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페퍼톤스처럼 “떠나라”
이미지중앙

페퍼톤스(사진=안테나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사람들은 언제나 움직인다. ‘잠시 멈춤’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마냥. 대체 이렇게 많은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차라리 잠시 한 곳에 머무르는 게 낫겠다고도 여겼다.

그런데 밴드 페퍼톤스는 ‘움직이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삶의 변곡점에서 또 음악의 경계선에서 고민하던 페퍼톤스인데 말이다. 이들은 종착지에 도달하는 지름길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각각의 모험과 경험이 부딪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롱 웨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이는 앨범이다. 그 여유는 내가 어디로 가든, 가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알 수 없을지언정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안도감으로부터 나온다. 앨범을 듣고 나니 생각이 바뀐다. 때로는 ‘어디론가’ 향하는 지보다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지중앙

페퍼톤스(사진=안테나 제공)


▲ 3년 9개월 만에 정규 6집 앨범을 냈어요

“우리가 음악을 쉰 적은 없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렇게는 말했어요.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는 걸레를 짰다고. ‘롱 웨이’가 나온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에요(이장원)”

▲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요

“‘롱 웨이’는 페퍼톤스의 활동에 있어 변곡점인 시기에 내는 앨범이에요. 우리가 밴드로서 말하고자 했던 철학은 이미 내비쳐왔고, 이번에는 그걸 벗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고 싶었죠. 각각의 트랙이 독자적인 이야기를 갖고 듣는 맛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 트랙을 쭉 들으면 하나를 관통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기를 바랐고요(신재평)”

▲ 변곡점이라면, 어떤 이유에서 맞이하게 된 걸까요

“개인적으로 정규 5집 앨범 활동을 마치고 방송활동을 시작한 게 큰 변곡점이었어요. 속으로 갈등도 많았어요. 예전에는 10만분의 1 정도의 팬이 나를 알아보고, 나밖에 모르는 노래를 말하면서 ‘좋아한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모두 나를 보며 ‘맞지?’라고 말해요. (웃음) 사람들이 나를 너무 쉽게 보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물론 알아봐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해왔지만 이번에는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가고 싶었어요(이장원)“

▲ 고민 끝에 떠나고 싶었나봐요. ‘롱 웨이’는 긴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전체적으로 집 안이 아니라 집을 떠나 있는 느낌이 있어요. 노래에는 지어낸 내용도 있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만 배열해 놓은 내용도 있죠. 다만 노래 속 화자는 다들 어디론가 향해 가는 사람들이에요. ‘롱 웨이’는 음악적으로 풀어낸 ‘로드 무비’라고 할 수 있어요(이장원)”

이미지중앙

페퍼톤스(사진=안테나 제공)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은 ‘긴 여행의 끝’이에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건가요

“정규 4집 앨범부터는 공연을 많이 하는 팀을 목표로 삼았어요. 그 원동력으로 이런 저런 무대를 경험했고 관객들을 만나 6년을 잘 이어올 수 있었고요. 그러면서 우리 앨범을 사랑해주는 분들이 지겨워하지 않으면 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너무 익숙해져버린 게 아닌가?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음악으로 진지하게 표현하는 게 촌스러운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있는 거예요(신재평)”

▲ 결국 이 앨범은 고민을 뒤로하고 ‘일단 떠남’으로부터 온 결과물인 셈이네요

“우리는 학교를 대전에서 다녔거든요. 주말이면 집에 가려고 버스 터미널에 갔어요. 자기가 가야할 곳을 향해 가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개인적으로 어디론가 향해서 갈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설렘과 기대가 좋아요. 버스를 타고 떠나면 새로운 생각도 많이 들고요. 사실 모두 한 곳에 머물러 살아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디론가 향해 간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각자의 해석에 달린 좋은 비유죠. 이런 것들이 앨범에 진하게 묻어났으면 했어요(신재평)”

▲ 수록곡 '카우보이의 바다'는 춘천에서 녹음했다고요

“스튜디오에는 대개 창문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를 녹음한 공간은 자연광이 쏟아지는 곳이죠. 빛을 받으며 녹음하는 건 그렇지 않았을 때와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마치 야외에서 녹음하는 것 같았어요. 추워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지만요. (웃음) 다만 천장이 높아서 소리가 쩌렁쩌렁 메아리치듯 울리더라고요.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만의 풍부한 울림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악기에 대고 한 번, 울림에 대고 한 번 따로 녹음을 하기도 했어요(신재평)”

▲ 그 과정에서 페퍼톤스의 고민이 조금은 해결이 된 듯해요. 앨범을 들으면 화자가 누구인지, 이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정확하지 않지만 일단 어디든 가고 있거든요. ‘어디론가’ 향하는지 보다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깨달은 것 같아요

“앨범을 낼 때마다 뱀이 탈피를 하듯 인생의 기일을 맞이하게 돼요. 특히 이전 앨범은 30대 중반에 냈다면, 이번 앨범은 40대가 가까워지는 시점에 내게 됐죠.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생년월일을 지울까 말까 고민도 되고요. (웃음) 아무튼 그런 만큼, ‘롱 웨이’를 내면서 개인적인 상황들을 엮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번 앨범을 냄으로서 정리된 게 있다면 바로 이 콘셉트, 앨범이 나왔다는 것뿐이죠. 우리들의 고민은 여전히 그대로에요. 앞으로 앨범을 내면서 차차 정리가 되어 가겠죠?(이장원)”

“앞으로 오랫동안 음악을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변해버린 환경 등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요. 앞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페퍼톤스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넓어져서 다양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도 ‘할아버지가 돼서도 노래하자’고 이야기하거든요. ‘롱 웨이’를 만들면서도 생각한 거라곤 ‘갈 길이 기니까 꾸준히 가자’ 그런 것들이에요. 그게 인생이니까요.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나아가서 그 끝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보자는 태도로 음악을 하려고요(신재평)”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