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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다] ‘한예슬 의료사고’ 나비효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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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예슬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배우 한예슬이 자신이 당한 의료사고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상처를 보여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따른 파장이 상당하다.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의료사고는 피해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실에 한예슬의 솔직한 호소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예슬은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에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은 지 2주가 지났는데도 병원에서는 보상에 관한 얘기는 없고, 매일 치료를 받는 내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 솔직히 그 어떤 보상도 위로가 될 것 같진 않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상처 부위가 적나라하게 담겨 충격을 안겼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곳은 강남차병원이었다. 차병원은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의료사고를 시인, 그 경위를 설명했다. 차병원에 따르면 한예슬은 지난 2일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흉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브래지어가 지나는 부위를 절개해 인두로 지방종을 제거하고자 했으나, 이 과정에서 수술 부위 피부에 화상이 발생했다.

이에 수술을 집도한 이지현 교수는 의학전문 기자 홍혜결 박사가 운영하는 의학전문 언론사 ‘비온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술 당일 보호자와 한예슬에게 과실을 인정했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차병원 역시 “사고 발생 직후 피부 봉합 수술을 했고, 일부 붙지 않은 부위가 확인돼 화상 성형 전문병원의 추가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한예슬의 상처가 치료된 뒤 남은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할 것을 제안하고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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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예슬 인스타그램)


병원의 공식입장과 보상 계획에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한예슬은 23일 다시 한번 SNS에 고통을 호소했다. 상처 부위가 악화된 사진과 “오늘 찍은 사진이다. 정말, 너무 마음이 무너진다”고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예슬의 심경글은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의 입장표명과는 별개로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한예슬은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얼굴과 몸 등이 가장 큰 자산이다. 흉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는 앞으로 연예인 활동을 함에 있어 제한을 받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수치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예슬 의료사고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그중 한 작성자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접수된 의료사고 상담은 5만4929건에 달한다. 전년 대비 17.5% 증가한 수치다. 의료사고는 손해의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증명해야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재원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 대중이 한예슬의 의료사고를 단순히 연예계 이슈로 보지 않고, 그의 편에 서서 함께 분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고(故) 신해철이 2014년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고인의 유족은 의료사고를 주장했으나, 수술을 담당한 S병원이 이를 부인하면서 2년간 법적 공방을 벌였다. 결국 2016년 법원은 S병원의 의료 과실을 인정했다. 의사 K씨는 올 1월 항소심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상고한 상태다. 이 사건은 국민으로부터 관련 법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신해철법’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분쟁조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신해철법’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개정안 시행 후 발생한 의료사고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신해철법’ 시행 전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해당법으로 구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조정 신청 남발을 막고자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대상을 제한한 탓에 의료사고의 모든 피해자가 ‘신해철법’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예슬의 경우 피해자가 파급력을 지닌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병원의 입장과 보상 약속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비연예인이었다면 이만큼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 역시 의료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공정한 사후처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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