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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문가영, 진짜 '위대한 유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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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사진=본팩토리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요즘 MBC ‘위대한 유혹자’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비주얼 드라마’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은 우도환의 섹시한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대한 유혹자’의 주역은 바로 배우 문가영이다.

이 드라마에서 문가영이 연기하는 최수지는 상류층의 셀러브리티 같은 존재다. 늘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완벽하며 성숙한 매력을 내세운다. 매 신마다 선보이는 스타일리시한 패션은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그가 입는 옷은 원색이나 튀는 색깔인 경우가 많다. 최수지는 포멀한 스커트보다 감각적인 미니스커트가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은색의 긴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한껏 볼륨을 살려 성숙한 매력을 강조했다. 메이크업은 눈꼬리를 올리고 붉은 립스틱을 발라 유혹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드라마 내용을 떠나 일차적으로, 매번 다양하고 세련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인물에는 저절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문가영과도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콘셉트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고,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화려한 최수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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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사진=본팩토리 제공)



하지만 만약 캐릭터가 보여주는 게 외형이 전부라면 금세 무너지게 된다. 비주얼적인 요소를 연기의 일부로 소화를 해야지,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문가영은 이런 위험을 잘 이겨냈다. 그는 일관성 있는 연기와 집중도 높은 내면연기를 잘 소화하며 인물의 진짜 매력을 완성하고 있다.

얼핏 보면 최수지는 문가영의 지난 작품인 ‘질투의 화신’ 속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문가영은 상처로 인해 까칠하고 톡톡 쏘아대는 성격을 갖게 된 이빨강을 연기했다. 다만 이빨강이 고등학생의 풋풋함을 지니고 있다면, 문가영은 보다 화려하다. 이에 문가영은 발성이나 눈빛에 있어 한층 깊이를 더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변신을 꾀했다.

똑똑한 변화는 최수지의 첫 등장부터 티가 났다. 그는 이빨강처럼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동시에 최수지의 새침하고 톡톡 튀는 언행은 이빨강의 것과 달랐다. 건방진 재벌 고등학생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문가영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이 인물을 시원시원하게 표현한 건 사실이다. 귓가에 쏙쏙 박히는 발음, 유려하게 흐르는 대사, 적당히 고음인 목소리 톤은 이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문가영은 은근히 묻어나는 매혹적인 분위기를 잘 조절했다. 그 덕분에 최수지가 뿜어내는 특유의 뉘앙스는 도를 넘지 않고 시청자들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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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사진=본팩토리 제공)



회가 거듭되고 하나 둘씩 ‘빚 좋은 개살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부터 캐릭터는 더 입체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한다. 최수지는 자기 밖에 모르는 깍쟁이 같지만 친구들 앞에만 서면 한없이 여린 존재가 된다. 자신의 힘든 점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 투정도 부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더 나아가 온실 속 화초인 박혜정(오하늬)에 “덩치는 큰데 왜 이렇게 귀엽냐”며 피식 웃던 장면은 그간 보여준 까칠함을 반전시키는 킬링 포인트다.

똑 부러지고 속 깊은 면도 있다. 최수지는 권시현(우도환)이 애착을 갖고 있는 집을 지키기 위해 싫은 사람에게 딜을 할 줄 안다. 자신의 새아빠가 될 사람이 수상쩍은 행동을 하자 엄마에게 섣불리 알리지 않고 본인이 먼저 확인하기도 한다.

마냥 철부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런 최수지 같은 인물은 전형적인 외강내유 캐릭터이기에 착한 역할도, 악역도 아닌 모습으로 비춰진다. 다만 그 때문에 드라마 전개에 따라 애매한 포지션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겉멋이 가득한 20살인 최수지라면 더욱 가볍게 표현될 위험이 크다.

그 가운데 문가영은 시크함과 따뜻함 사이를 설득력 있게 오가며 균형을 잡고 있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설정을 장점으로 삼아 아예 캐릭터를 시청자들을 홀리는 스타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문가영은 허술한 얼개로 감정선을 잇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드라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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