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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③유기동물 보호소, 여전히 웃을 수 없는 현실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논쟁이 있다. 가령 동물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 동물원의 가혹성과 동물실험부터 시작해 개고기 섭취, 길고양이 밥 주기, 덩치 큰 동물의 산책 등 파생된 갑론을박은 셀 수 없다. 그런데 이 중 답을 내릴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 이와 함께 넓어지지 말아야 할 시장인 유기동물의 세계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찬반이 없다. 처절한 민낯과 차가운 외면, 그리고 이를 감싸 안으려는 희미한 온기뿐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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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떠나는 여행, 애견호텔 모델하우스(사진=펫츠고트래블, 신세계 센텀시티점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조2900억 원에서 5조8100억 원. ‘억’ 소리를 뛰어넘는 이 대단한 수치는 농협경제연구소가 예측한 반려동물 시장 성장 규모다. 그것도 2017년에서 2018년, 단 1년 사이 늘어날 예상치다. 이처럼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 반려동물 시장 속 또 다른 현실이 있다. 정작 그와 맞닿아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처지는 여전히 초라하다.

■ 끝없이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7년 11월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동물보고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그 해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28.1%(약 593만 가구)였다. 4가구 중 1가구꼴이며, 2012년(17.9%, 359만 가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높은 관심은 증명된다. 인스트그램이 공개한 2017년을 돌아볼 수 있는 국내외 데이터 결과에 따르면 그 해 반려동물 해시태그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멍스타그램, #반려견, #개스타그램, #냥스타그램과 같은 해시태그가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기업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림은 사료 브랜드 하림펫푸드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서울우유, 풀무원건강생활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브랜드부터 상관없을 것 같은 기아자동차까지 많은 그룹이 이미 업계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먹거리에서 나아가 이전에는 없던 반려동물 관련 상품 및 문화 등도 생겨나는 추세다. 서울신문과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가 함께 조사한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2016년 1월~2017년 5월)에 따르면 각종 SNS와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 언급된 연관어 순위에는 애견호텔, 애견유치원, 보험 등이 톱20에 올라와 있다.

LG유플러스는 홈CCTV ‘반려동물 loT’ 서비스를 개시했다. 롯데홈쇼핑은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 전용 전문관인 ‘코코야’를 오픈했다. KBS금융그룹은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맞춤형 솔루션인 KB펫코노미 패키지를 출시했다. 펫츠고트래블은 반려동물과 함께 새해맞이 해돋이 여행을 떠나는 상품이 조기마감 됐음을 알렸다.

동물권 연구 역시 시작됐다. 최근 조해인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6명이 동물권연구단체를 결성했다. 동물 보호 체계를 비롯해 동물을 둘러싼 개인과 사회의 갈등 등을 다루며 사람과 동물의 조화를 추구한다.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 주변의 것들이 발전한다는 건 이미 반려동물 시장이 삶의 일부로 침투했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동물권이나 장례식 제도, 신조어 ‘펫팸족(Pet+Familly)’까지 생기는 현상은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려는 자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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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 보호소는

점점 커지는 시장 규모에 기업은 웃고 있지만, 이와 달리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 바로 무자비한 인간의 손길에 내쳐진 동물들이 모이는 곳,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다.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지난해 평균 30일, 동물법상으로는 10일이다.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입양된 보호동물의 비율은 겨우 27.2%다. 나머지 중 24.2%는 자연사, 17.6%는 안락사를 당했다. 그마저 진입하지 못한 유기동물이 병 들거나 다쳐 죽은 비율까지 감안하면 매 해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며 직접 안락사를 결정해야 하는 건 가혹하다. 대만에서는 유기동물 안락사를 해왔던 한 수의사가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몰아붙인다. 보호소 중에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시민이나 비영리단체 등 후원으로 꾸리는 데가 대다수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총 307개의 유기동물보호소 중 직영 보호소는 28개소에 불과했다. 많은 곳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자금에 허덕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장중심 입양 캠페인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유기동물 행복을 찾는 사람들(유행사)’ 운영진은 “우리는 자체 쉼터나 사무실이 없다. 8곳의 위탁처(애견유치원, 호텔링업체, 가정집 등) 및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많은 아이들을 수용하기가 힘들다”고 처한 현실을 짚었다.

이서 “‘왜 유기동물이 넘쳐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동물의 무분별한 번식이 만연해있고, 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라면서 결국 도돌이표 되는 상황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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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자꾸 늘어만 가는 유기동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7년 동물보고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16년 지자체에 의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8만9700마리(개 6만3600. 고양이 2만4900마리)다. 포인핸드 조사 결과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 5일까지 구조된 유기동물은 총 10만2207마리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유기동물이 2만여 마리가 증가했다. 여기에 사설보호소에 입소하거나 구조되지 못한 동물을 포함하면 2017년 유기된 동물만 30만 마리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관리가 어려워 안락사를 시켜야 할 만큼 왜 유기동물은 늘어가는 걸까. 그 배경은 공장처럼 반려동물을 ‘찍어내는’ 펫샵, 대규모 번식장 등이다. 현재 독일과 영국 등은 펫숍 분양을 금지하고 미국은 입양된 동물만 입양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한국은 펫샵을 비롯해 유기동물을 낳는 환경에 대한 인식조차 서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인식이 서 있어도 실천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 반려동물 구입 경로 중 ‘펫숍에서 구입’은 21.3%로 적지 않은 수치를 차지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을 입양하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94.3% 나온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반려동물 등록제가 2014년 시행된 이후 33.5%가 등록했다고 나타나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등록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심각하다. 응답은 ‘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3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등록제도를 알지 못해서’(31.3%), ‘동물등록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21.5%) 순이다.

물론 유기동물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도 많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펫숍’ 검색글은 10건이 넘고 동의 2만 건을 넘어서는 글도 있다. 아프리카의 한 BJ는 유기견보호소를 소재로 라이브방송을 한다. 네이버는 최근 ‘유기동물’ 키워드 검색 한 번으로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개체를 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은 시장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터무니없이 낮기만 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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