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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추억이 모여 생이 된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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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140자 문학엔 어떤 힘이 있을까. 최근 들어 짧은 소설이 인기지만 내실이 없다는 우려가 동반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일본 열도에서는 SNS를 통해 호평받은 140자 문학이 장편소설로 꾸려 나와 눈길을 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트위터에 140자씩의 글로 ‘140자 문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이미 중세시대부터 촌철살인의 짧은 시 하이쿠란 장르가 있을 정도지만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또 다른 결로 열도 독자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자 초판본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의 매력은 일상의 서정성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쓴 소설답게 잘난 체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표현이 매력. 서정성이 뛰어난 문장으로 주인공이 살아낸 시간과 사는 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과 향기를 전한다.

주인공의 화려하거나 빛나는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견회사의 간부사원이 된 현재까지 주인공의 삶은 우리네와 다르지 않아 깊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주인공이 살아온 삶 속에는 80, 90년대의 빛깔과 숨결이 깃들어 있다. 평탄하거나 지루한 삶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원형탈모증 탓에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지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온갖 수모와 따돌림을 당하고, 고교 시절에는 부모님의 실수로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사립학교에 들어가 친구 없이 홀로 겉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취직할 회사가 없어 과자공장 생산라인에서 포장작업을 한다. 일본 사회 속에서 자란 주인공의 삶은 취업난, N포 시대를 살아가는 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매력은 따스한 인간미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삶의 곳곳에 그를 따스하게 감싸주며 위안을 안겨준 사람들이 있다. 외롭고 힘든 생의 틈바구니에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용기와 힘의 바탕이이기도 하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내밀어준 따스한 손길 덕분에 화자는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추억이 모여 이루는 생의 의미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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