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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동하 “뮤지컬은 내 삶 속에 결여된 또 다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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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정동하(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모든 관객 분들에게 친절한 배우이고 싶어요. 작품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한 만큼 더 친절해야죠(웃음)”

정동하를 전 부활 보컬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뮤지컬 배우란 수식어가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노트르담 드파리’ ‘투란도트’ ‘잭 더 리퍼’ ‘롤리폴리’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 그는 명실공히 베테랑이다.

정동하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것도 주인공 ‘에드거 앨런 포’ 역할이다. 그는 작품 캐스팅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 속 음악에 대한 열정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우선 작품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고음역대 노래였죠. ‘뮤지컬은 장기전인데 또 다시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통해 내 한계치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역시 정동하는 정동하다 그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유명하다. 모 경연 프로그램에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각종 기록을 갱신하며 우승을 밥 먹듯이 해왔다. 그런 그가 이젠 뮤지컬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둔다.

“기본적으로 즐겁게 연기하지만 표현하는데 있어선 부담감을 갖고 임해요. 매회 같은 공연은 없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더 노력해서 계속 채워나가고 있죠. 꾸준히 변화를 주다보니 공연도 점점 발전하는 게 보여요. 그래서 공연은 매순간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처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차 보이고,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면 그걸 소화하고자 다시 인물의 내면을 읽어가죠. 영화에서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설정이지만 점차 나아지는 주인공의 삶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공연은 매 순간 살아있어요”

■ 불우한 천재의 내면과 조우하다

‘에드거 앨런 포’는 현대 스릴러물의 창시자인 동명 작가의 복잡하고 수수께끼 같은 삶을 그린 작품이다. 포를 질투하는 목사 그리스월드의 등장으로 극적인 전개가 이루어지기도 하나 이야기는 포의 굴곡 많은 인생과 내면에 초점이 맞춰진다.

“포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 작가에요. 불운한 천재인 만큼 외로웠을 거라는 상상력에서 시작해 다양한 설정을 더해갔죠. 연출 면에서도 바른 사람이 아닌 시니컬한 설정이 주된 골자였어요. 다만 그의 비극적인 삶과 깊은 슬픔을 통해 관객 분들이 치유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부각시키고자 했죠”

정동하는 ‘포’를 소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역사적인 사료를 찾아보고 작품을 읽어나간다. 여기에 몰입을 위한 상상을 더하고 캐릭터를 내면화한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 이를 연기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무대 위 배역으로 살아가려면 꼭 인물을 분석해봐야 해요. 내 안에서 설득이 될 때까지 인물의 내면을 해부해보는 거죠. 꼭 내면의 의미를 만들고 설득력까지 짜여야만 무대에 설 수 있어요. 포라는 배역에 완전히 빙의가 돼야 하죠. 무대 위가 바로 내 삶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좋은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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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정동하(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배우로서 추구해야 하는 지점을 아는 그의 본업은 가수다. 음악으로 시작한 삶의 영역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정동하로 무대에 서는가하면 포가 돼 무대에 서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와 가수는 시너지가 나는 점이 많아요. 둘 다 마찬가지지만 뮤지컬에서는 특히 가사 전달이 중요하잖아요. 음악이 좋아도 가사 전달이 안 되면 관객들한텐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거든요. 그래서 노래와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봐야죠. 노랫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결국 작품 속 배역의 삶을 회상하며 감정전달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배우가 확실히 표현해주면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을 얻고 배역의 내면을 드러낼 수도 있죠. 그래서 잘 전달하겠다는 다짐이 강할수록 표현전달도 잘 돼요”

■ 남다른 진정성

정동하의 열연은 ‘에드거 앨런 포’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가 강조하는 감정전달도 결국 포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는 포를 연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를 꼽았다.

“작품의 중심 넘버는 ‘영원’이에요. 에드거 앨런 포 이야기 자체이자 중심이 되는 노래죠. 작품을 만든 사람도 포에 대한 동경으로 만들었을 거예요. 포는 바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떳떳하고 진실한 삶을 살았어요. 그리고 그 진정성 있는 삶은 시대를 초월해 영원히 기억에 남아있죠”

진실한 포의 삶처럼 정동하의 진정성도 오롯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삶에서 반응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더 갈고 닦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항상 노력을 많이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무대에서 더 진정성 있고 살아있는 성장형 배우요. 매번 무대를 마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관객 분들을 보면 공연이 잘 전개됐다는 생각에 감사해요. 그때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꺼내놓고 싶고 한계치를 넘어보려 애쓰게 돼요. 관객 분들과 만나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해요”

그에게 있어 관객은 보물이다. 관객은 배우의 연기를 그대로 바라봐준다. 배우에게도 자신의 진실한 부분을 오롯이 표출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정동하에게 뮤지컬은 또 하나의 소중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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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정동하(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결국 뮤지컬은 내 삶 속에 결여된 또 다른 삶이에요. 혼자 있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 분석도 잘 안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잣대가 잘 서지 않잖아요. 평소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캐릭터 자체가 확립이 안돼요. 반면 작품 속 캐릭터는 뚜렷한 자아를 가졌잖아요. 이런 캐릭터를 통해 삶의 부족분이 충족돼요. 마치 인물의 스펙터클한 인생을 내가 산 것처럼 인생이 채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뮤지컬은 내 삶에 결여된 점들을 충족해줘요”

■ 도전을 즐기는 사람, 정동하

이쯤 되면 그가 슈퍼맨처럼 느껴질 법하다. 뮤지컬과 콘서트를 병행하는 과로유발 스케줄 속에서도 남다른 고민과 투혼을 발휘한다.

“몸이 고되긴 해요. 성대가 붓기도 하고 육체적인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도 종종 찾아오곤 하죠. 이럴 땐 운동선수라는 생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물론 공연은 항상 재밌으니까 일로써 느껴지지 않아서 좋죠. 이러한 삶의 흐름들이 정말 만족스러워요. 지금도 즐거운 가운데 공연하고 있어요”

그는 즐거움의 끈을 꼭 붙잡고 있다. 욕심이 아닌 선에서 자신의 도전을 펼치길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에선 언젠가 꼭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도 해보고 싶어요. 다만 욕심이면 피할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바라는 건 민폐거든요. 개인적으로 욕심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조절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마 10년 뒤에도 쥐어짜며 노력하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웃음) 이런 과정을 관객 분들이 계속해서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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