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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희의 사람들] 이시강, 청춘의 불안감 ‘그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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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42.195km 마라톤. 러너(runner)의 표정에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투지에 불타는 스타트와 전략과 포기 사이의 갈등, 목표지점을 향한 끈기로 그저 팔다리를 휘젓는 후반 그리고 빛나는 엔딩까지. 오롯이 목표지점에 있는 깃발만을 떠올리며 달리는 이는 힘겹다. 100m, 200m 단거리와 마라톤이 다른 이유다.

눈앞에 깃발을 두고 달리는 이와 머릿속에 그리며 달려야 하는 이는 다르다. 머릿속에 그리며 달려야 하는 이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것 모두가 유혹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라톤 러너는 위대하다.

꿈을 꾼 후 오롯이 하나만 보고 달리고 있는 배우가 있다. SBS 일일드라마 ‘해피시스터즈’에서 민형주 역을 맡아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이시강이다.

“민형주는 사랑이라고 믿으면 우직하게 그 사랑만을 바라보는 돌직구형이에요.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의 구분이 확실하죠. 개인적으로 저와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요. 저도 사랑을 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사랑하기 좋은 나이, 이시강은 올해 서른두 살이 됐다. 이제쯤 배우로서의 입지, 본인의 캐릭터에 상당한 고민이 있을 나이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10년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오면서 다듬어진 꿈을 믿는 탓이다.

■ 성숙한 연기자 꿈꿔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이슈가 엄청 크게 됐었어요. 하지만 그 이슈로 인해서 제가 잘 되지는 않았어요. 인지도는 높였지요. 이로 인해서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실망감이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운동 잘 하는 이미지로 각인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연기적으로 좀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배우로서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 당시 이시강은 축구선수 출신 연기자답게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20살 때까지 축구를 꿈으로 삼다가 돌연 연기자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그는 “즐겁지 않아서”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즐겁지 않아서예요.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축구를 하는 게 즐겁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책을 보다보니까 ‘즐겁지 않은 일을 하지 말아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를 때이다’라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글들로 인해 그만둘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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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애 강한 나, 불안감이 원동력


새로운 꿈을 꾼 이시강은 그 날로 축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하며 앞으로의 10년을 꿈 꾼 이시강에게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축구 그만두고 이 일을 하고 나서 단 한 번도 놀러가 본 적이 없어요. 저희 일은 제가 놀러가게 되면 ‘저 스케줄 잡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고 가야 해요. 저는 일이 너무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하루도 안 쉬어도 되니까 매일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배우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은 일본이었다. 그는 연극영과과 진학을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단돈 50만원을 들고 건너간 일본에서 그는 불판 닦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루 8시간씩 불판 닦는 일을 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나의 도전에 가치를 두면 그 일은 아름다워집니다”

그렇게 연기자가 된 후에도 이시강은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친구들조차 숨 막힌다고, 너 자신을 좀 내려놓아보라고 조언할 정도로 그는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흡사 마라토너다.

“회사 실장님이 이런 얘기를 해요. 나는 네가 사랑도 하고 아파서 전화해서 울기도 해보고 했으면 좋겠다고요. 너무 갇혀서 사는 사람 같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요, 좋아서 하는 거예요. 해야 돼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거예요”

■ 좋아서 하는 연기, 에너지 소모일 뿐

“저는 불평불만 잘 안 해요. 힘들다는 말 잘 안 해요. 내가 불평불만해서 달라지지 않아요. 달라질 거면 얘기하겠는데 힘들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요. 그냥 그 시간에 해요. 힘들다고 해서 타인조차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힘들 때 일수록 내가 더 밝게 열심히 하면 상대방의 힘든 순간도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시강이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청춘을 지나온 묵직한 중년의 조언이 아니라 그 역시 청춘이기 때문에 공감과 위로를 함께 선사할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하루도 헬스장을 빠지지 않고 다녔다는 그는 ‘근성’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꾸준히 밀고 나가는 힘, 내일 당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의 의미를 그는 알고 있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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