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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필] '로건 럭키' 동네판 케이퍼무비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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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 럭키' 스틸컷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현실에서 범죄란 말 그대로 범죄일 뿐이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다르다. 주인공이 불법적이거나 위법적인 범죄 행위를 통해 악을 처단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 버려진 약자를 구원하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오션스’ 시리즈, 그리고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도둑들’까지. 이른바 ‘케이퍼 무비’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건 어쩌면 정정당당한 방식으론 좀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할리우드의 새 케이퍼무비 ‘로건 럭키’ 역시 마찬가지다.

‘로건 럭키’는 지미 로건과 클라이드 로건 형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형 지미는 한때 잘 나가던 풋볼 선수였지만 다리 부상으로 은퇴한 이혼남, 동생 클라이드는 이라크 파병 후 한쪽 손을 잃고 동네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다. 영화는 갑작스레 해고당한 지미가 동생과 함께 카레이싱 경기장 금고를 털기로 계획하고, 여동생 멜리와 폭파전문가 조 뱅 형제까지 끌어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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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 럭키' 스틸컷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로건 럭키’는 ‘오션스’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케이퍼 무비의 아이콘이 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이다. 웨스트 버지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오션스’ 시리즈의 동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는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이고,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진도 정상급 캐스팅이라고 하긴 어렵다. 넓은 레이싱 경기장이 범죄의 표적이지만 정작 주요 사건이 펼쳐지는 공간 대부분은 어둡고 좁은 지하 통로다. 그렇다고 특별히 스펙타클한 액션 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로건 럭키’는 자칫 결점이 될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을 참신한 매력으로 바꾸어 내는 데 성공한다. 범죄 전문가라기엔 다소 어설픈 주인공들은 바로 그 덕분에 인간미가 넘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 뱅을 몰래 탈옥시키는 에피소드, 그리고 공기압 튜브를 통해 이동하는 지폐를 가로채는 작전들은 마치 게임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유쾌하고 즐겁다. 이 와중에 줄곧 실수하고 부딪치며 티격태격하는 지미 일행은 쉴 새 없이 코믹한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느껴지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도 날카롭다. 다리가 불편한 지미가 ‘보험 위험군’이란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국가에 헌신했던 클라이드가 ‘루저’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암울하기만 한 소시민들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조 뱅의 탈옥을 숨기기 급급한 교도소장, 그리고 피해 보상보다 회사 이미지가 더 중요한 경기장 오너의 태도는 ‘가진 자’의 추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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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 럭키' 스틸컷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로건 럭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할리우드 무비는 종종 가느다란 거미줄 같아 끝나는 순간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하지만 ‘로건 럭키’는 현실 세계에 구체적으로 뿌리내린 영화로서 관객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처럼 ‘로건 럭키’는 작지만 긴 울림을 주는 케이퍼 무비다. 일상을 떠나 ‘한탕’을 벌이는 인물들에게 ‘범죄’란 단순히 무언가를 훔치는 게 아니라, 과거와 화해하고 새로운 삶을 향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말미 특별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지미 앞에서 딸이 부르는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Take Me Home, Country Roads)’라는 노랫말처럼 말이다. 3월 14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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