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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의 시대]④ “혐오표현이요? 심각성은 알지만 안 쓰면..”
‘싫어하고 미워함’ 혐오의 국어사전 속 풀이다. 해석만 살펴봐도 섬뜩한 이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들었다. 예부터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그만큼 예의를 중시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각별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기사 속 댓글만 살펴봐도 우리의 혐오 감정이 얼마나 극한으로 치닫는지 실감할 수 있다. 누구나 사용하기에 무심코 뱉은 혐오 표현들, 우리는 좀 더 예민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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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혐오표현이요? 하루에 한번 씩은 꼭 사용 하죠”

중학생인 오승현 군(남.14)은 또래와의 대화에서 혐오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혐오표현에 대한 심각성은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예”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10대들 역시 혐오표현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그러나 또래 집단의 유행과 행동에 휩쓸리기 쉬운 것도 10대다. 그렇다면 세대별로 혐오표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오승현 군은 혐오표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하루에 한번 씩은 꼭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심각성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사용하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고 한다. “혐오표현이 심각한 건 알지만 두렵긴 커녕 매일 온라인에서 소위 ‘키보드 배틀’이라고 하는 일을 많이 했다”고 설명한다.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하는 지에 대해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심각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그런 표현이 없으면 재미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잔디 씨(여.26)는 신문기사나 카페 식당 등에 들리면 혐오표현에 대해 인지한다고 한다. 그는 “혐오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또 그런 단어를 들으면 거북하다”고 한다. 특히나 그는 평소 욕설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표현에 대한 반감을 더 크게 느낀다. 또 온라인상 남녀, 계층 간의 혐오가 심화하는 되는 것에 대해 김 씨는 “잘못된 주장이나 단체를 통해 혐오표현이 힘을 얻고 그것이 새로운 정의가 돼버리면서 점점 고쳐나가기가 어려워지는 거 같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어지면서 사람관계에 대한 신뢰감도 없어지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경일 씨(남.36)는 혐오표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충'의 정확한 뜻을 몰라 검색까지 했다. 혐오표현을 잘 접하지 못했다는 김 씨는 “그렇다고 혐오표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 사회를 대변해주는 단어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계층 간에 혐오가 고조되는 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런 용어들을 쓰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생각 없이 혐오스러운 표현을 하는 부분에 있어선 매우 심각한 현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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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두 아이의 아빠인 오상석 씨(48)는 혐오표현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늘어놨다. 평소에도 미디어를 통해 혐오용어를 자주 본다는 오 씨는 자신 역시 ‘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봤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혐오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늘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 씨는 미디어의 혐오 표현 노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적정선이 있어야 한다”며 “이미 웹상에서 혐오표현이 일상이 돼 있고 현실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빈번하게 표현되고 있다. 완전히 제재하게 되면 리얼리티만 떨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 씨는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정상적인 정서가 결코 아니다”며 “기득권을 가진 권력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혐오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집단을 이용하는 것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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