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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한국 패치 장착한 ‘골든슬럼버’, 포장지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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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포스터(사진=CJ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한국 패치를 장착한 ‘골든슬럼버’는 역시나 흥행 요소를 갖췄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지를 열어보니 알맹이는 없고 허하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로 강동원이 한순간에 암살범으로 몰린 평범한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았다.

알다시피 ‘골든슬럼버’는 일본의 유명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 소설의 영화화 한 작품으로 이미 일본에선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원작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이야기라는 걸 증명하는 가장 큰 방패막이지만 ‘골든슬럼버’는 원작은 물론 일본 영화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 했을 때 가장 신경 써야하는 지점은 국내 정서에 맞게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골든슬럼버’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공간인 광화문을 테러 장소로 선택하고 국정원, 경찰, 언론 등 확실한 대립각을 만들어 음모극으로 흥미를 끌어올린다. 신해철의 음악을 건우와 친구들의 추억 요소로 사용한 것도 같은 이치다.

원작은 텍스트로만 접해도 긴박감이 전해졌다면 일본 영화는 다소 늘어지는 전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반해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확실히 속도 면에선 빠르다. 도망자 신세인 건우를 따라가다 보면 쫄깃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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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급 스케일에 음모론, 스타 캐스팅까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춰냈지만 ‘골든슬럼버’은 디테일은 놓치고 과한 설정만 남았다. 건우가 암살자로 몰려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개연성은 사라졌다. 뜬금없는 정소민과 강동원의 액션신이나 강동원의 1인2역 설정이 굳이 필요했나 싶다.

‘골든슬럼버’는 추격물이지만 그 안에 건우와 친구들 간의 우정이 극의 또 다른 중심을 잡고 있다. 대학시절 밴드로 활약했던 이들이 친구가 위험에 빠지자 거대 권력에 맞서 돕는다는 스토리는 뭉클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추격신과 감정신의 교차가 감동을 반감시킨다. 너무 느긋해 ‘착한 스릴러’라고 지적을 받긴 했지만 일본판 ‘골든슬럼버’는 그 안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해 깊은 울림을 줬다. 대학시절 이들이 함께한 불꽃놀이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떠오를 정도로 여운이 깊었다.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임에도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명백한 디테일의 차이다.

또 ‘골든슬럼버’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감독은 한국 정서에 맞게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를 삽입해 관객들을 추억에 젖게 한다. 비틀즈의 명곡을 스크린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굳이 완벽한 명곡이 있음에도 강동원과 같은 소속사인 강승윤, 이하이 버전의 ‘골든슬럼버’를 삽입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여러 버전으로 곡이 남발되다 보니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킨다.

다만 강동원의 고군분투는 박수쳐 줄 만하다. 대표적인 미남 배우인 강동원에게 평범한 택배기사 역할이 잘 어울릴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순박하고 선한 캐릭터도 완벽히 소화했다. 간만에 선인으로 등장하는 김의성은 이 작품 속에서 유일한 입체적 캐릭터이고 특별출연한 윤계상은 짧지만 강렬하다. 오는 14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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