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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존 도우’ 우리 사회의 2등을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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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존 도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표제어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적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던졌지만 결국 패배에 그쳤다.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 때문에 초라한 2등은 역사의 뒤안길에 놓인 채 오늘날까지 흘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존 도우’는 행복의 사각지대에 있던 우리사회의 2등들을 조명한다. 정직하고 진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돈도 실력도 없고 부패할 줄도 모르는 평범한 영혼들의 이야기다.

뮤지컬 ‘존 도우’는 할리우드 거장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1934년 대공황 이후 뉴욕에서 동명 인물이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시청 옥상에서 자살하겠다는 유서 한 통을 보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란 일에 갇혀 고단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사회의 유명 인사나 상류층의 일거수일투족은 조명 받지만 평범한 자들은 죽음조차 기억되지 못한다. 그런데 사회에 항거하기 위해 자살하려던 남자 존 도우가 있다. 그는 분노와 저항을 상징하는 시민이지만 실은 윌러비라는 허구의 인물이다. 그런 존 도우가 평범한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 모아 기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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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존 도우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돼줘요”

이름이 없던 범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스스로의 이름을 찾는다. 평범한 이들이 함께하면 어떤 힘겨운 시기도 이겨낼 수 있다. ‘우리’라는 기적이다.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을 올리는 건 1등이지만, 결국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존 도우들이 세상을 바꾼다.

그런 점에서 ‘존 도우’는 메시지와 즐거움을 모두 잡았다. 정동화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평범한 이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면, 작품은 전반적으로 흥겨운 넘버와 센스 넘치는 대사를 통해 젊은 색채의 뮤지컬을 추구한다.

1930년대 재즈클럽을 그대로 옮겨온 무대구성도 돋보인다. 16인조 빅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스윙댄스도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특히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본 공연에 앞서 흥겨운 애피타이저 역할을 한다.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다만 라이브밴드가 함께하는 효율적인 무대인만큼 무대변환이 적은 편이어서 아쉽다. 서사를 따라 그때그때 이용되는 무대소품 활용이 심플한 무대를 보완하고는 있지만, 무대변환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극의 매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뮤지컬 ‘존 도우’는 오는 4월 22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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