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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라이브’ 고민시 “배종옥 선배 한마디, 나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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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라이브'에서 오송이 역을 연기한 배우 고민시(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한자로는 높을 고(高) 하늘 민(旻) 볼 시(視)를 써요. ‘높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라’는 뜻이죠”

신인 배우 고민시의 이름에 담긴 의미다. 흔치 않은 이름인 데다 뜻도 비범하다. 그래서일까. 배우를 꿈꾼 계기도 예사롭지 않다. 어떤 작품이나 배우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연말 연기 시상식을 보다가 ‘내가 저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초등학교 입학 전, 고민시가 작은 꼬마였을 때 일이다.

막연했던 꿈은 현실이 됐다. 2016년 웹드라마 ‘72초TV’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SBS ‘엽기적인 그녀’ JTBC ‘청춘시대2’ OCN ‘멜로홀릭’에 연달아 출연했고, 영화 ‘치즈 인더 트랩’(2018)을 통해 스크린에도 나섰다. 이는 배우가 되고자 무작정 상경한 고민시의 열정과 오디션 탈락의 반복에도 지치지 않았던 의지가 만들어낸 필모그래피다. 그리고 올해 tvN ‘라이브’의 캐스팅되며 노희경 작가·김규태 PD 등의 거장을 만났다. 극 중 배종옥(안장미 역) 배성우(오양촌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의 딸 송이 역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근차근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고민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 ‘라이브’로 드라마계 거장들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노희경 작가님의 팬이에요. KBS2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을 특히 좋아했죠. 실은 오디션 때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마음을 내려놨었는데 합격 소식을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어요. 촬영 전부터 대본을 수십 번씩 읽으며 웃고 또 울었어요. 작가님의 글 속 대사를 내가 말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꿈만 같았죠. 김규태 PD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어요. ‘연기할 때 최대한 덜어내 달라’고 주문하셨는데, 신인 배우는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과욕을 부리기 쉽잖아요. PD님 덕분에 원래 내 목소리와 말투를 살려서 극에 깔끔하게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 배종옥·배성우 등 대선배들의 딸을 연기했는데요
“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었죠. 게다가 촬영장에서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배성우 선배가 내 눈앞에 있는 것도 신기했어요(웃음) 오양촌, 그 자체가 되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웠어요. 또 배종옥 선배의 눈빛이나 목소리 톤도 배울 점이 많았고요”

▲ 선배들에게 직접 조언을 들은 적도 있나요?
“지구대 앞에서 엄마와 싸우는 장면이었는데,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배종옥 선배가 보시더니 ‘화를 내려고 하지 말고, 네 안에서 감정을 찾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내가 바뀌었습니다. PD님이 ‘좋았다’고 칭찬하실 정도의 연기가 나왔어요. 그게 그 장면의 마지막 촬영분이었고, 실제 방송에 사용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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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는 '라이브'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종옥·배성우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사진=tvN '라이브' 방송화면)


▲ 송이의 데이트 폭력 장면은 사회 이슈를 담은 만큼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습니다
“대본을 받고 파장이 클 거라고 예상했어요. 예민한 문제인 만큼 관련해 공부도 많이 했고요. 무엇보다 송이가 데이트 폭력 장면을 목격한 아빠가 남자친구를 때리니까 경찰에 신고하잖아요.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철없고 답답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송이를 이해하고, 그에게 공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송이의 에피소드로 작가님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분명했어요. 양촌 아빠가 송이에게 한 말에서 알 수 있었죠. ‘그 누구도 네 허락 없이, 네가 싫다고 하면 절대로 네 몸에 손 하나 대서는 안 된다고’”

▲ 극 중 송이는 아빠에게 툴툴대는 딸이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닮은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웃음) 무뚝뚝한 편이라 가족들한테 표현하는 게 어색했는데, ‘라이브’에 출연하고 많이 달라졌어요. 외동딸인데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느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송이의 마음이 뭔지 잘 알았죠. 아빠가 싫은 게 아니에요. 아빠랑 단둘이 있을 때 그 어색함이 싫은 거죠”

▲ 부모님은 배우의 꿈을 응원해주셨나요?
“처음에는 엄청 반대하셨어요. 안정적인 길을 걷기를 바라셨죠. 또 내가 빨리 벌이를 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21살 때부터 웨딩플래너를 했어요. 그런데 웨딩플래너를 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어느 순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부모님께 말씀드린 다음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어요”

▲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습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감명받은 게 아니라 연말 연기 시상식을 보다가 ‘나중에 내가 저 자리에 서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상을 받는 배우들의 설렘과 떨림이 나에게까지 전달됐죠. 웨딩플래너를 그만두고 상경해서 입시 준비를 했어요.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요. 이 과정에서 탈락의 아픔도 맛봤죠. 하하. 그때 엄청 힘들었는데, 운 좋게 웹드라마 ‘72초TV’에 출연하게 됐죠. 그 작품을 보고 지금의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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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현재 자신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고민시(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이미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배우를 선택한 거잖아요. 웨딩플래너도 2년 여 동안 하면서 재미있었고, 그 분야에서 더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또다시 배우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고작 그 정도로 포기할 거면 서울에 올라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웃음)”

▲ 힘들 때 가족의 품이 그립지는 않았나요?
“힘들수록 스스로 몰아세우는 편이에요. 우울감과 슬픔을 그대로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괜찮아지고, 그렇게 성장해요. 더구나 힘든 것을 가족한테 내색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아직은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잘 되면 가족들이랑 함께 살고 싶어요”

▲ 지금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가요?
“엄청 좋아하시죠(웃음) 요새는 ‘조급해하지 말아라. 빨리 올라가면 그만큼 힘든 일이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연기하는 순간순간을 즐기라면서요. 지금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이 우리 부모님이에요”

▲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단편영화 ‘평행소설’로 ‘제4회 SNS 3분 영화제’ 대상을 받았죠?
“입시 다 떨어지고 힘들었을 때 쓴 거예요(웃음) 그 전에 함께 작업했던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거든요. 시나리오를 직접 써 보면 분석력도 좋아지고, 나중에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원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도전했죠. 당시에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 상태였거든요. 글을 좋아하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시, 배우로서의 고민시 사이에서 느낀 혼란을 담은 영화입니다”

▲ 연출가 고민시를 기대해도 될까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또 상당하더라고요. 게다가 수상 이력이 있어서 아직은 또 다른 작품을 만드는 게 부담스러워요. 글쓰기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쓰겠지만요. 가장 우선으로는 연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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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2016) 윤가은 감독과의 작업을 꿈꾼다는 고민시(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 배우로서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연출가가 있다면요?
“영화 ‘우리들’(2016) ‘콩나물’(2013)의 윤가은 감독님 팬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소원이에요”

▲ 배우 고민시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오디션에서 보거나 함께 작업한 감독님들이 ‘넌 산전수전 다 겪은 친구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외적으로는 밝아 보이는데, 어느 순간의 표정과 내 이야기에서 어두운 면을 발견하셨다고요. 배우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잘 활용해야죠.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아직 찾고 있고요(웃음) 시청자나 관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전도연 선배와 이보영 선배요. 전도연 선배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세요. 있는 그대로, 캐릭터 자체로요. 선배가 쌓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 덕분이겠죠? 이보영 선배는 직접 쓴 책 ‘사랑의 시간들…’(2015, 예담)을 읽고 많은 힘을 얻었어요. 선배도 연기 전공자가 아닌데, 지금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고 있잖아요. 두 분을 닮고 싶어요. 언젠가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면 정말 영광일 겁니다”

▲ 연기 시상식이 꿈의 계기였다고 했는데, 혹시 수상 소감 미리 생각해봤나요?
“음…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는 동안 외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셨어요. 부모님이 나를 혼내도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셨죠. 그런데 지금 치매를 앓고 계세요.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랑 약속했어요. 할머니가 기억 못 해도, 내가 다 기억하겠다고요. 그리고 할머니가 조금이나마 나를 기억할 때, 꼭 TV를 통해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요. 5년쯤 뒤에 영화제 트로피를 받을 만큼 성장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그때 꼭 우리 할머니 고맙다는 말을 할 거예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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