 제공)


▲ 항상 따라붙는 ‘브로드웨이’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그런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창피해요. 단지 그 수식어에 걸맞은 배우가 되려고 열심히 하고 싶죠. 스스로한테 많이 자극이 돼요. 다만 나로 인해 후배들이 더 많이 세계로 도전했으면 하죠.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 해보니 한국배우들의 감성이나 성대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정말 뛰어나요. 물론 연기나 춤, 노래에 대한 훈련이 꾸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가만히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기대하는 경향을 버리고, 훈련에 있어서도 부족하지 않아야 해요. 더 많은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배출됐으면 하죠”

▲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배우로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줬는데 그 친구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반응하는 모습을 볼 때가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나로 인해 울든 웃든 그 진심 어린 피드백이 느껴지면 뿌듯하죠. 너무 좋아서 소름이 돋아요”

▲ 김소향에게 무대란?

“항상 동료들에게 '못하는데 주인공을 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얘기하는 편이에요. 스스로 부족한 것 같죠. 칭찬을 받아도 항상 창피해요. 잘하고 싶은데 무대가 만족이 안 되죠. 행복하지만 가야할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요. 마치 나 혼자만 안달복달하는 짝사랑의 느낌이죠. 무대는 떠나지 않을 테니까 결코 끝나지 않는 짝사랑이에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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