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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베어 더 뮤지컬’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고 말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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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10대들의 성장통을 그려낸다. 고통의 중심에는 진실한 사랑이 있다. 사랑은 보편성의 그늘에 묻힌 개인의 마음을 일일이 열거한다. 벌거벗겨진 가슴 속에는 저마다 진솔한 이유가 있다. 작품은 아직 덜 여물어 가벼움을 표상하는 청소년들을 통해 오히려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작품 속 사건의 중심에는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 피터와 제이슨이 있다. 둘은 남녀의 합일이 아닌 남남합일을 꿈꾼다. 피터는 커밍아웃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지만 제이슨의 만류에 번번이 막히고 만다. 제이슨에게 커밍아웃은 사회적 고립을 선포하는 일이다.

그러나 둘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통해 사랑을 부르짖는다. 피터에서 시작해 제이슨으로 전파되는 ‘편견 깨부수기’는 개별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다. 그러나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가 아무리 신성해도 성역을 침범하는 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객석에선 동성 간 애정씬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둘은 기어코 밀어붙인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본질을 되새긴다. 어느새 철옹성 같던 관객들 마음의 성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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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이 작품이 특별한 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의 눈꺼풀을 억지로 벗겨내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틀리다’고 말하기보다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또 ‘특별취급’을 받는 자들이 사회적으로 포용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군다나 이 질긴 눈꺼풀을 벗겨내는 건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이다. 우리사회의 또 다른 피터와 제이슨이 위안을 얻길 바라는 연출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무대구성은 단순하다. 무대 중심에 놓인 아기자기한 2층 구조물은 배역들의 활용도가 높다. 인물 간 벌어지는 사건 전개 시 무대가 서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따로 버려지는 배역도 없다. 배우가 연기하는 틈을 타 다른 배우가 무대 구성을 바꿔놓는다. 역할 교차가 수시로 이뤄지지만 교묘하게 진행돼 번잡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파란빛 조명이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생각나는 성적 소품 활용도 인상적이다.

다만 미성년자의 성생활이나 임신 등 자극적인 상황 설정에 비해 이를 전개하는 부분은 좀 아쉽다. 대담성 있는 전개는 양날의 검이다. 파격적인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막장처럼 치닫는 장면에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강렬한 서사에 얹은 넘버의 잦은 활용도 공연이 끝난 뒤에는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차라리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축약하고 넘버를 중독성 있게 다듬어 내놓는다면 메시지와 함께 기억되기에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베어 더 뮤지컬’은 오는 2월 25일까지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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