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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기획사 설립기준 완화] ②“여자친구 같은 기적을 꿈꾸는 연습생에게…”
국내 연예인 연습생만 100만 명이 넘었다. TV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한다. 이중 스타가 되는 이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로또 당첨 확률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스타가 되는 게 로또처럼 단편적 행위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인 능력뿐 아니라 타인의 깊숙한 개입을 필요로 한다. 연예기획사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소속사는 한 명의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 세세한 부분부터 밀도 높게 관여한다. 여러 교육뿐 아니라 그들의 사생활과 법적인 부분까지 관리한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최근 연예기획사 설립 문턱이 낮아졌다. 기존 4년 이상 종사 경력자에서 2년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연예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연예기획사의 난립과 활성화에 대한 여론이 분분하다.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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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작은 기획사에 있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그룹 여자친구 사례를 들면서 희망을 가지라고 했죠. 하지만 여자친구처럼 될 가능성이 실제로 얼마나 될까요?”

가수를 꿈꾸던 A씨는 최근 연습생 생활을 그만뒀다. 그는 대형기획사 자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신생기획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기획사의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들어간 회사였다. 하지만 그는 얼마 안 돼 이곳을 박차고 나갔다. 대형기획사의 자회사라는 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몇 달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완전 신생에다 작은 회사였어요. 이미 한번 아이돌그룹을 데뷔 시켰다가 잘 안된 그룹이 있는 회사였죠. 그곳에 들어간 건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워낙 큰 회사의 자회사여서 지원도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연습실 상황은 열악했고 트레이닝 시스템도 체계적이지 못했다. 신인개발팀, 홍보팀 등도 물론 없었다. 대표, 실장, 댄스와 보컬 트레이너 각 1명이 구성원의 전부였다. 특히 A씨가 참을 수 없었던 건 자신들을 돈벌이로만 본 부분이었다.

“솔직히 요새 아이돌을 키우려는 이들을 보면 이 사람들의 목적이 아티스트 발굴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게 큰 것 같아요. 아티스트를 키우려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트레이닝을 할 수는 없죠”

더욱이 A씨는 자신처럼 가수를 꿈꿨던 친구가 사기를 당하는 걸 목격하며 더 큰 괴리를 느꼈다고 한다.

“중학교 때 가수 준비를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준비했어요. 그 친구가 업계를 잘 모르니까 다른 친구를 따라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회사에서 데뷔는 시켜주지 않고 지방에 있는 행사를 뛰게 한 거예요. 대표가 행사비만 떼어 가고 데뷔도 시켜주지 않았죠. 오히려 친구가 소속사 대표에게 데뷔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결국 친구의 간절한 꿈을 이용한 거잖아요”

A씨는 연예기획사 설립 문턱이 낮아졌다는 소식에 유감을 표했다. 분명 자신과 같은 친구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 우려한 것이다. 그는 “체계도 갖추지 않은 회사가 많이 생겨날 거다. 그러면 나 같이 상처 받는 친구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겠냐”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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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혹시 모르니 더 있어라? 모르니까 더 조심해야…”

결국 A씨는 해당 회사를 나오면서 연습생을 그만뒀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가수의 꿈을 끝내 가슴에 묻고 말았다. 그는 “여자친구 경우에도 연습실하나 있는 사무실에서 시작했는데 잘된 케이스다. 그런데 이런 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작은 회사일수록 가수의 꿈을 키우는 일이 도박에 가깝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경우도 사실 업계에서 사정이 나쁜 회사는 아니다. 운영진이 대체로 업계에 오래 종사한 인물이다. 연예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방송관계자들과의 소통도 용이했다. 여자친구도 결국 ‘기적’이 아닌 체계와 경험의 산물로 탄생된 그룹이다.

“연습생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그곳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목격했기 때문이에요. 다들 소규모 기획사에서 잘 된 아이돌을 언급하면서 혹시 모르니까 남아있으라고 해요. 하지만 정말 모르는 거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거죠.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아이돌 준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A씨는 바텐더로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한때 가수를 꿈꿨지만 결국 실현시키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친구들이 더 이상 생겨나질 않기 바란다며 “본인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라”라고 뼈있는 조언을 건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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