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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의 시대]②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성수 교수가 말하는 혐오의 위험성
‘싫어하고 미워함’ 혐오의 국어사전 속 풀이다. 해석만 살펴봐도 섬뜩한 이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들었다. 예부터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그만큼 예의를 중시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각별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기사 속 댓글만 살펴봐도 우리의 혐오 감정이 얼마나 극한으로 치닫는지 실감할 수 있다. 누구나 사용하기에 무심코 뱉은 혐오 표현들, 우리는 좀 더 예민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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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말이 카이 될떄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새해부터 ‘혐오’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신간 ‘말이 칼이 될 때’ ‘공포의 철학’ ‘차별 감정의 철학’ 등 디테일은 다르지만 혐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중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인 법사회학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성수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표현을 조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특히 홍 교수는 현장에서 직접 뛴 결과물을 모아 해당 책을 펴냈다.

홍 교수가 혐오를 주제로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됐던 건 2013년 일간베스트가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본래 혐오 표현이 아닌 표현의 자유를 연구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터뷰나 기고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혐오표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 주제를 간단히 서술하는 게 복잡해지더라. 차라리 책 한권으로 정리해내면 한국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쓰게 됐다”고 한다.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신적 고통을 야기할 뿐 아니라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는 첫 번째로 개인이나 집단자체에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수자 스트레스’라고 한다. 가벼운 우울증부터 시작해 자살 충돌까지 일으킬 정도로 여러 형태의 정신적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는 사회구성원으로써 사회 활동 자체가 어려워진다. 혐오를 당하다보면 회사나 학교가기를 꺼려하고 사회활동 자체를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혐오가 혐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 “외국에서도 남녀, 계층 간 혐오 있어..한국이 유별난 건 아냐”

홍 교수는 혐오표현의 가해자를 사회적 소수자라고 설명한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혐오가 구체적인 폭력으로 일어난 사례들이 통계로 잡혀있진 않지만 여성들이 당하는 데이트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같은 것들은 사실 여성 혐오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상 이러한 범죄들은 혐오와 차별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범죄다. 중요한건 현재 폭력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범죄 가능성의 문제도 중요하다. 혐오가 폭력성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묻지마 범죄’도 혐오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있을 수 있다. 대게 ‘묻지마 범죄’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가지고 있을 때 폭력을 가하는 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두고 그 중에 누군가를 골랐다면 증오 범죄나 혐오 범죄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한국사회에 혐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만큼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남녀, 계층 간의 극단적 혐오표현은 인터넷을 잠시만 뒤져봐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간의 혐오가 한국에서만 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남녀가 평등할 거라 생각하는 외국 사회에서도 혐오와 폭력은 있기 때문에 한국이 유별나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이 문제가 폭발되는 부분이 있다. 혐오의 개념 자체는 외국에서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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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혐오표현, 강제적 금지보단 형평적인 규제 필요해”


홍 교수는 혐오를 느끼는 감정이 ‘낯섦’에 기반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일단 혐오의 감정이 어디서 오냐를 이야기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게의 경우 접촉성이 떨어지고 익숙하지 않을 때 혐오의 감정이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우리는 혐오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식을 하고 있다. 즉 모든 편견이 다 혐오로 표출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무너지는 계기가 있다. 또래 집단에서 ‘이게 뭐가 문제냐’고 동조하게 되면 그렇다”고 설명한다.

홍 교수는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강제적 금지보단 형평적인 규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금지와 처벌이 아닌 더 많은 표현으로 혐오표현을 격퇴할 수 있도록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혐오표현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없다.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전사회적이고 개인적, 조직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로 하다. 혐오 자체를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가 차별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때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별에 대한 일환으로 혐오 문제 대책이 수립되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소수자의 권리를 내세울 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소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그게 제대로 보장되지 못할 때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는 거다. 또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화 속 광범위한 규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펴야 한다. 강제적인 금지보다는 형평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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