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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세영 “배우, 이번에는 몸으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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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배우 이세영은 독특하다고 말하기도, 털털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어떠한 표현으로 그를 가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보여주는 언행은 너무나도 자유롭다. 여기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한다는 말이다.

이세영은 자신의 얼굴이 프린팅된 가상의 명함과 캐러멜을 건네며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다이어리를 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적힌 내용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인터뷰 질문을 적기도 하고 종이를 뒤적이며 필요한 메모를 찾기도 했다. 얼핏 보면 인터뷰하는 모습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커리어우먼 같기도 했다.

대화가 계속될수록 인터뷰 같지 않은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애초에 ‘인터뷰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 고정관념일 수 있기에, 보통의 것과 달랐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이세영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한 편의 강연 같은 열변을 토하기도 하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의 연기가 왜 자연스러운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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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 한 작품에서 다양함을 찾아내는 배우

“작품 하는 동안은 내내 열정을 쏟아 붓고 있어서 즐기거나 반응에 대해 이야기 나눌 틈은 없었어요. 인터뷰도 다들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내 연기를 보신 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지니 생각을 하면서 답변을 하게 돼요”

이세영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화유기’에서 걸그룹 지망생이었다가 살해당해 환혼시로 깨어난 좀비소녀, 그리고 자신에게 빙의된 아사녀를 연기했다. 말로는 1인 3역이지만 사실 이세영이 표현한 인물은 더 많다. 죽었다 깨어나는, 그리고 다른 인물에 빙의되는 역할인 만큼 각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따른 ‘단계별’ 연기가 존재했다.

“촬영에 들어가면 바쁠 걸 아니까 질문을 엄청 적어놓고 작가님,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작가님은 뵐 기회가 많지 않으니 한 번 뵀을 때 녹음 다 해놓고 ‘내가 생각한 게 맞구나’ ‘이건 이렇게 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죠. 맑고 착한 진부자에서 악한 아사녀가 됐을 때에는 하선녀를 연기한 성혁에게 우아한 카리스마를 배웠고요. 그렇게 했는데 문제는 ‘나도 아는데 표현이 잘 될까’인 거죠. (웃음)”

이세영은 보다 완벽한 표현을 위해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따른 세부설정을 꼼꼼히 했다. ‘죽은 사람이 깨어난다면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부터 시작해 진부자가 기구술을 몇 번 먹고 팔팔해진 건지, 냉장고에 들어가서 살아난 기색인지까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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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다 다른 인물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상태가 다른 거죠. 환혼시가 되어 깨어났을 때 움직임을 위해서는 두 달 정도 레슨도 받았어요. 계속 삐거덕거리면서 걸어가면 개연성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했죠. 또 생전 기억을 잃었으니 처음부터 하나까지 다 학습해야 하는, 어린아이 상태인데 겉보기에는 멀쩡한 여자처럼 보여야 했고요”

좀비로서의 표정과 진부자의 ‘다나까’ 말투, 묘한 섹시함이 느껴지는 악녀 아사녀의 행동까지 하나하나 다른 이유다. 이세영은 “캐릭터의 언행이 이해가 안 되면 연기하기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문제를 먼저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질문을 찾아내 스스로 심화학습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몇 년 전이었으면 이런 연기에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연기를 하려고 하고 선배들을 보면서 부족한 점도 깨닫고 하면서,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고요.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어요. ‘화유기’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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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 “한 신 한 신 연명하듯 촬영했어요”

이세영은 작품에 임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나만 잘 하면 됐다’ ‘진부자는 중심이 있었는데, 아사녀는 추후 대본에 나와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 초조했다“면서 덜덜 떠는 모션을 취했다. 겸손과 완벽주의 그 사이에 있는 듯 싶기도 했다.

“한 신 한 신 연명하듯 촬영했어요. (웃음) 모두의 도움을 받아서 장면을 만들어 나갔죠. 내가 제일 부족한 게 많았어요. 연차는 상관이 없어요. 작품의 긴 호흡을 끌고 가는 것도, 그러면서 중심을 잡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나는 여전히 한 신도 힘들어요. 어떻게 숨을 쉬고 말을 하며, 침을 언제 삼켜야할 지도 헷갈려요. 나보다 연기 못 하는 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세영이 말한 모두의 도움은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진정성이 담긴 이홍기의 눈빛도, 자신의 연기가 좋을 때를 민감하게 캐치해 먼저 촬영하게 해준 이승기의 배려도, 선배 차승원의 조언도 이세영에겐 하나하나 고마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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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참 많이 깨달았어요. 그걸 다 대본이든 메모지든 어디에 적어둬요. 이제 작품이 끝났으니 한 데 모아 정리를 해야겠죠. (웃음) 특히 이번에는 배우의 다양성을 ‘몸’으로 느꼈어요. 춤을 추고, 몸을 능숙하게 쓰고, 목소리와 발성을 달리하고... 이번 기회에 춤도 배우면 좋겠더라고요. 잘 추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춤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이세영의 말에 묻어나는 가치관은 ‘자기표현’인 듯 보였다. 그는 내 모습을 혹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욕구의 방향이 자아실현을 향할 때 욕심은 열정이 된다. 스스로를 잘 알고 발전하고 있으니 연기든 무엇이든 그 뒤에 따르는 것들은 저절로 갖추게 된다.

“그래서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해요. 교육 쪽에도 관심이 있는데요.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들, 진로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는 게 중요하죠. 난 어머니들이 자식 이름으로 사인을 받을 때 ‘피아노 잘 쳐라’라는 말을 넣어달라고 하면 ‘아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써주거든요. 또 ‘하고 싶은 거 찾아서 하라’고도 적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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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사진=프레인TPC 제공)



■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지만, 스스로 나아간다는 건

이세영은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관에 대해 상당한 시간 동안 강의(?)를 펼쳤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건, 자신의 중심이 제대로 서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그 방향은 곧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관이기도 하다.

“한 인간으로서 고민이 많아요. 몇 년 전에는 내가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그 뒤로부터는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하죠. (웃음) 물론 예의와 선을 지키지만, 이미지를 신경 쓰고 행동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언제는 아버지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하시기에 ‘행동이 잘못됐다면 그 행동이 잘못됐다고 하셔야지, 왜 남의 시선에 맞춰 말씀하시냐’고 했어요. 만약 내가 잘못된 거라면 그건 고쳐야지요”

이세영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막연한 자세를 취하기보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냈다. ‘열정적이다’ ‘열심히 한다’ 그 어떤 말도 이세영을 표현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에게는 자신을 가꾸며 바쁘게 살아가는 일이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니 건강도 중요하죠. 그래서 내가 내 몸을 아껴야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을 뛰어 넘는 작품이 있더라고요. ‘화유기’가 그랬고요. 촬영 마무리 단계 들어서는 솔직히 힘들기는 했어요. 잘하든 못하든 매순간 모든 걸 쏟아 붓는 편이라서요. 그런데 며칠 쉬었다고 벌써 회복이 됐네요.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고. 내 생각대로 기회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욕심나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지금이라도 할 거예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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