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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레이더] ‘좋아서하는밴드’의 에세이, 일상을 다르게 보는 법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좋아서하는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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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하는밴드(사진=소속사 제공)



■ 100m 앞, 거리의 악사들 좋.아.밴.

좋아서하는밴드는 조금 독특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보컬, 베이스, 기타, 드럼 포지션이 아니다. 퍼커션과 우쿨렐레를 맡은 조준호, 기타의 손현, 아코디언의 안복진이 좋아서하는밴드의 멤버다. 여기에 황수정, 백가영 등 멤버들도 이 밴드를 거쳐 갔다.

버스커로 활동하던 이들은 2009년 미니앨범 ‘신문배달’로 데뷔했다. 앨범은 홍대 카페에서 녹음했으며, 제작비는 팬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밴드는 ‘신문배달’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최고의 루키상, 한국대중음악축제 올해의헬로루키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좋아서하는밴드는 2년 주기로 정규앨범을 냈다. 2013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거리 공연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뛰어넘은 소리를 담아낸 전환점이다. 2015년에는 정규 2집 앨범 ‘저기 우리가 있을까’를 냈다. 2017년에는 ‘0집 프로젝트’로 시간을 채웠다. 지금껏 발표한 곡들 중 감정선이 이어지는 곡들을 골라 스토리라인에 맞춰 재녹음한 프로젝트이다. 그 결과 그 해 끝자락 ‘0집-우리가 되기까지’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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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하는밴드(사진=소속사 제공)



■ 70m 앞, 대표곡 ‘잘 지내니 좀 어떠니’

정규 1집 앨범 타이틀곡이다. 동화적이면서도 한 편의 연극 같은 뉘앙스를 지닌 밴드의 개성, 그리고 대중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곡이다. 현재 안녕하신가영으로 활동하는 백가영이 합류했을 당시 나온 곡이어서 그런 것도 있다. 좋아서하는밴드의 드라마틱한 포크 사운드는 조금은 낯설 수 있다. 그 위에 얹어진 백가영의 맑고 담백한 목소리는 밴드의 색깔과 잘 부합하면서도 다가가기 쉬운 요소로 작용한다.

이 해맑은 멜로디와 덤덤한 목소리는 노래의 주제와도 직결된다. 노래 속 화자는 당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이제와 보니 “어느 샌가 재밌는 얘기도 없고/평소보다 잘 웃질 않고 시선은 내 얼굴 옆”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좋아서하는밴드의 시선이 드러난다. 화자는 늦어버린 안부인사를 전하기까지 과정을 생략한다. 후회도 슬픔도 지워 생각의 여지를 준다. 밴드는 다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랑을 하고/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라며 초연한 깨달음을 내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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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하는밴드(사진=소속사 제공)



■ 40m 앞, 만든 사람이 노래하는 규칙

좋아서하는밴드 앨범의 각 트랙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메인보컬이 없어서다. 밴드는 자신이 만든 곡은 자신이 직접 부르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 사람만이 노래의 감정과 흐름을 가장 잘 따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밴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좋아서하는밴드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을 잡아낸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한다.

그래서 누가 노래를 만들고 불렀느냐에 따라 곡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조준호의 노래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둔탁해서 그런지 뮤지컬 같은 드라마틱함이 특징이다. 직접적인 표현과 구성이 돋보인다. 손현의 노래는 보다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힌다. 때로는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안복진의 노래는 부드러운 흐름이 특징이어서 아름다운 느낌이 강하다.

서로 다른 노래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앨범을 들으면 다채로움으로 느껴진다. 각자의 관점은 달리하되 좋아서하는밴드를 관통하는 풍부한 사운드와 솔직한 멜로디는 유지한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계절이 흘러가듯 자연스레 스며들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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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하는밴드(사진=소속사 제공)



■ 10m 앞, 위트와 통찰 속 빛나는 에세이

좋아서하는밴드의 노래는 각자의 하루이면서 우리의 하루다. 그렇다 보니 자칫 비슷비슷한 바이브를 줄 수 있는데, 앞서 말한 ‘자신만의 시선’이 변별력을 지니게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네가 알 리 없을 텐데/난 너무 쉽게 나의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었구나”(감정의 이름)라는 가사는 이를 잘 드러낸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일상을 다르게 보는 통찰력이다.

좋아서하는밴드만의 귀여운 위트와 그 안에서 이끌어내는 교훈은 유치한 듯 보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기본적인 깨달음이다. ‘인생은 알 수가 없어(핫초코)’는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노래 속 화자는 핫초코와 카페라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핫초코를 주문한다. 집에 오니 보이는 건 엄마가 사다 놓은 핫초코. 이를 본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 하필 오늘 우리 엄만 날 생각했나”. 그리고 “인생은 알 수가 없어”라고 생각한다.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왜 서로 얼굴을 붉히며 남이 되는지 몰라”(뽀뽀) “언젠가 좋은 날엔 그만두고 싶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신문배달”(신문배달) “길을 잃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떠나네”(길을 잃기 위해서)와 같은 가사들도 평범함 속 특별함이다.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샤워를 하지요’ ‘보일러야 돌아라’ ‘왜 그렇게 예뻐요’ ‘지도에 없는 곳’ 등은 보기만 해도 생활밀착형 제목이다. 더 나아가 발을 헛디뎌 개미를 죽여 미안해하는 ‘미안, 개미야’, 지구온난화를 다룬 ‘북극곰아’, 개발과 관련한 ‘포클레인’ 등 환경과 관련한 노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을 빛나게 만드는 통찰력, 적당히 직접적이고 적당히 비유가 깃든 표현은 좋아서하는밴드의 잘 짜인 에세이에서만 볼 수 있다.

■ 드디어 좋아서하는밴드, 추천곡 ‘0.4’

‘0.4’: 정규 1집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 수록곡으로, 안복진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자신의 마음을 0.4의 시력으로 비유한 게 좋아서하는밴드다운 발상답고 재미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지만 진짜 그 사람은 아니고, 아무리 지워도 지워도 보이지만 또렷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괴롭힌다는 내용이 딱 들어맞는다. 역시나 그리운 감정을 특유의 밝은 기운이 담긴 멜로디는 좋아서하는밴드의 색깔이 드러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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