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육지담 SN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차라리 비트와 ‘밀당’(밀고당기기)을 하는 게 나아 보였다. ‘힙합 밀당녀’라는 수식어로 유명세를 치른 래퍼 육지담이 정체 없는 발언들로 포털을 뜨겁게 달궜다. 이로 인해 워너원과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 YMC엔터테인먼트(이하 YMC)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 뿐 아니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무작정 사과를 요구하는 육지담의 모습에 여론마저 등을 돌린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한달 전인 2월 14일로 거슬러간다. 육지담은 과거 한 네티즌이 게재한 ‘강다니엘 빙의글’을 저격하며 자신의 이야기라 밝혔다. 자신과 강다니엘이 과거 연인사이였다는 것이다. 이 일로 육지담은 네티즌과 SNS상에 설전을 벌였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래퍼 캐스퍼가 두 사람이 과거 만난 적이 있다며 말을 보탰다. 논란은 가중됐다. 하지만 워너원 소속사 YMC 측은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닌 과거 친분이 있던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육지담은 별다른 추가 언급 없이 SNS 계정을 폐쇄했다.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육지담이 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 21일 육지담은 블로그를 통해 또 다시 글을 올린다. 육지담의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강다니엘과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 풀고자 했지만 소속사에서 막고 있고, 이 일로 악플에 시달리는 등 여러 피해를 받았기에 CJ, YMC 및 소속 가수(워너원, 제시, 에일리 등)의 사과를 받아야겠고, CJ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CJ와 YMC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YMC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육지담과 연락조차 한 적이 없다. 어떤 사과를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CJ 역시 "무슨 사과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YMC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YMC 측은 제시, 에일리 등까지 언급한 육지담의 행동에 소속 아티스트들이 피해입지 않게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론도 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이 육지담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도리어 육지담이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반응이 거세다. 여기에 더해 하필 워너원의 컴백, 방송사고 등 대중 관심이 증폭된 상황에 나온 발언이라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다.
특히 육지담은 ‘사과하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하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뉘앙스를 보였다. 피해자라 주장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알맹이 없이 살벌하기만 하다. 녹음과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무엇에 대한 증거인지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또다른 위협을 걱정하는 걸까. 그러나 그의 글엔 위협의 요소가 무엇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그가 써놓은 문장엔 근거와 명분이 없다.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혹만 증폭되는 상황, 육지담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대중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도와달라는 말인 동시에 자신의 주장에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과가 없으면'을 전제로 기자회견을 예고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기자회견을 먼저 열고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을', '어떻게' 받고 싶은지 명확하게 대중 앞에 밝히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육지담은 순서를 바꿨다. 그렇기에 CJ와 YMC 측이 육지담 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이후 육지담의 주장에 구체적인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본인이 도리어 가해자로 몰릴 수도 있다. 그가 뱉은 말 중 '누가' 미행을 했고, 위협을 가했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적시가 없기에 법적으로도 제재가 불가능하다. 몇 줄 글에 실체없는 가해자로 몰린 YMC와 CJ로써는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지담 외 또다른 피해자도 이미 나온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육지담의 글들이 강다니엘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그가 강다니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명예훼손죄로 성립될 수 없다. '사귀었다'는 내용만으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강다니엘이다. 아이돌에게 '연애'와 관련한 스캔들은 진실을 떠나 치명타이기 때문. 협박과 상처를 받았다는 육지담이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때 상처를 받게 된 건 그가 언급한 대상들 뿐이다.
두 사람이 사귀었든 사귀지 않았든, 그 의도조차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의도가 정말, 스스로 밝힌 것처럼 사과를 받고자 함이라면 '어떤 일'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현 시점, 구체적 설명 없이 뉘앙스만 풍기는 글은 협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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